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기념
(하지만, 재탕 OTL)
슬램덩크를 처음 만났던 날.
나는 대입시험이 끝난 널럴한 고3이었다.
나와 동생은 3살 터울이라 동생도 나도 입시생 신세였지만, 고입은 입시로 쳐주지도 않았고, 나도 대입시험이 끝난 뒤라 시간이 남아돌던 그런 겨울날이었다.
동생이 지 친구한테서 만화책을 빌려왔는데 그때만해도 이 만화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도 모르는채 1권을 집어들었다.
← 바로 요거
정말 잡고나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읽었다.
동생이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나보다 읽는 속도가 느려서 다음 권을 내놓으라며 먼저 읽겠다고 각축전을 벌였었다.
초반부는 보통의 소년만화다운 전개였다.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위해 열혈소년이 농구부에뛰어들어 필생의 라이벌을 만나고, 하나씩 레벨을 클리어하듯 농구를 습득해나가는..
어찌보면 강백호는 소년만화의 '전형적인' 주인공 이 될 수도 있었고, 슬램덩크도 그냥 재미있는 학원만화로 머물렀을 지도 모른다.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농구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면.
처음엔 루카와를 주인공으로 한 농구 만화를 그리려다 편집부의 반대에 부딪혀서 하나미치를 주인공으로 하는 학원물로 시작했다던가. 일본에서 인기있는 스포츠는 야구나 축구정도니까.
(만약 서태웅이 주인공이었다면 어떤 전개가 되었을까.
그랬다면, 나는 주인공 서태웅을 하나짱 만큼 좋아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표지를 펴고 독자와의 첫 대면!
↑ 이 첫 등장을 보고 어느 일본 팬은 강백호의 첫 대사는 '깨진 하트' 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불행하게도 첫 인상이 이 모양이라, '못생긴 강백호'에 대한 뿌리깊은 고정관념이 생겨버렸다.
하지만, 잘 보면 강백호는 오히려 남자답게 잘생긴 편이라고 생각한다.
빨강머리의 리젠트가 불량스러워서 이미지에 마이너스 영향을 끼치기는 하지만, 짙은 눈썹과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가 좀 인상을 사납게 보이게 하기는 하지만, 시원스레 뻗은 곧은 콧날, 반듯한 이마, 적당히 볼륨감 있는 입술, 단정한 얼굴선등 서태웅같은 '미소년'의 범주에는 들어가기 힘들지 몰라도, 정말 남자답게 잘 생긴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팬이라서 이런 오해에는 가슴이 아픔..)
아래, 서태웅과의 첫 만남 편을 보자.
옥상에서의 첫 대면으로 아직 소연이가 짝사랑하는 '서태웅'인지는 모르는 상태다.
↓'저 놈 혼자 해치운건가?' '누구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듯..
사람의 인상은 눈이 절반을 차지한다고 하는데, 하나미치의 경우는 눈이 차지하는 인상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 듯 하다.
이 장면은 루하나 팬들에게는 곧 바이블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으로, 하나미치가 자신의
파트너라이벌로서의 루카와를 가늠해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비슷한 깜냥의 수컷 둘이 서로를 재보고 으르렁거리는 장면이므로, 나는 가끔 이 컷에 동물의 왕국이 라는 부제를 붙이고 싶어진다. =_=;
어쨌든 첫 만남 이래로 벌써 10년이 넘었다.
10년을 한결같이 폭발적인 에너지로 타오른 건 아니지만, 연재가 끝난지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고 계속 타오를 수 있었다. 이런 것이 바로 '인생의 만화'라는 것이겠지.
앞으로도 이런 만화, 이런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