陰陽師―夜光杯ノ巻


저자 : 유메마쿠라 바쿠 (夢枕 獏)
출판사 : 문예춘추 (文藝春秋 (2009/12/4))

수록 :
월금공주(月琴姫), 꽃점치는 여인(花占の女), 용신제(龍神祭), 매미 법사(月突法師), 무주(無呪), 부엉이 법사(蚓喰法師), 식객하인(食客下郎), 두루마리와 동자승(魔鬼物小僧), 죠조 사랑의 행보(浄蔵恋始末)

손안의 책에서 음양사 - 태극의 권이후로 뒷권이 안 나오고있는데, 그 뒤로 약 4권 정도의 시리즈가 더 나왔다.
단편 모음인 야광배의 권(夜光杯ノ巻), 천둥의 권(天鼓ノ巻), 장편인 타키야샤 히메(瀧夜叉姫) 상/하 2권 이렇게 나왔고, 그 사이 사이 혹 떼는 세이메이(瘤取り晴明), 머리(首) 같은 단편도 나왔다.

나는 솔직히 음양사 시리즈는 장편보다는 단편쪽이 더 좋다. 하나의 사건으로 여러 사람이 줄줄이 엮여들어가는 것보다는 그냥 세이메이와 히로마사가 주거니 받거니 술잔 기울이다 생각났다는 듯 사건 하나 해결해나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 그런 이야기가 좋다. 매번 같은 패턴일지라도. 세이메이의 집에서 스노코 위에 앉아 계절감 풍부한 정원을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이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좋다. 우아한 어둠과 향기로운 술,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세이메이와 히로마사의 끈끈한 우정 - 이라고 쓰고 사랑이라 읽는다 - 을 그저 계속 지켜보고 싶다고 할까.

야광배의 권은 총 9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9편의 단편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는 "히로마사는 굉장해~"다.
첫 단편인 월금공주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그저 다정한 말과 아름다운 연주로 식신을 만들어낸 히로마사 이야기가 나온다. 용신제는 제목에서 이미 짐작할 수 있겠지만, 용신제에 악사로 초대받은 히로마사의 이야기, 무주 역시 히로마사의 피리에 홀린 고대의 신 이야기가 나온다. 히로마사는 그냥 피리의 명수가 아니라, 그 인품에서부터 우러나온 투명함, 맑음이 주위를 오히려 물들이는 참으로 순수한 매력이 있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세이메이는 히로마사라는 슈(呪)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야광배의 권은 시기적으로는 유혈낭자한 저주와 원한이 흘러넘치는 장편 타키야샤 히메 뒤에 나온 소설로, 그 반동인지 상당히 잔잔하고, 아름다운 단편들로 채워져있다. 작가도 후기에서 이번엔 드물게도 죽는 사람은 안 나왔다고 썼을 정도니까. (사실 이미 죽어 유령으로 등장하는 사람은 있지만;) 그래서 그런가 제목처럼 상품의 술잔에 향기로운 술을 따라놓은 듯한 한 권이라는 느낌이다.

개인적인 별점 :



음양사(2001, 陰陽師)

감독 : 타키타 요지로(滝田洋二郎)
출연 : 아베노 세이메이 - 노무라 만사이(野村萬斎)
         미나모토노 히로마사 - 이토 히데아키(伊藤英明)
         도손 - 사나다 히로유키(真田広之), 아오네 - 코이즈미 쿄코(小泉今日子)
         미츠무시 - 이마이 에리코(今井絵理子), 스케히메 - 나츠카와 유이(夏川結衣)
         미카도(왕) - 키시베 잇토쿠(岸部 一徳)
         후지와라노 모토카타(우대신) - 에모토 아키라(柄本明)
         후지와라노 모로스케(좌대신) - 야지마 켄이치(矢島健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땐 이 무슨 B급의 향기를 풍기는 일본판 전설의 고향인가 했더랬다. 특히 모여라 꿈동산에나 나올 법한 도손의 까마귀 식신이 그 인상을 남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촬로 다져진 특수분장은 또 어찌나 저렴한 센스를 자랑해 주시는지. ^^;
첫인상은 그랬지만, 세월이 10년 쯤 흐른 뒤 다시 보게 될 땐 전에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 시작했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원작에 없는 세이메이와 히로마사가 친구가 되기 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에 있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종의 작가공인 서비스 외전이라는 느낌이라고 할까. 데면데면한 첫 만남부터 히로마사에게 깍듯하게 경어를 사용하는 세이메이를 볼 수 있다.
영화는 크게 4가지 에피소드로 엮어지는데, 버림받고 박에 주술을 건 여인의 이야기, 도손이 건 아츠히라 친왕의 저주를 푸는 이야기, 히로마사와 스케히메의 슬픈 사랑이야기 - 나마나리 히메 이야기, 사와라 친왕과 도손의 하다 만 쿠데타(뭔가 다름;)가 그것이다. 
일단 영화는 원작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알기 쉽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간다. 오프닝에서 음양사라는 직업에 대한 소개, 그 뒤를 이어 아베노 세이메이가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것을 박에 걸린 주술을 푸는 에피소드로 주변 사람의 시선을 통해 설명한다. 음양료에 소속된 공무원이면서 후궁 여인의 상담은 들어줘도 공무는 뒷전이고, 대신들이 마술쇼를 보고 싶다 징징대니 환각(환상이 아니다!)의 마술을 보여준다든가. 그걸로 세이메이에 대한 좋지 않은 첫 인상을 품은 히로마사가 바람둥이 카네이에의 부탁으로 세이메이네 집에 가서 사실은 죽지 않았던 나비를 만나고 금방 세이메이에게 마음을 푼다는 장면을 통해 히로마사의 인품까지 한꺼번에 설명한다. 여기까지는 꽤 세련된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그 뒤로 어설픈 CG와 특수분장, 모여라꿈동산까마귀가 설쳐대서 그렇지;;

