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오페라 락(Mozart L'Opera Rock)

일   시 : 2012. 03. 30 ~ 2012. 04. 29
장   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관극일 : 2012. 04. 18 (수) 20:00
연   출 : 김재성, 음악감독 : 서유진
캐스트 : 모차르트 - 박한근, 살리에리 - 강태을, 콘스탄체 - 이해리, 알로이지아 - 최유하, 레오폴트 - 이기동, 난넬 - 홍륜희, 디바 - 허진아, 세실리아 - 최현선, 안나 마리아 - 장이주, 로젠베르크 - 성열석, 베버/요제프2세 - 장원령

- 사실은 이날 공연이 내 첫 모오락이 될 공연이었는데, 계획이란 소용없어~(feat.은케니)

- 지난 2번의 공연에서 레오폴트만 새로운 캐스트였는데, 이기동 씨의 레오폴트(이후 기동파파)는 일단 신파파에 비해서 진짜 평범하고 소시민이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신파파는 일단 비주얼에서 사기캐에 가까운 것도 있고, 그 흰머리 블리치가 어찌나 매력적이신지. '불가능을 생각해' 넘버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신파파가 콜로레도의 횡포에 분노를 느끼는 거라면, 기동파파는 좌절하고 있더라. 그래서 그런가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으셔서 난넬 목소리밖에 안 들리는 참사가; 그래서 이거 원래 난넬이 메인인 곡인가? 했다. 그런데다가 대사를 할 때도 기동파파는 상사 앞에서 비굴해지고, 자식 걱정에 노심초사하지만, 그 진심이 자식에게 전달되지는 않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불쌍한 아버지를 연기하고 있어서, 카리스마 넘치는 신파파와는 참 많이 대조되었다. 신파파가 권위적인 아버지라면 기동파파는 세파에 찌들어 너무 지쳐버린 아버지.
그리고 무엇보다 기동파파는 록넘버가 전혀 안 되시더라. OTL 신성우 씨가 전직(?) 록커 출신이라 레오폴트 넘버를 그래도 예상했던 것보다는 꽤 잘 소화를 해낸 것에 비하면, 그래도 뮤지컬 배우이신데, 어찌 그리 박자 감이 없으신가요; 가창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록 비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시는 듯. 어디서 치고 들어가야 하는지, 어디다 강세를 둬야 하는지 이런 게 안되니까 노래가 너무 밋밋해져 버렸다. 그나마 '불가능을 생각해'는 난넬이 커버해주지만, '벗어나야 해'는 대책이 없더라. 사실 이 노래를 신파파도 그렇게 썩 만족스럽게 불러준 건 아니었지만, 기동파파에 비하면야;

- 근촤의 노래가 몇 군데 달라지기도 했고, 참 넘버 소화력, 가창력은 쩔어주지만, 나에게 감동을 주지는 못해서 왜 그럴까 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모촤와는 달라서 그런 거 같다. 내가 생각하는 모차르트는 경박하고, 푼수지만, 천재이고, 음악 외에는 모든 면에서 독립하지 못한 의존적인 인간인데다, 대인관계가 순수하다 못해 백치에 가깝고, 빛과 어둠이 강렬하게 대비되는 이중성을 간직한 캐릭터. 그런데 근촤는 충분히 홀로 설 수 있는 독립적인 인간으로 보이더라. 그리고 모든 면에서 너무 진지하다고 할까. 그런 면에서 호촤가 나하고 맞는 것 같은데, 심각한 자아도취에 난 천재~ 라는 자신감이 뿜어져 나와서 그게 똘끼로 이어지다가도,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으면 의기소침해지고 나약해지는 여린 자아. 그런데 근촤는 그렇게 되기엔 너무 진지하고 또 강인하다. 진지하게 분노하고, 화를 내며, 너희가 날 무시해!! 복수하겠어!!! 라는 장미송을 듣다 보면 어쩐지 모차르트보다는 베토벤이 떠오를 뿐이고. 콜로레도의 박대를 견디다 못해 자유 선언을 할 때도 저건 혁명가로구만 했다.

