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챈이 통산 5번째로  캐나다 내셔널 남싱 우승을 했다. 일단 축하축하.
뭐 이번에도 우승할 거라고 예상은 했다만, 이렇게 압도적인 점수로 우승할 줄은 또 몰랐지. 아무리 내셔널이라지만 쇼트 101.33, 프리 200.81, 총점 302.14 점!! 오~캐나다~ 그런데, 경기 영상과 프로토콜 보고 있으면, 또 그렇게 납득이 안가는 수준의 퍼주기는 아니라는 게 함정.ㅋㅋㅋ

쇼트에서 4T-3T, 3A, 3Lz를 깔끔하게 성공 시켰고, 프리에서도 4T-2T, 4T, 3A, 3Lz-1Lo-3S, 3Lo, 3F-3T, 3Lz, 2A 까지 정말 굉장한 게, 초반에 쿼드를 컴비 포함 2개나 뛰어놓고, 후반부에 3-3을 두 개나 뛰었다. 괴물같은 자식. 알고보니, 원래 4T-3T를 뛰어야 했는데, 4T에서 착지가 살짝 불안정해서 2T로 연결하고, 후반부에 3F-2T였는데, 여기다 3T를 갖다붙였다고. 자약룰 잘 계산해서 실수를 제대로 만회한데다, 후반 가산점까지 챙겼으니 남는 장사. 3A이 항상 말썽이었는데, 쿼드가 제대로 장착되면서 회전력 제어가 이제는 되는 모양이다. 이젠 3A 뛰러 갈때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것도 없어졌고. 하여간 그렇다고 챈이 누구처럼 점핑 머신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잖아? 남싱에서 보기 드문 토털 패키지에 스케이팅 스킬의 유려함이야 말해 뭐해. 난 얘처럼 빙판위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선수는 연아 외에 딱히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도 없을 정도인데.


SP - Take five | Score - 101.33

쇼트 프로그램은 계속 2시즌씩 쓰기로 한 건지. 지난번 망명자의 탱고가 그랬고, 이번 Take five도 2시즌 째라 신선한 감은 떨어지지만, 프로그램의 완성도는 최고. 이 프로그램으로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점프에 가산점 2점씩 주지 않고 못배길 정도로 높이와 비거리 회전력이 좋은 깔끔한 점프. (아니, 내셔널이니까;) 그리고 스핀축이 견고하고 회전하면서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도 높이 사고 싶은데다가 저놈의 빡빡한 트랜지션을 모두 소화한다는 게 일단 사기캐. 거기다 스텝에서 엣지 쓰는 거 보면, 진심 버터바른 스케이팅이 뭔지 제대로 보여준다.


FP - 아랑훼즈 협주곡 | Score - 200.81

이번 시즌 프리 프로그램은 아랑훼즈 협주곡. 피겨에서 단골 사골곡이다. 사골곡이라는 건 그만큼 먹히기 쉬운 곡이라는 거. 근데, 로리 니콜의 음악 편집 실력은 당췌 늘지를 않아서, 저 뻐렁치는 곡을 어떻게 이렇게 계속 터질락 말락 상태로 끌고 가는지 이해 불가능.
선수가 저리 잘해주는데, 뭔가 팡 치고 나와야 하는 순간 김 빠진 콜라마냥 푸시시 거품 꺼뜨리는 음악 편집.
젠장, 챈아, 안무가 좀 어떻게 바꿔볼 생각 없니? 로리가 니 안무가이자 코치까지 하는 거라면, 로리에게 제발 안무 좀 성의있게 짜달라고 하던가. 이건  뭐 선수가 사기캐니까 안무는 대충 발로 짜도 선수빨 믿고 가는 게으른 안무가냐며 ㅠㅠ 그 와중에도 챈이 노미스로 프로그램을 완성시킨다는 건 이 만큼이나 충격적이구나 싶은 저 훌륭한 퍼포먼스.
저걸 어떻게 이겨. 진짜 쿼드를 2개나 뛰고, 후반에 3-3을 두 개나 클린하게 뛸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될꺼나. 그뿐이야, 저 미친 스텝에 저 현란한 트랜지션은 또 어떻고. 진짜 점프 앞 뒤로 빡빡하게 들어간 트랜지션 하며, 후반부에 3Lo은 활주도 없이 그냥 제자리에서 뛰는 것 같은데도 저렇게 쉽게 뛰어주고.
보고있자면, 진짜 프로그램이 선수빨을 받는 이건, 마치 EMK 병맛 연출도 배우빨로 극복하는 뭐 그런 걸 보는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짠하다. 진심으로 저 발편집 음악, 맥락없는 안무 배치, 보기 흉한(;) 코스튬까지 모두 챈의 스케이팅 스킬로 다 커버하는 것 같다. 얘는 정말 스케이팅 스킬이 너무 좋아서, 그냥 음악 틀어놓고 활주만 해줘도 좋겠다 싶은 생각도 들 정도인데, 정말 윌슨 안무로 제대로 된 마스터 피스 하나 어떻게 안될까 너무 아쉽다. 

