엘리자벳 (Das Musical Elisabeth)
일 시 : 2012. 02. 08 ~ 2012. 05. 13
장 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관극일 : 2012. 03. 22 (목) 20:00
대 본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베스터 르베이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협력연출 : 박인선, 음악감독 : 김문정
캐스트 : 엘리자벳 - 옥주현, 죽음 - 류정한, 루케니 - 김수용, 프란츠 요제프 - 윤영석, 소피 대공비 - 이태원, 청년 루돌프 - 김승대, 어린 루돌프 - 이준서
- 김류/옥송/김송 까지 보고나서 옥류가 궁금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 그러나 옥류은은 4월이나 되야 만날 수 있는 조합이고, 마침 삼성카드에서 이벤트까지 한다해서 어차피 삼케니 다 볼 거니까, 이참에 옥류용을 클리어하자~ 는 기분으로 티켓팅. 결과적으로 이날 공연은 옥엘리 덕분에 진~짜 유쾌하게 관극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바람에 옥류 케미스트리 따위는 그냥 휘발휘발ㅋㅋㅋ
- 내가 3월 4일 공연 이후로 계속 선영 엘리만 봐오다 오랜만에 옥엘리를 다시 만났는데, 그 사이 루도비카 여사는 헬레네 황후 수업에만 신경쓰시고 차녀는 그냥 방목하셨나봄. 세상에 천둥벌거숭이? 말괄량이? 저건 그냥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 망아지임. 아놔, 어찌나 생기발랄 천진난만하고 건강미가 흘러넘치던지. 진짜 알프스 소녀 하이디 돋는 씨씨였다. 내면이 너무 순수해서 사랑에 빠지기도 쉬운 시골 처녀(그래도 공주님인데.ㅋㅋ) 보는 느낌이더라.
죽음과의 첫 만남에서, 아무리 취향의 멋진 남자가 눈앞에 나타나도 보통의 아가씨라면 내숭 정도는 떨어주고, 튕길줄도 알아야 하거늘, 이날의 옥씨씨는 너무 순진하고 순수해서 그냥 멋진 남자가 나타나서 자기를 구해주니까 (사실과 다름;) 거기에 혹해서 매달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류토트 얼굴에 '이거 지금 유혹하는 거야?' 하는 표정이 스쳐지나가더라. 그리고 이날 류토트는 나쁜 남자 모드여서, 이 아가씨야 사람 봐가면서 건드려야지, 잘못 건드렸네 싶더라. 그게 가장 극대화 된 게 마지막 춤이었는데, 지금 먼저 꼬셔놓고 니가 배신을 해? 날 띄엄띄엄 본 모양인데, 부셔버리겠어!!! 스러웠달까ㅋㅋㅋㅋㅋ (이러다, 오늘 후기 계속 ㅋㅋㅋ로 일관할지도;)
하여간 반하기도 쉽게 반하는 이 아가씨가 윤제프를 만나서 또 첫 눈에 사랑에 빠져버렸어ㅋㅋㅋ 오리 사냥하는 모습을 멋있다고 생각했을까. 엄마가 방목(방치?)해서 키워서 자연친화적이라 총 맞고 떨어진 오리 쯤은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주워서 전해주고 그러는게 너무 자연스러울 뿐이고.ㅋㅋ 윤제프도 늘 도도하고 새침한 틀에 박힌 아가씨들만 보다가 꾸미지 않은 순수하고 건강한 매력이 흘러넘쳐서 반짝반짝하는 엘리자벳에게 이끌리는 게 설득력이 있어서, 그렇게 둘이 눈 맞아서 결혼까지 하게 된 게 그냥 다 이해가 되더라. 그러니 마치 야생에서 자란 거 같은 저 거칠고 활기에 넘치는 엘리자벳을 바라보는 태원 소피의 못마땅함까지 아주 절절히 다 이해가 되서 관극하는 내내 얼마나 재미지던지.