- 이날이 두 번째 태을 살리였는데, 지난 공연 보다, 나는 이날 공연이 더 마음에 들었다. 사실 노래는 살짝 삑이 나오기도 했지만, 노래에 실린 감정이 지난 공연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와, 가뜩이나 근촤에 이입이 어려운 것도 있어서, 참 내 평생에 모차르트가 주인공인 극을 살리에리에 이입해서 해석하게 되는 날이 오다니 싶었다. 하지만 태을 살리는 진짜 어찌나 귀족적이고 우아하고 자존심이 다락 같으신지. 내가 원래 저렇게 긍지 높은 인간이 처음으로 벽에 부딪혀 패배하며 좌절하는 걸 또 좋아하다 보니; 
모촤에 대한 집중을 잃고 자연스레 2막은 살리에리 오페라 락이 되버렸는데, '고통스러운 즐거움' 전에 후궁으로부터의 유괴를 감독하러 나왔다가 경박한 모차르트의 모습에 음악을 듣지도 않고 넌 글렀다고 평하는 걸 보면서, 다른 때 같으면 사람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지 했을 텐데, 이날은 그래 저게 일반적인 반응이지, 이제 막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신인 음악가가 궁정에서 받은 일에 저렇게 나태한 모습을 보인 것만으로도 해고감이다,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데...이랬다는;

사실 살리에리의 비중이나 줄거리가 '아마데우스'와 비슷해서 착각할 수 있지만, 모오락의 살리에리는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와는 다르다. 모차르트의 음악적 재능을 질투하고,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는 거까지는 같지만, 모오락의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죽음으로 밀어 넣지는 않는다. 그의 성공을 훼방 놓을 뿐. 그리고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가 대적하는 건 결국 '신'이지 모차르트가 아니다. '신'의 사랑을 받은 모차르트를 파멸시키는 것으로 신에 대한 복수를 하는 것이지.
이걸 깨달은 것이 '악의 교향곡'인데, 태을 살리가 '악의 교향곡'에서 보여주는 감정은 모차르트에 대한 시기나 질투보다는 다분히 자기 파괴적인 쪽에 가깝다. 천재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열등감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지만, 미수에 그치고, 선택받은 자를 저주하며 악의 교향곡에 영혼을 바치겠다고 선언하는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의 음악에 잠식당해 자신이 죽을 것 같으니 치는 방어선이랄까, 몸부림치는 걸로 보이더라. 모차르트를 만나기 전에는 패배감, 열등감이라는 감정과는 연이 없었던 살리에리에게 이것은 큰 충격이고, 그 탓에 자신의 인생관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이게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 곡이 '승리의 희생양'인데, 살리에리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자긍심 높은 인물이었는지 보여준다. 이런 살리에리였기에 죽어가는 모차르트를 마지막으로 찾아갈 용기를 낼 수 있었을 테지.

극의 마지막 '후회없이 살리라'도 지난 공연보다는 이날 공연에서의 화음이 더 아름답게 어울려서 참 좋더라.

+ 커튼콜을 보면서 모오락과 모차르트! 에 각기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이 어쩐지 비슷한 포지션인 게 또 재미있었다. 아르코 백작과 로젠베르크 백작이라던가, 디바 누님과 황금별 여사님처럼.
엘리자벳 (Das Musical Elisabeth)

일   시 : 2012. 02. 08 ~ 2012. 05. 13
장   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관극일 : 2012. 04. 17 (화) 20:00
대   본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베스터 르베이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협력연출 : 박인선, 음악감독 : 김문정
캐스트 : 엘리자벳 - 옥주현, 죽음 - 류정한, 루케니 - 박은태, 프란츠 요제프 - 민영기, 소피 대공비 - 이태원, 청년 루돌프 - 전동석, 어린 루돌프 - 이준서

- 옥류은 조합의 자체 첫공이고, 꽤 오랜만에 다시 만난 류토트가 반가웠던 공연.
지난번 옥류용 조합으로 옥류 페어는 한 번 보기는 했었지만, 은케니가 낀 조합으로는 처음이라 과연 어떤 합을 보여줄까 두근대며 공연장을 향했는데, 점심 먹은 건 체하고, 백만 년 만에 멀미라는 걸 다 하고 하여간 개인적인 컨디션이 꽝인 상태로 관극을 하게 됐다. 객석에 앉으면서도 제대로 극에 집중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은케니의 첫 일성이 들려오자마자, 그래 바로 이 목소리가 나를 깨우는 호령이구나 했다. 이런~젠~장~! (feat. 은케니)