+ 역시 피겨 강국 캐나다답게 카메라 워크가 쩔어주신다. 어디서 어떻게 앵글을 옮겨야 하는지, 상체를 잡을지 전신을 잡을지 제대로 파악하고 잡는 저 센스!! 우리나라 방송국도 좀 보고 배워라 ㅠ.ㅠ
저도 아자씨를 본받아 뒷북을 울려보려구요. ^^;;
(아자씨, 한국 왔다 간 게 언제인데, 앞으로 3개월 안에 후기를 올리시겠다고라고라..)
아이스 쇼 전부터 무수히 떨어지는 떡밥에 정신 못차리고, 드디어 연아를 이 두 눈으로 보는 것인가~ 설레였다가, 공연 보면서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정신줄을 놓치고, 공연 후에는 고갈된 체력과 돌아오지 않는 정신줄을 되찾느라 이제야 올리는 후기 입니다.

Festa On Ice 2008
일시 : 2008. 05. 17,18 총3회 공연 | 장소 : 목동 아이스링크 | 주최 : IB Sports
출연 : 김연아, 신예지, 윤예지, 사라 마이어, 아라카와 시즈카 (이상 여자 싱글)
       이동원, 오다 노부나리, 패트릭 챈, 조니 위어, 다카하시 다이스케 (이상 남자 싱글)
       알리오나 사브첸코 & 로빈 졸코비, 장단 & 장하오, 레이첼 커클랜드 & 에릭 래드포드 (이상 페어)
       테사 버츄 & 스캇 모이어 (아이스댄싱)


총 3회 공연중에, 1회, 3회 공연을 보고왔습니다. 티켓팅 전쟁에서 승리(?)한 관계로 S석은 사수! 구역도 11구역, 10구역으로 꽤 좋았습니다. 좋은 자리가 감동의 깊이를 더하는 법이기는 합니다만, 저는 연아양 연기를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면 A석이라도 만족했을 겁니다.

1회 공연과 3회 공연을 비교해보면, 1회는 관객도, 선수들도 처음이라는 긴장감에 아직 몸이 덜 풀렸다고 할까요. 하지만,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완성도는 제일 높았던 공연이었습니다. 패트릭 챈 선수가 점프에서 한 번 넘어진 걸 제외하면 넘어지는 선수는 없었으니까요. 3회 공연은 막공연이라 그 폭발력이 대단했습니다. 역시 체력 좋은 젊은 선수들은 3회 공연에서 더욱 날아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요. (챈이라든가챈이라든가챈이라든가;)