- 진짜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애가 보통의 혼사도 아니고, 황실에 시집을 가게 됐으니 그 앞날이야 통속극대로 흘러갈 수 밖에. 그러나, 난 태원 소피를 좋아하니까, 그분의 답답한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도대체 저 철딱서니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엄두도 안 날듯. 침실에서 뛰어 나가다 시녀들과 부딪힐 뻔 하고, 무슨 동작을 하던 거침이 없고, 큼직큼직해서 안그래도 긴 머리카락이 정신없이 사방으로 날리고ㅋㅋㅋ 이 다듬어지지 않은 망나니를 과연 태원 소피가 길들일 수 있을 것인가. 태원 소피의 고생길이 훤히 보이더라. 본격 야생마 길들이기ㅋㅋ
저렇게 선머슴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씨씨라서 '나는 나만의 것'이 과연 어떨까 궁금했는데, 와우, 이게 또 의외로 감정선이 이어지더란 거. 비유하자면 시골에서 막 자란 아가씨가 지체 높은 가문에 시집가서 격식이나 예절에 익숙치 않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주늑도 들었지만, 원래부터 야생 망아지, 타고난 강인함으로 극복하며 난 나야! 난 꺽이지 않는다고 결의를 불태우는 그런 노래가 되더라.
이랬던 야생 망아지 옥씨씨가 황후다운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첫 장면은 1막의 피날레인 일명 초상화씬에서다. 그 전까지는 정말 황후다운 기품, 우아함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는데, 여기에서 완전 환골탈태. 선머슴 같은 모습이 싹 사라지고, 여성스럽고 우아하고 위엄있는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정말 몇 번을 봐도 이 장면에서 옥엘리는 참 아름답다. 그리고 이날 여기서 옥엘리가 보여주는 연기가 또 참 마음에 들었던 게, 저렇게 아름답게 꾸미고 나왔지만, 아직까지 자신감이 좀 부족하달지, 정말로 자신의 힘(아름다운 외모)으로 자유를 찾을 수 있을지 아직 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요제프에게 나를 이해하고 존중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더라. 그리고 옆에 류토트가 나타나자 똑같은 가사를 던지는데 그쪽은 호소가 아니라 달래는 톤. ㅋㅋㅋ 그리고 마지막에 아름답게 초상화 포즈를 취해주는데 어우 그렇게 빨리 막을 닫아버리면 어쩌자는건지. 제발 그 몇 초 안되는 순간, 그 아름다운 자태를 좀만 더 보게 해주시오!!
- 진정한 황후로 거듭나 시즌2를 연 옥엘리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본성을 완전히 걷어낸 건 아니라서, 2막 내가 춤추고 싶을 때에서 그 생기 넘치는 전투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선영 엘리와 달리 옥엘리는 치마질(?)의 달인급이라 얼마나 펄럭펄럭 치마를 휘두르는지 진짜 저건 휘날리는 깃발이구나 싶었다. 빙글빙글 턴할 때마다 펼쳐지는 풍성한 치맛자락이 그대로 옥엘리 카운트로 쌓이는 느낌. 사실 내가 옥송을 보고 이 쪽은 전투가 성립이 안되니, 옥류는 어떨까 정말 궁금했는데, 이 페어는 제대로 사랑과 전쟁이더라. 그러나 승자는 아무리 봐도 옥엘리. 이건 뭐 죽음이 압박해서 뒤로 밀릴 때도 그게 반격을 노리는 맹수같은 느낌이 드니, 죽음을 밀어낼 땐 그야말로 옥장군님. 이렇게 되면 역시 태원 소피 정도는 되어야 승부가 되려나 (응?)
