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10월 10일이라는 것을 깜박 잊고 넘어갈 뻔했다. --;
다른 사람에겐 어떨지 몰라도 슬램덩크의 사쿠라기 하나미치의 팬에게는 그의 등번호 10이 두 번 겹치는 경사스런 날이다. 작년에는 재탕으로 넘어갔고, 올해는 생일 챙겨준 것 외에는 관심이 온통 미키신에 쏠리는 바람에 등한시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을 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를 이루고 있는 성분 중의 하나는 하나짱 러브~ 니까. (하나 짱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내가 아니다!)
농구에서 10번은 그렇게 중요한 숫자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게 축구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각 팀의 에이스라 불리는 선수들은 모두 10번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펠레를 시작으로 마라도나(때문에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10번이 영구 결번이 되기까지 했다.) 영국의 오웬, 프랑스의 지단 등등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에게 부여하는 등번호가 10번이다. 박주영 선수도 지금 팀에서 10번을 달고 있다. (대표팀의 10번은 아니지만)
슬램덩크는 농구지만, 나는 강백호의 저 10번은 북산의 대표선수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북산이라는 농구팀에는 여러 선수가 있고, 제각각 주인공의 자격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이지만, 나는 강백호-하나미치 사쿠라기-야말로 북산의 팀컬러를 대표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무명의 서투른 선수(팀)이지만, 그 잠재된 가능성은 끝을 모르고, 성장 또한 빠르다. 농구를 진정으로 즐길 줄 알고, 농구를 좋아하는 마음에 거짓은 없다. 완성도 높은 세련된 플레이는 보여주지 못할지 모르지만, 사람을 끌어들이는 폭발적인 열정과 전력을 쏟아내는 플레이를 한다.
그리고 아직 성장하는 중이다.
앞으로 어디까지 자랄 것인지 아무도 그 끝을 예측할 수 없다.
물론, 더 뻗어나가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저 등번호를 지고 있는 강백호가 더 높이 날아오를 거라는 것을 믿고있다.
작품은 끝나도 플레이는 계속된다.
어딘가에서 아직도 열심히 달리고 있을 하나짱에게 응원을 보낸다. 아자!

(그리고 그 에너지의 일부라도 받아보고 싶은 중늙은이가 여기 한 명, 에구 허리야;;)
오늘은 일반적으로 만우절로 인식되는 날일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장국영의 기일로 인식되기도 하는 날이기도 하다.

나에겐 사쿠라기 하나미치의 탄생일이라는 의미가 있는 날이다.
하나미치의 생일이 만우절이라는건 글쎄 너무 하나미치다워서 작가의 센스에 감탄할 따름이다.
(참고로 루카와는 1월1일생이다. 이것도 뭔가 너무나 루카와다워서.^^;;)

하나미치가 나에게 끼친 영향.

벚꽃을 보고 예쁘다...라는 생각은 할지언정, 좋아하지는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반일감정에서 우러나온 무슨 의무감 같은 것이기도 했어서 일부러 벚꽃놀이도 안갔었다.
(게다가 일본인들이 즐기는 건 벚꽃이 지는 걸 보러가는 거라는 둥 하는 소릴 들어서, 그게 무슨 청승이냐고;;)

그런데, 슬램덩크를 알게되고, 하나미치를 알게되면서 나는 벚꽃을 정말 좋아하게됐다.
(일종의 금기를 깨뜨려준 셈인가.)

그리고 몇 년 전(벌써 그만한 세월이 흘렀다;) 생애 처음으로 동호회 사람들과 같이 윤중로에 벚꽃놀이를 갔었던 일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끝도 없이 이어진 벚꽃길의 아름다움에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시종일관 아름답다, 멋지다, 예쁘다..는 말이 입에 붙어버려서...



강백호를 보면 어쩌면 저렇게 일제히 확 피어나는 벚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아름답고도 폭발적으로 일시에 꽃을 피우고, 한 순간에 확 스러져버리는...
물론 하나미치는 다시 다음 해에 더욱 아름다운 꽃을 피울 것이고,
그 다음 해에는 또 더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다.

오른손...을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작년에도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더 예쁘다.'
올해의 벚꽃을 보면서 나도 똑같이 그런 생각을 할 것을 알고있다.

아, 벚꽃하니 생각나는 것.
이번 하루카 마츠리에서 미코의 요청으로 벚꽃놀이 자리맡기를 하러 새벽부터 아무도 없는 장소에 혼자 서 있던 요리히사라든가, 급급여율령으로 벚꽃을 다 지게 해놓고, 여기서 계속 기다리면 내년에도 벚꽃은 피니 '문제없다'는 야스아키 (물론, 직접 본건 아니고, 전부 전해들은거지만)
언제나 생각의 끝은 그리로 달려가는 거냐. OTL

오늘 하루, 하나미치에게 슬램덩크 1기 오프닝인 "君が好ぎだと叫びたい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싶어)" 를 바친다.

ps.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부 나무와 관계가 깊다.

林佳樹(요시키 하야시), 桜木花道(사쿠라기 하나미치), 三木眞一郞(미키 신이치로)
아름다운 나무로 숲을 이룬 요시키, 벚나무 꽃길이 하나짱, 나무가 세 그루 미키신.
뭔가 굉장하다고 혼자 납득하고 있다. ^^;;
10월 10일 기념 (하지만, 재탕 OTL)

슬램덩크를 처음 만났던 날.
나는 대입시험이 끝난 널럴한 고3이었다.
나와 동생은 3살 터울이라 동생도 나도 입시생 신세였지만, 고입은 입시로 쳐주지도 않았고, 나도 대입시험이 끝난 뒤라 시간이 남아돌던 그런 겨울날이었다.