오프닝은 꽃의 왈츠에 맞춰 귀여운 꼬마 아가씨들의 나비 날갯짓으로 시작합니다. 그 아가씨들이 나중에 화동으로도 열심히 활약해 줬습니다. 하이디 복장으로. 하여간에 이 아가씨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연아가 등장합니다.
아아~ 링크장은 이미 환호의 도가니~ 연아가 앞장서서 선수들을 이끌며 Baby one more time 군무가 시작되는데, 어찌나 감격적이던지요. 진짜 연아가 주인공인 아이스 쇼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거라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 깜찍한 록키, 이동원 군
Eyes of Tiger에 맞춰 복서 가운을 입고 등장한 동원 군. 등뒤에 쓰인 '이동원'이라는 이름이 귀여웠습니다. 1회 공연때는 진짜 첫 타자라 많이 긴장했는지, 약간은 딱딱한 움직임을 보였는데, 단 3번만에 관중을 사로잡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3회 공연 때는 누나들의 함성을 어떻게 끌어내면 되는지 이미 파악하고, 관중석을 향해 도발 포즈를 보이기도 해서, 역시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구나, 세계적인 선수들과 같이 쇼를 한다는 건 이런 의미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댄서 신예지 선수
신예지 선수를 처음 본 건 사대륙 대회 갈라 공연에서였습니다. 물론 직접 본 건 아니고, 방송으로 봤습니다만, 007 Die another day 를 직접 안무까지 했다고 해서 감탄했었지요. 이번엔 비지스의 음악으로 했는데, 그 포스 어디 안 갑니다. 여전히 누님 포스 흩날리시며, 좌중을 휘어잡습니다.

* 유연하여 윤예지 선수
포니테일에 하얀색 코스튬이 귀여웠던 윤예지 선수. 휘트니 휴스톤의 One moment in time의 서정적인 곡에 맞춰 아주 곱게 스케이트를 타더군요. 진짜 우리나라 선수들은 음악 타는 능력 하나는 타고나는 건지, 작은 예지 선수도 음악을 느끼고, 음악에 맞춰 안무하는 건 아주 뻐렁칩니다. 연아 주니어 때 모습이 많이 생각나는 손동작과 트위즐이었는데, 다른 점이라면, 연아 주니어 때 보다도 유연해서 펄스핀에서 이어지는 비엘만 스핀이 정말 아름답고, 스파이럴에서의 스트레칭도 쫙 뻗어주더라구요. 단지, 유연성과 점프력은 서로 반비례라는 상관관계가 있는지, 점프가 아직 덜 여물었다는 게 좀 아쉬운 점이지만, 아직 어리니까, 앞으로 충분히 발전하리라고 봅니다.

* 스위스표 레이백 스핀, 사라 마이어
저는 사라 마이어 선수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스위스 선수라는 정도?
스위스 선수들은 비엘만 스핀으로 유명한 비엘만 선수부터 근래의 빙판을 갈아버리는 드릴 스핀으로 유명한 스테판 랑비엘 선수까지 스핀 잘하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사라 마이어 선수도 예외가 아닌지라, 스핀이 아주 아름다웠는데, 그 중에서도 레이백 스핀이 정말 일품이더군요.
은반위에 옥구슬 구르는 듯한 맑은 피아노 선율에 맞춘 사라 마이어 선수의 공연은 한 편의 발레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보라빛 코스튬과 어우러져 진짜 은반위의 요정이 따로 없더군요.
피겨 선수들이 사실은 '엘프족'이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사라 마이어 선수도 작은 두상에 눈이 얼굴의 절반이더군요. 정말 앵콜 공연까지 요정스러운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 한국인 3세의 아리랑, 레이첼 커클랜드 & 에릭 래드포드
캐나다에서 온 커클랜드-래드포드 페어팀은 정말로 아는 것이 없는 선수들이었습니다. 1회 공연 때는 관객들도 사전 지식이 없어서 안내 방송으로 앵콜을 유도(;)해줘서 본 공연이 아리랑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레이첼 선수가 한국인 3세라더군요. 전주만 듣고는 아리랑이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편곡이 정말 멋졌습니다. 기회가 되면 앵콜이 아닌, full version으로 봤으면 싶더군요.

* 이미지 변신, 오다 노부나리
지난 시즌을 음주 사건으로 말아먹고, 절치부심, 재도약의 첫 무대를 한국으로 선택한 오다 선수. 수퍼 마리오가 너무 인상 깊어서, 코믹한 이미지로 인식이 박혀있었는데, '토스카'가 흘러나오는 순간, 아~ 모로조프로 바꿨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다 선수는 점프가 깃털처럼 가볍고, 버터바른 스케이팅 스킬이라든가 코믹한 스핀이 강점이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에 더해서 이런 진지한 곡을 소화하는 표현력도 갖추고 있었네요. 펄럭이는 흰 셔츠의 마법인지, 오다 선수의 토스카는 제법 비장했습니다. 아직 안무가 좀 덜 짜여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은 건 스텝이 별로 없고, 점프만 줄창 뛰어대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아이스 쇼에서 무슨 점프를 7번이나 뛴대요. 것도 콤비네이션까지 섞어서;;)
오다 선수의 점프가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지는 건 회전 속도와 높이 때문인 것 같은데, 저는 비거리도 중시하기 때문에 제 취향의 점프를 뛰는 선수는 아닙니다.