하여간에 2막에서 옥엘리는 야생마에 고삐가 채워지고, 안장이 얹어지면서 이대로 길들여지나 싶었지만, 여전히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서 몸부림치는 걸로 보였다. 황실에 시집와서 자의는 아니지만, 자꾸 모난 돌에 정을 대듯 자신을 쪼아대니 어쩔 수 없이 고삐도, 안장도 받아들였지만, 아직도 여차하면 다 뿌리치고 넓은 벌판으로 달려나가고 싶어하는 엘리자벳. 그러나 차츰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여가는 체념의 과정이 보여지는 '아무것도'와 '당신처럼 rep.'이 참 좋았다. 사실 2막에서 저렇게 기운이 넘치는 엘리자벳이라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일관성이 있었고, 그게 나름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오늘 내 후기는 왜이리 동물의 왕국이지;;)
- 준서 루돌프의 애잔함에 싱크로율 120%인 승돌프가 만나서 참 오늘의 루돌프들은 얼마나 짠하고 애처로웠는지. 승돌프는 마이어링 왈츠에서 정말 무대 바닥으로 패대기쳐질때마다 내가 다 깜짝깜짝 놀라는데, 뭐 배우분들이 더 잘 알고 잘 하시겠지만, 부상당하지 않게 조심해주세요.
- 윤제프~ 아 애정하는 윤제프님. 어쩜 그렇게 목소리가 달콤하신지. ㅠ.ㅠ 진짜 엘리자벳 부를 때의 그 솜사탕같은 느낌 너무 좋고, 태원 소피와 대립각을 이루는 장면에서마저 잔정이 많은 아들이라 말로는 끝이라고 하지만, 표정에서 속상한 게 보여서 좋고, 침몰하는 씬에서 보여주시는 그 깊은 절망감도 참 좋다. 여기서 윤제프 연기 디테일을 오늘 처음으로 좀 자세히 봤는데, 죽음이 줄칼을 들어보이며 이걸로 엘리자벳을 빼앗아가겠다고 할 때, 진짜 가위 눌린 것처럼 몸이 말을 안듣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주셔셔 감탄했다. 이건 너의 악몽~ 에 딱 어울리는 연기!! 와우~
- 극의 마지막까지 옥엘리는 힘이 넘쳐서, 결국 죽음도 내 선택이라는 것 같았는데, 참, 옥엘리가 이렇게 노선을 잡으니 죽음은 끝내 스토커돋는 구남친st를 강하게 뿜을 수 밖에 없어서ㅋㅋㅋ
- 음, 전에도 썼지만, 난 음이탈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그건 사고와 같은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보다 음정 플랫되는 거나 박자 안맞는 쪽이 더 신경쓰여서; 그래서 난 이날 류토트의 노래에 크게 불만 없었고, 다만 목상태는 별로구나 하고 넘겼다. 저음역도 가성으로 나긋하게 부르는 바람에 간간히 소리가 작아지는 부분은 있었지만, 고음에선 성량 빵빵하게 잘 질러주셨고. 딱히 이날 나한테 베스트 송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말아먹었다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뭐, 그런 아쉬움도 옥엘리가 다 날려주셔서 난 굉장히 유쾌하게 웃으며 극장을 나왔지만. 아~ 옥엘리 스릉흔드~
- 이날 내가 옥류 페어 자체 첫공에 용케니 자체 첫공이었는데, 사실 보러가기 전까지는 고민을 좀 했다. 내가 햄릿에서 수용 씨와 별로 좋은 기억이 없어서; 그래도 이번엔 아나키스트 루케니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평도 있고 해서 보러갔는데, 일단 다른 건 제쳐두고 난 김수용 씨의 창법과는 참 맞지를 않다는 걸 재확인. 음절을 툭툭 내던지는 듯한 창법에다가 박자감이 좀 독특하시더라. 예를 들어 리듬이 따~라라~라~ 이렇게 이어지는 부분을 수용씨는 따 따 따 따 이렇게 부른달까. 그냥 말로 설명하기 좀 어려운데, 수용 씨가 부르는 Kitsch 앞부분을 들어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게 노래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대사를 할 때도 적용이 되는 부분이라 좀 밋밋한 설명조로 들리는데, 내가 은케니에 너무 길들여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일 시 : 2012. 02. 08 ~ 2012. 05. 13
