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JESUS CHRIST SUPERSTAR)

일   시 : 2013. 04. 26 ~ 2013. 06. 09
장   소 : 샤롯데씨어터
관극일 : 2013. 05. 05 (일) 18:30
음   악 : 앤드류 로이드 웨버, 대본 : 팀 라이스
연   출 : 이지나, 음악감독 : 김은영, 음악 수퍼바이져 - 정재일
캐스트 : 지저스 - 박은태, 유다 - 김신의, 막달라 마리아 - 장은아, 빌라도 - 김태한, 헤롯 - 김동현, 가야바 - 조유신, 안나스 - 우지원, 사제 - 이병현, 베드로 - 심정완, 시몬 - 김태훈, 가짜 선지자 - 심새인 외

- 한 줄 요약 : 계획이란 소용없어~ (feat. 루케니)

- 애시당초 JCS를 두 번만 보고 끝낼 생각이었기에, 이날을 포함해서 앞으로의 관극은 하나 빼고는 모두 예정에 없던 일이라는 거. 하여간 원래 잡아놓은 일정은 이 다음주였는데,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어서 무작정 지르고 보자는 마음으로 잡았더니 11열. 진짜 평소의 나라면 절대 쳐다도 안봤을 자리. 11열을 vip 가격을 주고 보다니 ㅠㅠ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지. 전에 모오락 막공은 현매로 12열에서 봤잖아~ 성남 아트센터 12열에 대면 샤롯데 11열은 양반이지...라며 자기합리화. 그리고 샤롯데는 워낙 무대 객석간 거리가 가까워서 11열도 볼만한데? 하고 실감했다. 물론 지저스가 무대 깊숙이 들어가 있는 씬에서는 오글 생각이 간절했지만, 유다가 워낙 무대 앞쪽까지 나와주니까 유다 보기에는 뒷 자리도 괜찮다 싶었다. 근데 난 지저스 보러왔잖아. ㅠㅠ

- 첫공과 다른 유다와 마리아. 그리고 둘 다 나에겐 뉴페이스. 김신의는 그룹 몽니 출신, 장은아는 보이스 코리아 출신이라는데, TV든 대중 가요든 딴 세상 이야기인지라 알턱이 있나. 그런데 결론적으로 난 이 두 사람이 다 마음에 들었다. 김신의 유다는 첫곡인 헤븐에서부터 오~ 이것이 롹커의 샤우팅! 이라며 감탄했고, 장은아 마리아는 약간 허스키한 음색이 내 취향에 직격, 조금 어색한 연기도 다 커버가 될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아, 그리고 김신의 유다가 한유다보다 딕션이 좋다는 것도 살짝 충격. 한유다 때 이상하게(;) 들리던 가사들 다 제대로 들리더라. 특히 1막 마지막 Damned For All Time에서 뭐래는거야 했던 거 다 알아들겠더라.  

-  두번째 쯤 되니까, Overture가 극에 대한 다이제스트라는 걸 알겠다. 희미한 조명 아래 실루엣만 보이는 인물들이 누군지, 그리고 역광 조명을 받으며 고난 받는 예수의 춤을 추는 저 사람은 절.대.로! 은태가 아니겠구나 하는 것도;

- 한유다의 Heaven On Their Minds에도 감탄했는데, 김유다의 헤븐은 또 이게 바로 롹커의 헤븐! 이라는 느낌이었다. 후음까지 시원시원하게 뻗어나가는 샤우팅에 속이 뻥 뚫리는 상쾌함. 가령 '무얼 원하나~~~~~~~아아아~~' 하고 외칠 때 그 롹커 특유의 쫙 뻗어나가면서 끝에 풍부하게 울리면서 길게 끌어주는 후음이 말도 못하게 좋더라. 유다의 가장 어려운 넘버인 이 첫곡을 이렇게 완벽하게 소화해줘서 난 이것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헤실헤실 풀어졌다. 표정이 좀 일관되고, 몸동작 어색한 거 따위! 다 날려버릴만큼 멋진 소리였다.

