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서트 끝나고 일주일이 다 돼가도록 여운이 남아 그 후유증으로 아직도 콘서트 후기 블로그 순회중이다. 이런 건 가슴에 담아둬 봐야 해결이 안 되니, 뒤죽박죽 수다나 한 판…
- 칸노 상 이름을 처음 마음에 담아둔 게 언제였더라~ 곰곰히 생각해보니 카우보이 비밥 때였다. 투니버스에서 해주는 걸 우연히 보게되면서, 엔딩곡인 Alone이 오리지널이라는 걸 알고 더 열광했더랬다. 그리고 나도 Real folk bluse 부른 사람이 여자인가 남자인가 꽤 오래 고민했었다.
-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 얘기지만, 나는 친구에게 "에스카플로네는 음악에 눌리는 애니"라고 평한 적이 있었다. (<-맞을래연;) 에스카플로네가 등장할 때 나오는 '에~스카~플로네~'라는 장중한 합창이 그 때는 뭐랄까 너무 비장하지 않나 그랬더랬었다.
- 칸노 요코라는 기대감에 차올라서 봤던 첫 애니는 Wolf's rain. 오프닝의 Stray에서부터 엔딩의 Gravity까지 귀가 즐거운 애니였다. 중간에 지난 줄거리 4회가 아니었더라면,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지도. (나한테;;)
- 공각기동대 SAC를 봤을 때 내 첫 마디는 "쿠사나기 소령이 예뻐졌어!" 였다. 오시이 마모루의 극장판에서 보여준 중성적인 매력과 비교했을 때 TV판의 쿠사나기 소령은 훨씬 여성스러워졌고, 그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극장판이 여성이면서 동시에 남성같다는 양성적 매력을 품고 있었다면, TV판은 확실하게 강한 여성이라는 이미지가 더 커서 저절로 "누님" 소리가 나왔다.
- 오프닝의 강렬함 때문일까, 나는 Origa에 어느새 쿠사나기를 투영하고 있었다. 음, 뭐라고 할까. 그 신비롭고 몽환적이면서 어딘가 범접할 수 없는, 뭐든 반사할 것 같은 투명한 음색이 쿠사나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Origa의 목소리는 내게 참으로 이중적인 목소리로 다가오는데, 사이버틱한 미래 도시의 허무, 차가움을 그렇게 잘 표현할 수 없는가 하면, 한 편으로 원생적인 태초의 소리라고 할까, 그런 면도 가지고 있다. 그건 그녀가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창법을 구사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그날 콘서트에서 직접 자기소개를 하라는 칸노 상의 말에 "オレがOriga" 라고 오야지 개그 한 거 나는 정말 좋았다. (이런 오야지 개그 좋아함;)
- 참, 펑키한 스타일의 칸노 상에게 살짝 충격 받았었다. 포스터 사진은 위장용이었던 거야. 그리고 콘서트 내내 씰룩씰룩 엉덩이~ 콘서트에서 작곡가는 뭘 하면 되나 같은 걸 생각했더랬었다. 노래는 가수가, 연주는 세션이. 그럼 작곡가는? 춤을 춘다. ^^;; 흥에 겨워 어깨춤도 절로 나고, 때로는 같이 연주하고, 노래도 하고, 지휘도 하고 그렇게 자기 음악에 녹아드는 거다.
- 지금도 콘서트 생각하면 제일 먼저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음악은 Torukia다. 다른 곡들도 다 주옥같은 곡이고 Blue나 한국어 버전의 반지의 감동도 컸지만, 나는 초반부터 세 분이 같이 나와서 함께 노래해 줄 거라고 전혀 상상도 못했었고, CD 보다 훨씬 박력이 넘치는 Torukia가 계속 머릿속을 멤돈다. 콘서트 예매 사이트에는 간단하게 가수 이름과 곡명만 있어서, 나는 정말 이 세분이 한 무대에서 서로 코러스를 넣어주고 자기 노래가 아닌 다른 곡도 불러 주실 거라고 상상도 못했었다. 그리고 자기 노래도 아닌데, 그렇게 잘 소화해 내실 줄은 더더욱 몰랐다.