장 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관극일 : 2012. 03. 22 (목) 20:00
대 본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베스터 르베이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협력연출 : 박인선, 음악감독 : 김문정
캐스트 : 엘리자벳 - 옥주현, 죽음 - 류정한, 루케니 - 김수용, 프란츠 요제프 - 윤영석, 소피 대공비 - 이태원, 청년 루돌프 - 김승대, 어린 루돌프 - 이준서
- 김류/옥송/김송 까지 보고나서 옥류가 궁금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 그러나 옥류은은 4월이나 되야 만날 수 있는 조합이고, 마침 삼성카드에서 이벤트까지 한다해서 어차피 삼케니 다 볼 거니까, 이참에 옥류용을 클리어하자~ 는 기분으로 티켓팅. 결과적으로 이날 공연은 옥엘리 덕분에 진~짜 유쾌하게 관극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바람에 옥류 케미스트리 따위는 그냥 휘발휘발ㅋㅋㅋ
- 내가 3월 4일 공연 이후로 계속 선영 엘리만 봐오다 오랜만에 옥엘리를 다시 만났는데, 그 사이 루도비카 여사는 헬레네 황후 수업에만 신경쓰시고 차녀는 그냥 방목하셨나봄. 세상에 천둥벌거숭이? 말괄량이? 저건 그냥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 망아지임. 아놔, 어찌나 생기발랄 천진난만하고 건강미가 흘러넘치던지. 진짜 알프스 소녀 하이디 돋는 씨씨였다. 내면이 너무 순수해서 사랑에 빠지기도 쉬운 시골 처녀(그래도 공주님인데.ㅋㅋ) 보는 느낌이더라.
죽음과의 첫 만남에서, 아무리 취향의 멋진 남자가 눈앞에 나타나도 보통의 아가씨라면 내숭 정도는 떨어주고, 튕길줄도 알아야 하거늘, 이날의 옥씨씨는 너무 순진하고 순수해서 그냥 멋진 남자가 나타나서 자기를 구해주니까 (사실과 다름;) 거기에 혹해서 매달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류토트 얼굴에 '이거 지금 유혹하는 거야?' 하는 표정이 스쳐지나가더라. 그리고 이날 류토트는 나쁜 남자 모드여서, 이 아가씨야 사람 봐가면서 건드려야지, 잘못 건드렸네 싶더라. 그게 가장 극대화 된 게 마지막 춤이었는데, 지금 먼저 꼬셔놓고 니가 배신을 해? 날 띄엄띄엄 본 모양인데, 부셔버리겠어!!! 스러웠달까ㅋㅋㅋㅋㅋ (이러다, 오늘 후기 계속 ㅋㅋㅋ로 일관할지도;)
하여간 반하기도 쉽게 반하는 이 아가씨가 윤제프를 만나서 또 첫 눈에 사랑에 빠져버렸어ㅋㅋㅋ 오리 사냥하는 모습을 멋있다고 생각했을까. 엄마가 방목(방치?)해서 키워서 자연친화적이라 총 맞고 떨어진 오리 쯤은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주워서 전해주고 그러는게 너무 자연스러울 뿐이고.ㅋㅋ 윤제프도 늘 도도하고 새침한 틀에 박힌 아가씨들만 보다가 꾸미지 않은 순수하고 건강한 매력이 흘러넘쳐서 반짝반짝하는 엘리자벳에게 이끌리는 게 설득력이 있어서, 그렇게 둘이 눈 맞아서 결혼까지 하게 된 게 그냥 다 이해가 되더라. 그러니 마치 야생에서 자란 거 같은 저 거칠고 활기에 넘치는 엘리자벳을 바라보는 태원 소피의 못마땅함까지 아주 절절히 다 이해가 되서 관극하는 내내 얼마나 재미지던지.