동생이 지 친구한테서 만화책을 빌려왔는데 그때만해도 이 만화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도 모르는채 1권을 집어들었다.

← 바로 요거

정말 잡고나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읽었다.
동생이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나보다 읽는 속도가 느려서 다음 권을 내놓으라며 먼저 읽겠다고 각축전을 벌였었다.

초반부는 보통의 소년만화다운 전개였다.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위해 열혈소년이 농구부에뛰어들어 필생의 라이벌을 만나고, 하나씩 레벨을 클리어하듯 농구를 습득해나가는..

어찌보면 강백호는 소년만화의 '전형적인' 주인공 이 될 수도 있었고, 슬램덩크도 그냥 재미있는 학원만화로 머물렀을 지도 모른다.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농구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면.

처음엔 루카와를 주인공으로 한 농구 만화를 그리려다 편집부의 반대에 부딪혀서 하나미치를 주인공으로 하는 학원물로 시작했다던가. 일본에서 인기있는 스포츠는 야구나 축구정도니까.
(만약 서태웅이 주인공이었다면 어떤 전개가 되었을까.
그랬다면, 나는 주인공 서태웅을 하나짱 만큼 좋아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표지를 펴고 독자와의 첫 대면!

↑ 이 첫 등장을 보고 어느 일본 팬은 강백호의 첫 대사는 '깨진 하트' 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불행하게도 첫 인상이 이 모양이라, '못생긴 강백호'에 대한 뿌리깊은 고정관념이 생겨버렸다.
하지만, 잘 보면 강백호는 오히려 남자답게 잘생긴 편이라고 생각한다.
빨강머리의 리젠트가 불량스러워서 이미지에 마이너스 영향을 끼치기는 하지만, 짙은 눈썹과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가 좀 인상을 사납게 보이게 하기는 하지만, 시원스레 뻗은 곧은 콧날, 반듯한 이마, 적당히 볼륨감 있는 입술, 단정한 얼굴선등 서태웅같은 '미소년'의 범주에는 들어가기 힘들지 몰라도, 정말 남자답게 잘 생긴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팬이라서 이런 오해에는 가슴이 아픔..)

아래, 서태웅과의 첫 만남 편을 보자.
옥상에서의 첫 대면으로 아직 소연이가 짝사랑하는 '서태웅'인지는 모르는 상태다.

↓'저 놈 혼자 해치운건가?' '누구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듯..


사람의 인상은 눈이 절반을 차지한다고 하는데, 하나미치의 경우는 눈이 차지하는 인상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 듯 하다.

이 장면은 루하나 팬들에게는 곧 바이블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으로, 하나미치가 자신의 파트너라이벌로서의 루카와를 가늠해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비슷한 깜냥의 수컷 둘이 서로를 재보고 으르렁거리는 장면이므로, 나는 가끔 이 컷에 동물의 왕국이 라는 부제를 붙이고 싶어진다. =_=;


어쨌든 첫 만남 이래로 벌써 10년이 넘었다.
10년을 한결같이 폭발적인 에너지로 타오른 건 아니지만, 연재가 끝난지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고 계속 타오를 수 있었다. 이런 것이 바로 '인생의 만화'라는 것이겠지.

앞으로도 이런 만화, 이런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까..


간신히 생겼어요.
영감님이 말했던거..




간신히..





단.호.한. 결.의.라는 것이...




슬램에서 발을 뺀다...라는 의미는 보통 슬램 패러디에서 발을 뺀다..라는 말과 동의어다.
원작에서 멀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나도 한동안은 슬램에서 '발을 뺀' 상태였었다.
그런데, 왜이렇게 다시 타오르냐고.

많은 선배들이 말씀하신 만고불변의 진리..
이제쯤 괜찮겠지... 해서 원작을 집어들었다가 다시 빠져들었다. 슬램의 위력이란~

저 위의 한 컷이 나를 타오르게 만든 결정적 장면!! 이다.

물론 전에도 이 장면의 하나미치는 좋아했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 하나짱은 이렇게 멋지고 훌륭할까~ 하는 초등학생적인 동경이 90%.
그런데, 오랜만에(라고 해도 몇개월 사이에) 다시 집어들어서 본 이 컷에서 나는 진심으로 '오싹'함을 느꼈다.
말하자면...그....강렬한 섹스어필로서;;;;
그리고 그 한컷에 온전히 닮겨진 '사쿠라기 하나미치'라는 존재에 폭 빠져버렸다.

등 부상으로 선수생명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상대는 최강이라 불리는 산왕에 아직 점수차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언지 찾아낸 사람의 얼굴.
그 원하는 것을 하기위해 고통을 참는 남자의 얼굴은 얼마나 섹시한지..

보고있으면 누구나 희망을 믿을 마음이 생기게 만드는 사람*

그게 사쿠라기 하나미치다.
팀원들마저 '패배'라는 두 글자를 떠올리고 있을때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말도 안돼는' 희망을 끝까지 놓지않는, 그게 강백호다.

어떻게 저런 태양같은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슬램덩크 패러디 소설 동인 밤사꾸라회의 "메모리즈"라는 소설 중 루카와의 독백 인용.)
((책이 없어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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