며칠 전부터 은케니 프롤로그 첫 대사에 비음이 섞여 있어서 감기 걸린 건가 싶다가도 뒤로 갈수록 목 상태가 쩌렁쩌렁 울려서 기분 탓인가? 아니면 찬 바닥에 오래 누워있다 보니 목소리가 막혀서 저러나 그랬는데, 감기였던 모양이다. 그런데도 저렇게 공간을 가득 채우는 성량 하며, 막힘없이 깨끗하게 치고 올라가는 고음을 질러주는지, 참 미스터리. 오래간만에 만나는 류토트도 목 상태가 썩 좋아서, 프롤로그에서부터 둘이 쨍-하고 맞붙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

다른 조합보다 유독 류토트 - 은케니 조합일 때 떠오르는 그림이기는 한데, 난 이 둘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타나토스와 시지프스, 혹은 하데스와 시지프스가 떠오른다.
인간이면서 신들의 사생활에 끼어들어 밉보인 시지프스를 데려오라고 타나토스를 보냈는데, 그마저 속여넘기고 마법 사슬로 묶어서 지하 동굴에 가둔 시지프스. 그래서 한동안 죽는 사람이 안 나와서 이상하게 여긴 하데스가 그 사실을 알고 노발대발, 시지프스를 데려왔는데, 이번엔 자기 아내에게 시신을 광장에 버려두고 장례를 치르지 말라고 이른 다음, 하데스를 속여 다시 이승으로 돌아와 영생을 누릴 뻔했던 시지프스. 뭐, 결국엔 인간이 신을 당해낼 수는 없어서 타르타로스에 끌려가 영원히 끝나지 않는 형벌을 받게 되었지만.
하여간 괘씸죄 적용인지 죽어서도 안식을 얻지 못하는 은케니나, 엘리자벳 배틀 할 때 찌릿하고 노려보는 류토트의 시선에서 저런 그림이 떠올라서 이 엘리자벳이라는 뮤지컬이 한층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는 거.

- 그런데 이날 은케니가 목 상태가 좋아서 그런 자신감이 뿜어져 나온 것도 있겠지만, 광대다운 익살이 좍 빠지면서 다크 포스가 확 늘어서, 아주 시선을 잡아끄는 바람에 내도록 시선이 은케니에 고정돼버렸는데, 진짜 그 깨알 같은 표정 연기가 다 무척 마음에 들어서~~~
우선 프롤로그에서부터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데, 특히 판관의 동화 같은 이야기는 듣기 싫다는 말에 '거 말귀 되게 못 알아 처먹네!' 하는 듯한 표정 연기도 좋고, "사랑! 아주 위~대한 사랑!!!" 이라고 그르렁거리는 목소리가 정말 좋다. 이게 후반부에 "불쌍한 인간들이여, 흙으로 돌아갈지어다!!!" 하고 대칭 구조를 이루는 어조라서, 이렇게 틀이 딱 맞게 짜인 원작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극의 구조를 이해하고, 거기에 맞게 대사 톤의 강약, 고저를 조절하는 은케니도 극에 대한 감각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엘리자벳은 루케니로 시작해서 루케니로 끝나는 수미쌍관의 구조이면서, 은케니 한정으로 뫼비우스 시스템(다른 두케니들은 이게 반복되는 이야기라는 느낌이 별로 안 들어서)이라, 저렇게 대칭 구조로 대사 톤을 집어넣은 게 나는 참 좋더라. 특히 루케니는 해설자라 대사를 해야 하는 장면이 많은데, 그 대사를 강약, 고저 톤에 변화를 줘서 지루하지 않게, 마치 노랫가락 듣는 것처럼 들려줘서 그것도 좋다.
그리고 박자 감이 좋아서, 대사와 앙상블의 노래가 맞물려 들어가는 부분에서 딱 겹쳐 들어가는 부분이 정말 좋다. 예를 들어 프롤로그에서 "지금도 그 이름을 부르고 있잖아, 엘리자벳~!"하고 곧바로 "지난 세상~"하고 딱 맞춰 들어가는 부분이나, 카페 씬에서 "바로 그 종말을~!"하고 "어떤 기사들이~" 하고 겹쳐지는 부분 같은 거. 이게 타이밍이 참 영점 몇 초 정도의 미묘한 건데, 그런 걸 참 기가 막히게 잘 맞추더라.