- 진짜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애가 보통의 혼사도 아니고, 황실에 시집을 가게 됐으니 그 앞날이야 통속극대로 흘러갈 수 밖에. 그러나, 난 태원 소피를 좋아하니까, 그분의 답답한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도대체 저 철딱서니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엄두도 안 날듯. 침실에서 뛰어 나가다 시녀들과 부딪힐 뻔 하고, 무슨 동작을 하던 거침이 없고, 큼직큼직해서 안그래도 긴 머리카락이 정신없이 사방으로 날리고ㅋㅋㅋ 이 다듬어지지 않은 망나니를 과연 태원 소피가 길들일 수 있을 것인가. 태원 소피의 고생길이 훤히 보이더라. 본격 야생마 길들이기ㅋㅋ
저렇게 선머슴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씨씨라서 '나는 나만의 것'이 과연 어떨까 궁금했는데, 와우, 이게 또 의외로 감정선이 이어지더란 거. 비유하자면 시골에서 막 자란 아가씨가 지체 높은 가문에 시집가서 격식이나 예절에 익숙치 않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주늑도 들었지만, 원래부터 야생 망아지, 타고난 강인함으로 극복하며 난 나야! 난 꺽이지 않는다고 결의를 불태우는 그런 노래가 되더라.
이랬던 야생 망아지 옥씨씨가 황후다운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첫 장면은 1막의 피날레인 일명 초상화씬에서다. 그 전까지는 정말 황후다운 기품, 우아함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는데, 여기에서 완전 환골탈태. 선머슴 같은 모습이 싹 사라지고, 여성스럽고 우아하고 위엄있는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정말 몇 번을 봐도 이 장면에서 옥엘리는 참 아름답다. 그리고 이날 여기서 옥엘리가 보여주는 연기가 또 참 마음에 들었던 게, 저렇게 아름답게 꾸미고 나왔지만, 아직까지 자신감이 좀 부족하달지, 정말로 자신의 힘(아름다운 외모)으로 자유를 찾을 수 있을지 아직 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요제프에게 나를 이해하고 존중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더라. 그리고 옆에 류토트가 나타나자 똑같은 가사를 던지는데 그쪽은 호소가 아니라 달래는 톤. ㅋㅋㅋ 그리고 마지막에 아름답게 초상화 포즈를 취해주는데 어우 그렇게 빨리 막을 닫아버리면 어쩌자는건지. 제발 그 몇 초 안되는 순간, 그 아름다운 자태를 좀만 더 보게 해주시오!!
- 진정한 황후로 거듭나 시즌2를 연 옥엘리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본성을 완전히 걷어낸 건 아니라서, 2막 내가 춤추고 싶을 때에서 그 생기 넘치는 전투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선영 엘리와 달리 옥엘리는 치마질(?)의 달인급이라 얼마나 펄럭펄럭 치마를 휘두르는지 진짜 저건 휘날리는 깃발이구나 싶었다. 빙글빙글 턴할 때마다 펼쳐지는 풍성한 치맛자락이 그대로 옥엘리 카운트로 쌓이는 느낌. 사실 내가 옥송을 보고 이 쪽은 전투가 성립이 안되니, 옥류는 어떨까 정말 궁금했는데, 이 페어는 제대로 사랑과 전쟁이더라. 그러나 승자는 아무리 봐도 옥엘리. 이건 뭐 죽음이 압박해서 뒤로 밀릴 때도 그게 반격을 노리는 맹수같은 느낌이 드니, 죽음을 밀어낼 땐 그야말로 옥장군님. 이렇게 되면 역시 태원 소피 정도는 되어야 승부가 되려나 (응?)