- 처음 볼때는 유다와 지저스에 집중하느라 소홀히 했던 마리아. 정선아 마리아가 나빴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비중이 크지 않았고, 늘 해오던대로 잘하는 배우라서, 이 정도는 해주겠지 기대한 만큼 잘해주니까 오오~ 감탄하고 그런 감상은 없었다. 그런데 장은아 마리아는 내가 처음 보는데다, 누누히 말하지만, 음색이 너무나 취향이라. 이미 대중들에 치여서 마음이 굳어진 지저스를 위로하는 Everything's Alright에서, 정마리아는 지저스 뿐만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쳐있는 모두(사도들에 유다까지!)를 품어주듯이 노래한다면, 장마리아는 어디까지나 지저스를 위해서 노래하는 느낌이 좀 더 강하다.

- 첫공에서 나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줬던 Simon Zealotes에서 시몬의 솔로 파트는 떼창으로 바뀌었다. 그래 솔로할 역량이 안되면 물량으로라도 밀어붙여야지.

- 첫공 때도 보면서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몰라서 방황했던 템플씬. 민망해서가 아니라, 왼편에서도 오른편에서도 섹시한 댄서 언냐들이 심상찮게 과격한 섹시 댄스를 추지, 가운데에선 가짜 선지자 양반이 신들린 무당처럼 굿을 한판 벌이지 눈이 두개 뿐이라 뭘 봐야할지 방황하다보면 어느새 뒤쪽에서 은저스 등장.

그런데 참 여기 가사 내용이 신자의 가슴을 콕콕 찌른단 말이지. (이것도 웨버옹의 노림수겠지;)
하느님 이름 팔아 돈벌이에 치중하는, 겉으론 교회이나 사실은 금전교나 물신교를 믿는게 아닌가 싶은 행태들도 떠오르고, 농담처럼 주식회사 예수라고 조롱당하는 모습들도 떠오르고. ㅠㅠ
은저스의 '나가~~~~~~~' 는 참으로 정신이 버쩍들게 하는 일갈. 오랜만에 들어보는 그 금속성 외침이 짜릿하다.
그리고 모두를 쫒아낸 뒤 분을 삭이듯 몰아쉬는 숨소리가 참.......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좋다. 자신이 아무리 애써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 대한 절망, 깊은 무력감, 쾌락만을 쫓는 인간에 대한 환멸 같은 것이 다 느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병자들의 기원. 한 사람 한 사람일 때의 가련함이 뭉쳐지니 무시무시한 열망으로 변하고, 그 열망은 부풀고 폭주하여 거대한 해일처럼 예수를 덮친다. 뭐 지금도 어딘가에선 끝도 없이 이거 해주세요, 저거 해주세요, 누가 망하게 해주세요, 내가 더 잘되게 해주세요, 안들어주면 안믿어요 같은 폭력적인 탄원을 기도랍시고 올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웨버옹의 노림수 2인가;)
게걸스럽게 달려드는 병자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쓸리는 은저스를 보는 것이 마음 아픈 것과 별개로 이 장면의 조명과 군무는 참 마음에 든다.

- 장마리아의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은 역시 기대한 만큼 좋았는데, 이 장면에서 무심코 시선을 뺏기게 되는게, 마리아가 노래하는 뒤로, 마치 그림처럼 앉아서 기도하는 은저스의 모습이다. 어쩌면 저렇게 자세가 좋은지. 내가 또 곧은 자세 이런 거 덕후라. (만사이 상에게 반한 계기가 바로 그 올곧은 정좌 모습에 홀랑 반해서였다.) 진짜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 같은 기도하는 모습이다. 이게 마리아의 상상속 포옹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것과 맞물려 정말 좋은 장면이 나와서 귀는 물론 눈도 호강하는 느낌.