- 칸노 상의 콘서트 후기를 찾아 각종 블로그를 돌아다니다가 아무도 칸노 상의 코러스에 대해 말이 없어서 혹시 내가 잘못봤나? 내가 무대 왼쪽에 있다보니 각도상 칸노 상이 노래하는 것처럼 보였던 건가 혼란스러웠는데, 드디어 funnybunny 님이 확인해주셨다. 그날 칸노 상, 가브리엘라 로빈의 일면도 보여주셨더랬죠. 제가 기억하는 건 라그나로크 음악 중 Prontera field에서 불러주신 것 같은데, Blue에서도 불러주셨다는 얘기가 있네요. 사실 Blue는 야마네 상에 너무 압도돼서 다른 건 기억이 잘 안나서;;
- 악기도 잘 다루시는 칸노 상. 그날 선보인 건, 신디사이저, 피아노, 아코디언, 하모니카, 리코더인지 피콜로인지 아무튼 피리, 붉은 호스 등. 호스를 빙빙 휘두를 때 나는 소리가 그렇게 스산한 바람소리가 나는 지 몰랐다.
- 라그나로크 음악 중 Sailing에서 나는 퍼커션의 타마 짱이라는 분을 주시했었다. 악기 이름은 모르겠지만, 마치 조개껍질을 잔뜩 모아서 한 데 묶어놓은 것 같은 걸 흔들 때마다 진짜 바다 소리, 파도 소리가 나더라. 그 소리 날 때마다 신기해서 시선 고정.
- 쿠키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소개받은 발레리나 분. 처음에 쿠사나기 코스프레 하시고 나타나시고, 뒤에는 우아한 검은 드레스, 또 나중엔 검사로 변신하시고. 생각해보면 주로 라그나로크 음악을 연주할 때 나와주셨던 듯 한데,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서 좀 생뚱맞지 않나 싶었는데, 참 어여쁘신 몸매에 우아한 춤사위를 보여주셨다.
- 객석의 반응. 초반엔 진짜 석상. 오죽하면 Player 때 야마네 상이 객석 분위기를 띄우시려고 그리 노력하시는데도 거의 호응이 없더라. 그런데 웃긴 건, 돌아다니며 본 블로그 중, 어떤 분은 사람들이 곡 하나 끝날 때마다 소리치고 박수 치더라면서 욕하더라;; 아니, 오페라에서 아리아가 끝나도 반주가 남았다고 박수 안 치십니까;; 이건 무대위에 계신 분들을 향한 최소한의 성의 표시라 생각하는데요. 물론, 타이밍 잘못 잡아서 곡을 망친다거나 해서는 안 되겠지만.
- 나는 라그2 OST의 Intro thema도 윤현수 군이 부른 건줄 알았는데, OST에 이름이 안 나왔다고 한다. 그럼 다른 사람이 부른 거란 말인가. 인터넷에서 현수 군 관련 기사가 있길래 봤더니, 이번 칸노 상 오디션에 참가하려고 미국에서 입국했다고. 바이올린 전공에 목소리도 웬만한 소년 합창단 보이 소프라노에 영어도 잘 한다 하니 이건 뭐 그냥 영재인 모양. 부디 변성기 무사히 넘기길.
- 사카모토 상이 하얀 치마를 나풀거리면서 무대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모습은 정말 예뻤다. 목소리도 참 곱고. 역시 성우라서 그러신가 한국어 발음도 또박또박 잘하시고. 무엇보다 '다함께? 같이, 같이'라고 하실 때의 그 귀여움이란. ㅠ.ㅠ 그날 사카모토 상이 같이 하자고 두 번 그러셨는데, 약속은 필요없어의 후렴구 할 때랑 마지막 피날레인 Hodo에서 '라라라~'하는 부분. 그런데 이것도 참 호응도가 안습이었다. -_-;; 다들 그냥 보고 듣느라 넋이 나가서 그런 거라고 이해해 보기로 하자.
- 나는 라이브 콘서트에서 드러머의 선창(자 지금이에요 라는 듯 외치는 Huh~ 하는 소리)을 듣는 걸 좋아하는데, 내가 앉은 쪽 앞에 마침 드럼이 있어서 그 소리 원없이 참 잘 들었다.
- なんじゃこりゃ, なんだお前 -> 펭귄 분장하신 분을 보고 하신 말씀. 이왕 펭귄 분장 하셨으면 뭔가 보여주셨음 좋았을 걸.
- 요즘은 매일 칸노 상의 각종 OST를 주섬주섬 꺼내 듣는 게 일이다. 사놓고 좋아하는 곡만 들은 경우도 많아서 이참에 아예 다 들어보자 싶기도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 상태가 지속될지 모르겠다. OST가 또 좀 많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