하여간에 2막에서 옥엘리는 야생마에 고삐가 채워지고, 안장이 얹어지면서 이대로 길들여지나 싶었지만, 여전히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서 몸부림치는 걸로 보였다. 황실에 시집와서 자의는 아니지만, 자꾸 모난 돌에 정을 대듯 자신을 쪼아대니 어쩔 수 없이 고삐도, 안장도 받아들였지만, 아직도 여차하면 다 뿌리치고 넓은 벌판으로 달려나가고 싶어하는 엘리자벳. 그러나 차츰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여가는 체념의 과정이 보여지는 '아무것도'와 '당신처럼 rep.'이 참 좋았다. 사실 2막에서 저렇게 기운이 넘치는 엘리자벳이라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일관성이 있었고, 그게 나름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오늘 내 후기는 왜이리 동물의 왕국이지;;)
- 준서 루돌프의 애잔함에 싱크로율 120%인 승돌프가 만나서 참 오늘의 루돌프들은 얼마나 짠하고 애처로웠는지. 승돌프는 마이어링 왈츠에서 정말 무대 바닥으로 패대기쳐질때마다 내가 다 깜짝깜짝 놀라는데, 뭐 배우분들이 더 잘 알고 잘 하시겠지만, 부상당하지 않게 조심해주세요.
- 윤제프~ 아 애정하는 윤제프님. 어쩜 그렇게 목소리가 달콤하신지. ㅠ.ㅠ 진짜 엘리자벳 부를 때의 그 솜사탕같은 느낌 너무 좋고, 태원 소피와 대립각을 이루는 장면에서마저 잔정이 많은 아들이라 말로는 끝이라고 하지만, 표정에서 속상한 게 보여서 좋고, 침몰하는 씬에서 보여주시는 그 깊은 절망감도 참 좋다. 여기서 윤제프 연기 디테일을 오늘 처음으로 좀 자세히 봤는데, 죽음이 줄칼을 들어보이며 이걸로 엘리자벳을 빼앗아가겠다고 할 때, 진짜 가위 눌린 것처럼 몸이 말을 안듣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주셔셔 감탄했다. 이건 너의 악몽~ 에 딱 어울리는 연기!! 와우~
- 극의 마지막까지 옥엘리는 힘이 넘쳐서, 결국 죽음도 내 선택이라는 것 같았는데, 참, 옥엘리가 이렇게 노선을 잡으니 죽음은 끝내 스토커돋는 구남친st를 강하게 뿜을 수 밖에 없어서ㅋㅋㅋ
- 음, 전에도 썼지만, 난 음이탈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그건 사고와 같은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보다 음정 플랫되는 거나 박자 안맞는 쪽이 더 신경쓰여서; 그래서 난 이날 류토트의 노래에 크게 불만 없었고, 다만 목상태는 별로구나 하고 넘겼다. 저음역도 가성으로 나긋하게 부르는 바람에 간간히 소리가 작아지는 부분은 있었지만, 고음에선 성량 빵빵하게 잘 질러주셨고. 딱히 이날 나한테 베스트 송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말아먹었다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뭐, 그런 아쉬움도 옥엘리가 다 날려주셔서 난 굉장히 유쾌하게 웃으며 극장을 나왔지만. 아~ 옥엘리 스릉흔드~
- 이날 내가 옥류 페어 자체 첫공에 용케니 자체 첫공이었는데, 사실 보러가기 전까지는 고민을 좀 했다. 내가 햄릿에서 수용 씨와 별로 좋은 기억이 없어서; 그래도 이번엔 아나키스트 루케니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평도 있고 해서 보러갔는데, 일단 다른 건 제쳐두고 난 김수용 씨의 창법과는 참 맞지를 않다는 걸 재확인. 음절을 툭툭 내던지는 듯한 창법에다가 박자감이 좀 독특하시더라. 예를 들어 리듬이 따~라라~라~ 이렇게 이어지는 부분을 수용씨는 따 따 따 따 이렇게 부른달까. 그냥 말로 설명하기 좀 어려운데, 수용 씨가 부르는 Kitsch 앞부분을 들어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게 노래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대사를 할 때도 적용이 되는 부분이라 좀 밋밋한 설명조로 들리는데, 내가 은케니에 너무 길들여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