- 지난 첫공 때는 1막의 주인공은 유다구나 했는데, 이날은 이렇게 지저스에 몰입해서 보다보니, 이 뒤에 유다가 나와서야 어라 잊혀졌던 유다가 이제야 나오나..싶었던;;
김유다는 기본적으로 한유다보다 어리다. 나이로 그렇다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모든 행동이나 사고력이 그렇다. 예수를 팔아넘기는 이 장면에서 한유다는 세 제사장과 비교적 대등한 입장으로 서있는데, 김유다는 세 제사장 사이에 앉아서 그들을 올려다보며 시선을 이리저리 방황한다. 그게 마치 그들의 권위에 눌려 자백하는 듯한 인상이다.
한유다의 경우는 굉장히 망설이고 고뇌한 끝에 겟세마네를 힘겹게 말하는데, 김유다는 의외로 선선히 불었다...는 인상이 드는 것도 그런 탓이 크다. 어리버리 아직 어려서 세상 경험이 없는 녀석을 데려다 제사장들이 어르고 달래서 대답을 끌어낸 형국. 그래서 김유다는 예수를 부여잡고 발치에 엎드린 다음, 천천히 앞으로 나가는 그를 붙잡으려 손을 내밀다가 차마 잡지 못하고 목놓아 울어버린다. 정작 울고 싶은 게 누군데, 니가 먼저 통곡하는거냐 하는 마음이 드는 한편, 이제야 지가 저지른 일의 중대함을 깨닫고 저리 서럽게 울부짖는 어린 양을 어이할꼬 싶은 마음도 드는 것이다.

- 2막 시작은 최후의 만찬으로 시작되는데, 사도들의 노래가 참 너무나 동네 성가대스러워서; 스승의 마음 속은 이미 최후를 바라보느라 심란하기 그지없는데, 태평스럽게 사도가 되서 좋아요~ 골치아픈 일 지금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알게되겠죠~ 이러고 있으니, 저런 것들도 제자라고 거둬들인 지저스께서 울화가 치밀지.
여기서 유다와 지저스의 정면대결!이 참으로 흥미진진 한데, 의외로 김유다가 바락바락 대들어줘서 거기에 맞춰 은저스도 카랑카랑하게 맞선다. 한유다는 일단 한수 접고 들어가는 게 눈에 보이는데, 김유다는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라는 듯 대들고, 떼를 쓴다. 역시 어린 유다.

- 겟세마네. 내가 부르다 죽을 겟세마네. ㅠㅠ 지난 공연 때도 좋았는데, 이날은 진짜 훨씬 더 좋아져서, 중간 박수도 없었고, 노래 끝나고 객석 어딘가에서 브라보~! 가 터져나왔다.
이 날이 공연 시작하고 일주일 째던가, 목상태가 5/1 보다 훨씬 좋아서 Why~~~ 샤우팅에서 김유다가 질러줬던 것 같은 그런 후음이 쭉 뻗어나가는데 끝까지 갈라지는 소리 하나 없이 풍부한 울림을 들려줘서 정말 좋았다. 전반적으로 소리에 강함이 묻어나와서 실리는 감정도 좀 격했는데, 흔들리는 맘, 지쳐버린 몸에서 흐느낌은 또 물기가 잔뜩 서려있고, 마음 다잡은 뒤로 독하게 내뱉는 건 또 강하게 치고 나와서, 두 눈 똑바로 뜨고 나의 비참한 죽음을 지켜보라는 외침이 들리는 듯 했다. 착한 아들이 화나면 이렇게 화를 내는구나 싶었;

- 김유다의 수퍼스타는 한유다의 잔망스타(;)에 비하면 좀 많이 심심한 편이었고, 여전히 가림막 뒤에서 뭘 하는지 보려면 11열에 앉은 나는 눈에 아무리 힘을 줘도 잘 보이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이었고;

- 십자가 씬에서 쓸데없이(?) 리얼한 은저스의 디테일에 내 숨이 다 막혀왔다. 기절했다 깨어남을 반복하며 몰아쉬는 숨소리, 신음소리, 고통스런 절규 ㅠㅠ 촛불이 꺼져가는 듯 목소리의 힘이 빠지고, 마침내 불이 사그라들며 한줄기 연기가 피어오르듯 공기중에 흩어지는 '다 이루었다' 한 마디.

정말 당신은 뭘 이루시고 가셨나요.