* 핑크빛 닭살 커플, 장단 & 장하오
장&장 페어조는 팡통조와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페어팀입니다. 거의 곡예에 가까운 쓰로우를 하지요. 그렇다고 이 팀이 예술적이지 않느냐면 또 그게 아닙니다. 피겨는 기술이 예술로 승화되는 스포츠 아니겠습니까. 사귀는 사이가 아니면 나오기 힘든 그 핑크빛 끈적 모드. 아주 제대로 '우리 사겨요~'를 어필해주셨습니다.
앵콜 공연은 피겨계에 흔치않은 머슴계 하오장 선수가 또 제대로 필 받아서 막춤을 춰 주시고. 큰 웃음과 함성을 받았습니다. 1회 공연 때는 저질 댄스 비스무리하게 골반도 돌려주시더니, 오히려 3회 공연 때는 좀 얌전하게(?) 리듬을 타는 것이, 아마도 파트너님이 뭐라 한 말씀 하셨는가 봅니다.

* 승리의 챈타스틱! 패트릭 챈
저 원래 이 선수 관심있었습니다. (증거 포스트) 그래서 이번 아이스 쇼에 챈 선수가 나온다고 해서 기대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우왕ㅋ굿ㅋ >.<乃
캐나다 표 버터바른 스케이팅에 한 발 에지만 사용한 긴 스텝은 챈의 기술이 얼마나 기초가 튼튼한 것인지 잘 보여줍니다. Yesterday라는 다소 처지는 곡이었어도, 챈은 그 특유의 비거리 긴 점프와 변형 모션이 많은 스핀으로 큰 환호와 갈채를 받았습니다. 1회 공연에서는 그 환호에 약간 어리둥절한 모습이더니, 3회 공연에서는 완전 분위기 타서 아주 제대로 즐기더군요. 환성을 더 부추기기도 하고, 그 함성과 박수에 감싸여 정말 기뻐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챈 선수가 아이스 쇼에 초대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인 걸로 압니다. 그래서 사실 쫌 걱정도 됩니다. 한국의 이 열광적인 반응을 첫 공연에서 받아버렸는데, 다른 아이스 쇼에서 이런 반응 안 나오면 실망하는 거 아닌가 해서;
하여간 이렇게 패트릭 챈 선수가 1부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정빙 시간을 가진 뒤, 2부 공연으로 이어집니다.
제 후기도 다음으로....;

쓰다보니 진짜 끝이 없네요;

아이스 쇼 2부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연아야, 많이 애낀다~♡

사진 : DC 김연아 갤러리의 "마군" 님 작품

* 포스트 공개일 : 2008/02/19

이 포스트를 올려놓은 날짜를 생각해서 갱신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
그동안 어째서 이렇게 블로깅을 소홀히 했는가 하면 일단은 제가 동면 상태 비슷하게 의욕상실 중이었다는 게 가장 크고, 피겨 시즌 중이 었다는 게 그 두번째 이유랄까요.
밀린 댓글은 마치 밀린 방학숙제 같아서 그냥 눈 감아버릴까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한 달도 전에 새해 인사 답글을 달자니 또 막 죄책감의 눈사태가 몰려와서, 비겁하지만, 걍 피하기로 했습니다. 양해해주세요. (_._)

아래는 그냥 개인 감상용 영상 링크 모음입니다. 피겨에 관심 없으신 분은 스킵하세요.



아무튼 이렇게 피겨에 빠져 세월을 보내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4대륙 대회도 끝나있고, 3월 월드를 끝으로 07/08 피겨 시즌도 끝이 나겠군요. 정말 연아 선수 때문에 불타올라서 달려온 한 해, 부디 부상이 나아서 월드에서 좋은 성적 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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