이 영화는 4가지 에피소드와 어설픈 특수효과로 산만하고, 비웃음을 살 수 있는 여지도 많지만, 마냥 비웃을 수 만은 없게 만드는 것이 바로 배우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제작비 10억엔은 의상과 캐스팅 비로 다 써버려서 특수효과가 그모양이 된지도;) 특히 사극에서는 안정감이랄까 무게감 있는 연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런면에서 미카도 역의 키시베 잇토쿠, 우대신 역의 에모토 아키라의 역할이 크지않았나 싶다. 미중년에 목소리마저 성우 못잖으신 사나다 히로유키의 활약도 멋졌지만, 이분은 뒤로 가면 개그 담당이었나 싶을 정도라 ㅠ.ㅠ
또 이 호모로운(;)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로맨스를 담당하신 스케히메 역의 나츠카와 유이의 연기도 훌륭했다. (만화를 먼저 접한 사람은 왜 히로마사와 스케히메 사이에 로맨스냐고 의아해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마나리 히메 부분에서 보여준 박력있는 연기가 아주 돋보였다. 다만 특수분장은 안습이었지만;

조연분들의 활약에 지지 않는 메인 콤비, 두 분의 연기는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토 히데아키는 음악을 사랑하고, 순수한 인품에 충직한 히로마사에 아방함을 좀 더 많이 채워넣은 듯 하지만, 뭐 각본이 그랬으니 히로마사의 대단함이 좀 덜 부각되었다 한들, 그 사랑스러움만큼은 확실하게 어필했다고 본다.
노무라 만사이 상의 세이메이는 이미 원작자의 러브콜에 의해 캐스팅 된 거라 그 자연스러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얀 카리기누가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고전 예능을 해온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어떤 우아함, 기품을 보여주는 동시에 뺀질거리는(;) 세이메이를 잘도 표현해 주셨다.
게다가 둘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서 보여준 케미스트리 역시 절품이었다. 아방한 히로마사는 아직 반응이 둔하지만, 세이메이는 좀 더 적극적으로 하늘의 달을 준다는 둥 (여인이니 슈니 하는 건 핑계로 밖에 안들림), 너를 위해 가겠다는 둥 (미야코 따위 어찌돼도 상관없다더니), 너만은 잃고 싶지 않았다며 눈물 바람...등등 보는 이쪽이 간지러울 정도로 노골적인 애정공세를;; 이건 정말 노렸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세이메이의 눈물

항상 여유작작 냉소적인 세이메이가 처음으로 인간적인 감정을 드러낸 장면


덕분에 소설 음양사를 읽을 때 나는 자연스럽게 노무라 세이메이와 이토 히로마사를 떠올리게 된다.

하여간에 이 영화 덕분에 나는 노무라 만사이라는 분을 얻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영화다. 새벽에 뭔가 중구난방으로 써내려가다 보니 정리가 잘 안되서, 음양사의 주요 장면만 모아놓은 듯한 팬 무비 한 편 소개하는 걸로 마무리.
사실 영화의 본질은 세이메이가 히로마사를 얼마나 마음에 들어했는가...로 요약될 수 있는 거 아닌가 싶다.


개인적인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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