+ 이날 공연으로 긴가민가했던 감정이 정리가 됐다. 이건 달려야해. ㅠ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JESUS CHRIST SUPERSTAR)

일   시 : 2013. 04. 26 ~ 2013. 06. 09
장   소 : 샤롯데씨어터
관극일 : 2013. 05. 01 (수) 20:00
음   악 : 앤드류 로이드 웨버, 대본 : 팀 라이스
연   출 : 이지나, 음악감독 : 김은영, 음악 수퍼바이져 - 정재일
캐스트 : 지저스 - 박은태, 유다 - 한지상, 막달라 마리아 - 정선아, 빌라도 - 김태한, 헤롯 - 김동현, 가야바 - 조유신, 안나스 - 우지원, 사제 - 이병현, 베드로 - 심정완, 시몬 - 김태훈, 가짜 선지자 - 심새인 외
줄거리 :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7일 전의 이야기를 유다의 시각에서 풀어낸 이야기. 그리고 신자인 나에게는 한마디로 성주간 이야기

- 한 줄 요약 :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ㅠㅠ

- 일단 이 뒷북도 한~~~참 철지난 뒷북 후기에 들어가기 전에.
 난 태어나보니 이미 천주교 신자였고, 말을 깨우치기도 전에 이미 유아 세례라는 걸 받은 상태였으며, 어릴 때부터 활자중독 기미가 있어서 집안에 돌아댕기는 공동번역 성서를 전래동화 읽듯 읽고 자랐다. 그렇다고 뭐 내가 독실한 신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라서;; 지금은 냉담자이고, 한때 최인호 작가의 '길 없는 길'을 읽다가 아~ 불교도 참 좋구나 감화된 이력도 있더랬지만, 뭐 신부님 말마따나 이미 이마에 印이 새겨진 거 팔자려니 하는 날라리 신자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인호 작가 역시 천주교 신자라고;)

뭘 이렇게 장황하게 고백하는가 하면, 사실 아래 증거 포스팅도 있지만, 난 전부터 은태가 JCS를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 목소리로 겟세마네를 불러주면 얼마나 끝내줄까 바랐던 사람이다.

http://redlover.tistory.com/520 - 2011.07.05 모차르트! 후기 중

- 마술피리, 레퀴엠에 이어지는 모차르트! 모차르트!는 이제 내 귀엔 완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로 들린다. 빨마 가지 높이 들어올려 호산나를 외치던 그 목소리가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라고 돌변하는 그 비정함. (아~ 언젠가 은태 배우가 좀 더 관록이 쌓여서 겟세마네를 불러주면 참 좋겠다.)

http://redlover.tistory.com/598 - 2011.12. 09 햄릿 후기 중

- '피는 피로써' 넘버는 매 공연 참 계속해서 레전드를 찍어주니 내가 더이상 어떻게 더 찬양할 수식을 못 찾겠다. 그런데 정말 그 허리에 감은 천하며,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자꾸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와 겹쳐보여서, 언젠가 은태가 꼭 JCS를 해줬으면 좋겠다. 아우, 저렇게 파워가 붙은 목소리로 질러주는 겟세마네는 얼마나 처절할까.


그랬는데, 막상 희망이 이루어졌는데, 나는 망설이고 말았던 것이다. 내가 과연 매번 십자가에 못박히고 매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라는 게 하나. 그리고 올해 부서가 바뀌면서 적응하느라 시간 내는 게 전 같지 않아서라는 게 둘.
그래서 바보처럼 2차 티켓팅엔 참전조차 안했다지;; 하여간 그런 미묘한 감정을 안고 잡은 자체 첫공은 노동절 밤공이었다.

- 첫공에 대한 감상은 우선은 압도적인 음악음악음악. 극 내용에 대한 선호와 별개로 나는 JCS의 음악을 정말 좋아해서 수시로 ost (1996년 런던 캐스트, 그 스티브 발사모가 캐스팅된)를 듣기도 하고 했는데, 역시 날 것의 힘이란. 거기다 정재일의 편곡이 더해지면서 음악이 더 박력있고 세련되어졌다. 오버추어 시작의 일렉기타 선율에서부터 전율이 오더니만 무릎 꿇은 유다 위로 십자가가 내려오며 웅장하게 울려퍼지는 수퍼스타로 마무리되는 이 장엄함이란. 난 무슨 장엄미사곡 듣는 기분으로 오버추어의 끝부분을 감상했고, 이때 벌써 직감했다. 원작의 발칙함을 한국에서 기대하기는 좀 어려울지도...하고.