- 은케니 노래 잘하는 거야 말하면 입 아프지만, Milk는 어떻게 매 공연 더 잘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 갈수록 더 잘해서, 어떻게 저렇게 잘할 수 있지? 싶다. 순식간에 표변하는 표정 연기도 그렇고, 여자들이 달려드니까 "아이들이 죽어가!"라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선동질하고, 자기 뜻대로 끓어오르는 사람들 보면서 희열에 차 웃을 때도 그 웃음에 악한 기운이 잔뜩 서려 있어서 섬뜩하다. 그리곤 탈것에서 뛰어내서 당신들과 같이하겠다는 듯 "더 늦기 전에 어서!" 그녀를 내쫓으라며 쑤석이다가 민중들이 앞으로 나서니까, 자신은 슬슬 뒤로 빠지면서 냉소를 흘리며 "민중의 자유, 민중의 해방~"을 외치는 모습이 진짜 나쁜 놈(;)처럼 보인다니까. 그 와중에도 새 시대를 열자고 외치는 목소리는 또 어찌나 강렬하고 믿음직한지, 저건 그냥 확신범이다.

- 류토트는 오랜만에 만나서 그동안 '마지막 춤'에서 창법의 변화나 이런저런 변화를 줬다고 하던데, 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들려서 좋았다. 후반부에 고음으로 올라가는 부분에서 웃음소리를 넣은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 한동안 못 봤던 "차갑고 냉혹한" 초월적인 절대자, 지배자다운 '죽음'이라 난 그 부분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이게 옥엘리와 류토트가 되면 참 둘 사이에 뭔가 짜릿한 연애감정 같은 건 진짜 눈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는 無케미스트리라, 이것도 미스터리라면 미스터리. 원래도 류토트가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시하지는 않지만, 선영 엘리와는 뭔가 짜릿한 느낌이 있는데, 옥엘리와는 덤덤해도 이렇게 덤덤할 수가 없다. 옥엘리를 대할 때의 류토트를 보고 있으면 저건 죽음 나름의 사랑인가? 이런 물음표가 계속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런 반면 루돌프들과의 합은 또 지나치게 좋으셔서ㅋㅋㅋㅋㅋ

- 어린 루돌프 중에 제일 자그마한 준서지만, 셋 중에 맏형이라는 얘기에 깜짝 놀라고. 감기 걸렸는지 목 상태는 별로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노래하는 목소리는 참으로 곱고 맑은데다 아직 어린 데도 깨알같이 연기도 잘하고 아주 예뻐죽겠다. 그러니 같이 연기하는 토트들은 또 이 어린 루돌프들이 얼마나 귀여울까.
이렇게 작고 여린 준서 루돌프가 동돌프로 자라서, 진짜 오스트리아 군사 학교는 대단하다~ 감탄하고ㅋㅋㅋ류동 그림자송은 뭐 언제 들어도 그 목소리 합이나 둘 다 쩔어주는 성량이라 귀가 호강인데, 이날 더더욱 둘이 성량 대결하듯 서로 잡아먹을 것처럼 불러줘서 참 좋더라. 안 그래도 둘이 호흡이 척척 잘 맞는데, 서로 마음 놓고 지르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날 동석이가 좀 강한 루돌프 노선을 잡았는데, 내 개인적으로는 14일의 동돌프가 레전드여서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이젠 뭐 연기에 물이 오를 대로 올라서 불평할 것도 없다.

- 화요일 공연인데도 객석 호응이 정말 좋아서 배우들도 그 기운 받아서 정말 훌륭한 공연을 완성했는데, '침몰하는 배' 장면에서 화면에 '네트워크 오류'가 딱 뜨는 바람에 참 옥에 티였고, 그럼에도 공연은 정말 좋았어서, 커튼콜 분위기 역시 흥겨운 잔치 분위기였다. 함박웃음 짓는 배우들 보니, 오히려 박수를 보내는 이쪽이 커다란 선물 받는 기분이더라.
그런데 은케니 은산 탈춤은 영 안 돌아올 건가. ㅠ.ㅠ

+ 샤토트 회차 아니라도 일본어 안내방송 나오더라. 그냥 정책이 바뀌었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