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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맛골 연가


일   시 : 2011. 08. 23(화) 20:00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캐스팅 : 김생 - 박은태, 홍랑 - 조정은, 홍생 - 임현수, 행매 - 양희경

캐릭터
김생 -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도 서출이기에 뜻을 펼 수 없는 비운의 주인공. 낙천적인 성격과 인간미가 그의 가장 큰 매력
홍랑 - 목숨 하나에 세상 하나. 역적으로 몰렸다 복권된 사대부 집안 아가씨. 말괄량이 기질이 살짝 보임.
홍생 - 역적으로 몰렸다 복권된 집안의 가장으로서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자 열심인 오라버니.
행매 -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살구나무의 정령


'푸른 학은 구름속에 우는데', '아침은 오지 않으리'라는 넘버 2곡에 낚여서, 은촤 박은태에 낚여서 그렇게 보러갔다.
프리뷰였으니까 프리뷰스럽게 관대하게 리뷰를 쓰고 싶지만, 이거 좀 총체적 난국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시작하기 전에 일단 연습량이 보이는 무대를 선보인 배우분들은 좀 쉴드를 치고 들어가야겠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노래, 안무, 동작 맞추느라 정말 개고생했을 게 눈에 선하더라.

이 뮤지컬이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의 지원을 받은 관제 뮤지컬이라는 건 양날의 검이다.
제작비는 기타 다른 창작 뮤지컬 만들 때와는 다르게 좀 풍성했을 것이고, 관제 뮤지컬이 아닌 다음에야 나올 수 없는 세종 r-VIP 5만원이라는 티켓값도 황송할 지경이다. 무대 세트도 돈 들인 품이 드러나고, 앙상블이 타 뮤지컬에 비해 배는 많아 보이더라. 거기에 사물놀이패까지 더하고보니, 광활한 세종 무대가 세트와 배우들로 꽉꽉 들어차 여유가 없을지경.
근데, 그렇게 억지스럽게 꽉꽉 채운다고 완성도도 그만큼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그건 사랑 얘기에 시대의 흐름, 차별과 평등 같은 잡다한 이야기를 끼워넣은 작가, 다양한 장르를 시험해보고 싶었던 작곡가, 그 다양한 장르에 맞춰 다양한 안무를 집어넣은 안무가, 그리고 그걸 그냥 되는대로 펼쳐놓은 연출가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비빔밥을 마치 밥 따로, 각종 비빔재료 따로, 고추장 따로, 달걀 따로 먹는 느낌이라고 할까.
넘버 하나, 안무 하나 따로 놓고 보면 다들 쓸데없이 고퀄리티인데, 이게 한데 어우러지지가 않는다. 배우분들 말하면 입 아프고. 이런 훌륭한 소재들을 모아놓고 연출가 양반, 피맛골 연가라더니 은혜갚은 쥐떼가 웬말이요!!!

그래서 아주 몹쓸 뮤지컬이냐~ 하면 그게 또 아니라서 참 많이 안타깝다. 분명히 창작 뮤지컬의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작품인데, 작년에 그리 지적을 받았으면, 올해는 좀 개선되는 맛이라도 있었어야지.

1막에서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을 다 풀어놓느라 진짜 숨가쁘게 진행이되는데, 이 호흡을 2막까지 좀 길게 가져갈 수는 없는 걸까. 1막에서 결말까지 난 마당이라 2막을 아주 생뚱맞게 다시 리셋모드로 돌려놓는데, 아니, 배우들이 진짜 별거 아닌 눈빛, 손짓만으로 그렇게 애절절하게 살려놓은 감정선을 왜 2막 쥐떼들이 다 뭉개버리는 건데. 아깝지도 않나?!!
1막을 위기 쯤에서 자르고, 2막을 거기서부터 끌어갔으면 어땠을까. 위기가 닥쳐올수록 연인들의 사랑은 더 깊어지니, 이후에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사랑에 개연성을 부여했을 거 같은데. 뭐, 이제와 말해 뭐하냐만.

배우분들 연기를 보자면, 일단 김생 역의 박은태는 뭐 은생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호연을 보여줬다. 노래야 워낙 잘 하기도 하지만, 연기가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듯. 게다가 우리말의 음율을 살린 사극톤의 대사를 어쩌면 그리도 맛깔나게 살리는지, 나는 그의 노래하듯 지저귀는 대사를 들으러 세종을 또 찾아간다.

홍랑 역의 조정은 역시 안정된 발성과 노래, 연기를 보여줬는데, 무엇보다 선녀가 따로없는 고운 외모가 참으로 모든 걸 포커스 아웃 시키더라. 2막에서의 출연분이 살짝 안습이지만, 커튼콜에서 누가 그러더라, 이거 선녀와 나뭇꾼이었냐고.

홍생 역의 임현수는 모차르트에서 아르코 백작 역으로 눈도장 찍었더랬는데, 목소리가 정말 중후한 매력이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홍생 역에 적역이다. 2막에선 역시 많이 안습한 모습으로 등장했더랬는데 ㅜ.ㅜ 이거 어떻게 좀 해보슈, 연출가 양반!!!

행매 역의 양희경은 목소리가 언니 양희은과 똑같아서 깜짝 놀랐다. 노래는 참 좋았는데, 난 행매가 도대체 2막에서 뭘 하려고 했던 건지 알 수가 없다.

앙상블들 군무는 굉장히 격하고 빠르고 아크로바틱한 동작들도 많아서 참 고생이 많구나 싶은데, 이게 감탄스럽기는 해도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아깝다. 이렇게 잘하는데, 이렇게 잘 소화해냈는데, 왜!! 어울리지를 못하는 거냐.

오늘 비교적 앞자리에서 보고 잡아둔 표를 어찌할 지 고민좀 하게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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