- 그러고선 다시 십자가가 올라가고 성극에서 자주 듣던 허밍이 들려오는 가운데 무대 오른편에서부터 지저스로 추정되는 그가 등장하는데, 난 이 첫 장면에서부터 은저스의 홀리함에 깜짝 놀랐다. 후방 조명으로 인해 생긴 실루엣이 흔히 그림속에서 자주보던 예수님이네? 언제 머리가 저렇게 길었지? 프로필 사진 찍을 때만해도 저렇게 길지 않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그 고요하고 정적인 걸음걸이를 넋을 잃고 쳐다봤다. 아직 노래 한 마디, 대사 한 마디 하지 않았는데, 등장만으로 벌써 압도되는 그런 느낌.

- 속으로 일났다...고 느낀 오프닝에 한지상 유다의 Heaven On Their Minds가 시작되는데, 어우 지저~~~~~~~~스 내뱉는 그 일성에서 다시 한 번 넉다운. 잘한다. 진짜 끝내주게 잘한다. 이 곡이 시작부터 참 쉽지않은 곡인데, 정말 감탄스럽게 잘 부르더라. 넥스트 투 노말과 공연이 겹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저 쩌렁쩌렁한 목청은 대체 뭐람. 게다가 슬림한 몸선에 허기진듯한 눈빛이 진짜 딱 내 상상속의 유다다.
한유다는 지저스에 대한 태도가 뭐랄까 감히 손댈 수 없는 분? 최후의 만찬에서 바닥을 기어가고, 엎드려 사정할 때도 그 옷자락에 손도 대지 못하더라. 벌벌 떨리는 손을 간신히 발을 감싸고 부들부들 떠는 거 보면서, 어라 이 유다 취향일세...라고 생각한 내가 너무 경박한 걸까나;

- 초반에 이렇게 집중해서 극에 몰입해서 보다가 나에게 찬물을 끼얹은 게 두서너 일고여덟가지가 있었는데, 영어가 1/3 쯤 들어간 노랫말 -_-+, 화음을 이루지 못하고 깨진 유리같은 생목소리로 질러대던 앙상블, 저음불가 가야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순간 내가 뭘 들은거야 싶었던 Simon Zealotes 에서 시몬...이라고 생각되는 배우의 솔로 파트. 시몬 질럿 끝나고 쨍하니 얼어붙은 객석 분위기가 참...뭐라 말할 수 없이 민망했다.
가야바 역을 하신 배우분은 그분이 못한다기 보다는 음역대가 맞지 않아서 생긴 문제로, 우리나라에 베이스를 제대로 소화할만한 배우분이 그렇게 많지는 않겠지만, 제작진의 성의 부족이라고 느껴졌다.

- 그리고 겟세마네. 음원으로 공개됐을 때, 참 곱게도 부른다며, 저래서야 평생 은언니를 못 벗어나지 했더랬다. 당연히 공연에선 다르겠거니 예상을 하고는 있었다. '내 운명 피하고 싶어'도 스튜디오 녹음과 본 공연에서 굉장히 달랐으니까. 그런데 이건 내 예상을 뛰어넘는 진폭이었다.
여리게 파르르 떨면서 시작하는 초반을 지나 본격적으로 이건 부당하잖아요!를 외치는 Why should I die? 의 저 감탄스런 Why~~~~~~ 샤우팅 하며, 후반부에 체념하며 눈물 또르르 떨구며 부르는 '당신 손에 정해진 운명'에 대한 한탄, 그리고 받아들였으되 가시지 않는 원망스런 마음 가득 담아 '찢고 쳐서!' 죽이시라고 독기를 내보이는 마지막까지 진짜 숨도 못쉬고 울먹울먹.
그런데 정말 너무 아까운 건, 감정이 고조될만 하면 등장하는 영어 가사가 어찌나 중간 중간 찬물을 끼얹던지. ㅠㅠ 나오려던 눈물이 쏙 들어가더라.

- 이 뮤지컬의 궁극의 주제라 할 수 있는 수퍼스타. 갑자기 거미줄에 걸린 십자가 무늬의 가림막이 내려오더니 한유다의 콘서트가 시작됐다. 하얀색 아프로 헤어의 유다걸들과 같이 등장해서 개인기 시간을 펼치는 한유다의 잔망스러움이란. 그런데 썩 좋지 않은 음향에, 애드립이 반인 노래를 듣고 있자니, 이거 주제가 아니었어? 싶은 마음이 들더라.

