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보이 비밥팀이 다시 뭉쳐서 만든 애니라고 입소문이 쟁쟁했었다.
잔뜩 힘을 준 오프닝 영상에서, 칸노 요코의 아름다운 음악에서 벌써부터 심장은 쿵쾅쿵쾅.
1화의 엔딩 Gravity를 들으면서 기대한 보람이 있어~ 라며 한줄기 눈물을 흘렸더랬었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는 역시 금물. OTL

TV에서 방영된 26화만으로도 충분히 허탈한데, 추가로 제작되었다는 30편까지 보고서도 그 허탈함은 채워지질 않았다.
(아무리 훌륭해도 추천이 듣지 않는 애니가 있는가 하면, Wolf's rain이나 Last exile같이 시작 전부터 기대를 끌어모으고는 배신하는 애니도 있는 법이다. 등가교환의 법칙?;;)

이 녀석이 주인공격인 키바다. 이름 한번 잘 지었지. 키바(きば (牙) - 엄니). 잠깐 얘기를 안하고 넘어갈 수가 없는게, 주인공인 네 마리의 늑대의 이름은 키바를 비롯해서 츠메(つめ(爪) - 발톱), 히게(ひげ(鬚) - 수염), 토오보에(とおぼえ(遠吠え) - 늑대울음)다. 기가막힌 작명센스. 이걸 투니버스에서 개명할 때 키바는 투쓰(tooth;;)로 츠메는 탤런(talon), 히게는 비어드(beard), 토오보에는 하울(howl)이라는 식으로 죄 영어로 바뀌버렸다. (그렇다고 키바를 '엄니'라고 부르길 바랬던 건 아니지만. ㅠ.ㅠ)

키바는 인간형일때는 이런 날카롭고 반항적인 푸른 눈의 소년이다. (매우 이쁨 ㅠ.ㅠ) 늑대형일때는 순백의 은빛털에 황금빛 눈동자(편애가 섞인 시선;)를 가진 멋진 늑대다.
그런 키바가 가장 멋지고 아름답게 나온 장면은 오프닝 영상에 있다. 오프닝에 힘을 잔뜩 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애니 작화는 양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인지,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이 오프닝 영상에서 만큼 '아찔한' 키바는 나와주지 않는다. (게다가 정면 클로즈업 하면 날카로움이 다 사라져 버려서..ㅠ.ㅠ)
오프닝의 이 장면은, 벼랑 끝에 서있는 것 같은 위태로움, 홀로 바람에 맞서는 당당함, 혼자라도 외롭지 않고, 혼자라도 약하지 않은 이것이 '늑대' 라는 외침이다.
Stray라는 칸노요코의 음악과 합쳐진 역동적인 영상은 이 오프닝만으로도 충분한 하나의 작품이 된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거리, 그 위를 화살처럼 달려가는 한마리의 늑대. 그 짧지만, 강렬한 영상에 시선을 빼앗겼다면 이미 잠재적인 '키바팬'

거기에 결정적 쐐기를 박는 장면.
일본어에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남자'라는 표현이 있다고 한다. 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 우리말로 하면 '물찬 제비'쯤 되는 표현일까. 진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싱싱한 키바~♡
키바는 본질부터 순수한 '늑대'이다. 꺽이지 않는 자긍심, 긍지, 포기를 모르는 강인함, 그리고 하나의 목표(혹은 존재)를 향한 외곬으러움. (어라, 수려한 외모까지 더하고 보니 나의 하트를 채갈 수 있는 요건은 모두 클리어한 셈;;)
이렇게 내가 좋아할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wolf's rain에 열광할 수 없었던 것은 그 허무한 스토리가 한 몫 했음이다.


개인적인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