사실 딱히 연출의 의도랄까 이런게 잘 안보이기도 했지만, 저 거미줄에 걸린 십자가가 연출의 단 한번 뿐인 소극적인 의사표현처럼 보였다. 유다는 계속 '당신은 누군가? 당신은 뭘 위해 희생한건가?' 묻는다. 그런 물음에 연출은 예수의 죽음이 신의 계획이라기보다는 인간이 쳐놓은 거미줄에 걸린 덧없는 희생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거 치고는 그 의사표현이 너무 소극적이고, 눈치를 보는 거 같아서 실소가 났지만. 아니 십자가 형을 당하는 예수를 왜 가림막 뒤에 배치해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예수의 모습을 가리는 건지? 여기서 유다는 그냥 씐나씐나 콘서트를 하기만 해서는 안되고요, 예수의 고난을 조롱하고, 말도 안되는 신의 뜻을 비웃어줘야하는 거 아닌가? 근데 왜 저렇게 미리 방어선을 굳건하게 치는 걸까? 안그래도 극을 보는 내내 이거 복음서 내용에 너무 충실한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여서, 도대체 어디가 발칙하다는 거지? 했더랬다.

- 그랬는데, 허공에 떠오르는 십자가라니 ㅠㅠ 그리고 그 십자가 위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표하는 신음소리에 갑자기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 내가 문장으로만 읽어왔던 구절들이 생생하게 소리가 되어 재생되고 있는 느낌. 막연히 고통스러웠겠지 하던 것과 눈과 귀로 생생하게 전해지는 건 전혀 달랐다. 외국어로 듣는 것과 모국어로 듣는 것과의 차이도 있겠지만, 굉장히 충격적인 경험. 
그리고 모든 소리가 사라진 정적 속에 희미하게 들려온 '다 이루었다.' 한 마디는 꾹꾹 틀어막고 있던 눈물샘을 기어이 터트리고 말았다. 처연하게 흐르는 겟세마네 현악기 버전과 함께 십자가 위로 핀조명이 떨어지는데, 그 순간 십자가에서 눈물 한방울이 반짝하며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내 가슴에도 그 눈물이 묵직하게 떨어졌다.

- 위에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날 심봤다~ 싶었던 배우가 있었는데, 빌라도 역의 김태한 씨. 저음은 저음대로 중후하시고, 질러줄 땐 파워풀하게 질러주시는데다가, 사실 의상이 좀 어찌보면 우스운 은갈치(;) 토가였는데도 잘 소화하시고, 무엇보다 냉소적인 로마 귀족풍의 집정관을 보여주셔서 좋았다. 채찍신에서 영어로 숫자세기는 연출의 잘못으로 하고;

- 막이 내려가고 나서도 한동안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커튼콜 때, 새벽빛 같은 조명 사이로 은저스가 걸어나오는데 참 울컥하더라. 게다가 음악은 또 왜 그리 좋은지. 한유다의 수퍼스타 커튼콜에 휘발될 뻔한 감상을 끌어안고 공연장을 나서면서, 앞으로 잡은 표가 한 장 뿐인 상황을 떠올리며, 내 운이 그렇지 ㅠㅠ 하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그러게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ㅠㅠ
나의 모든 것을 가져가소서
당신께서 원하시는대로 쓰소서

 



한밤중에 불쑥 팬심이 끓어올라서;;
BGM : SimpliCity 1집 - 아버지(feat.박은태)

전에 피맛골연가 한창 앓을 때 '야뇌'라는 곡이 나왔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팬심이라지만, 그 가사 내용이 어떻게 들어도 혼자 버려진 김생의 노래처럼 들렸다.
그러더니 JCS에 홀랑 빠져서 허우적대던 때에 이 곡이 들려왔다. 음반이 나온 시기를 생각해보면 아마도 루돌프 하던 때에 녹음한 게 아닌가 싶은데도 참... 이렇게 맞닿은 정서라니.

여하튼 밀린 후기 2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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