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투 노멀 (Next to normal)

일   시 : 2011. 11. 18 ~ 2012. 02. 12
장   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관극일 : 2012. 01. 28 (토) 15:00
연   출 : 라우라 피에트로핀토, 협력연출 : 변정주, 음악감독 : 이나영
캐스트 : 다이애나 - 김지현, 댄 - 이정열, 게이브 - 한지상, 나탈리 - 오소연, 헨리 - 이상민, 의사 - 최수형

- 처음 봤을 땐, 좋은 작품이기는 한데 내 취향은 아닌 것 같다...는 감상이었다. 넘버도 딱히 한번에 확 끌리는 건 없다 했는데, 참 보고 온 다음날부터 서곡에서 흐르던 피아노 선율과 콰광~!! 하고 울리는 드럼과 일렉기타 소리가 머릿속에서 무한반복. 그래서 다른 더블 캐스트로 예매하고 났더니 기획사의 뻘짓 작렬. -_-` 취소 수수료 물어가며 표를 취소하고 그렇게 놓으려다가, 정말 꼭 보고싶은 조합의 막공인데다 굿티가 풀려서. 그러게 진작 호미로 막았으면 좋았잖아?

- 확실히 두번째 보니까 첫번째 봤을 때랑은 감상 포인트가 상당히 달라졌다. 저 굿맨 패밀리의 아픔을 나는 이미 알고있으니까 좀 더 캐릭터에 감정이입하는 것도 수월해서 1막의 '넌 몰라'에서부터 벌써 눈물이 핑 돌더라. 댄이 얼마나 필사적인지, 다이애나를 얼마나 사랑하고있는지, 그리고 게이브가 '아빤 절대 날 몰라'라고 하면서 다이애나에게 매달리고,  댄을 쳐다보는 표정이 소악마적이면서도 정말로 원망스러운 감정이 가득한 게 보이더라.

- 김지현 씨의 다이애나는 일단 노래와 성량이 박칼린 씨와 확실히 차별화되게 잘하시더라. 울림이 풍부하고 성량에서 밀리지 않으니 여럿이 노래할 대 다이애나 목소리가 묻히는 일은 없고. 그런데, 재미있게도 외모나 이런 걸로는 김지현 씨가 더 가정주부 처럼 보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박칼린 씨가 훨씬 더 엄마 같았다는 거. 김지현 씨는 엄마라는 느낌은 좀 덜했는데, 그게 연기 노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김지현 씨는 자신만으로도 벅차서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전혀 없는 쪽이라면, 박칼린 씨는 그래도 둘러보는 시늉이라도 하는 것 같달까. 특히 나탈리와 함께 나올 때마다 박칼린 씨 쪽이 그래도 나탈리를 더 생각하는 엄마라는 느낌. '나는 널 사랑해.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만큼' 이라는 대사에서 박칼린 씨 쪽이 더 감정에 무게가 실려있는 느낌이었다.

- 아, 그리고 넘버 중에서 '내 신경 정신과 의사와 나' 라는 넘버가 저번에 들을 때도 뭔가 익숙한데 뭐지 싶었는데, 다시 들어보니 이게 사운드 오브 뮤직의 'My favorite things'을 패러디 한 거더라. 특히 '아내가 아끼는 약물 이름~' 할 때라던가 뒤에서 부작용 주의에 대해 노래할 땐 잘 느껴지는데, 어우 작곡가 선생 굿잡! 이런 깨알같은 웃음 포인트 정말 좋다.

- 그리고 다시보니까 헨리가 약쟁이 치고 너무 멀쩡해서 헨리가 너무너무 성실한 순정파로 보이는 건 좀 에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좀 들더라. 나탈리는 약 하면서 점점 날카롭고 신경질적으로 변해가는 게 보이는데, 헨리는 약을 할 때 조차도 너무 제정신이라.

- 음, 그리고 두번째 보다보니 게이브의 티셔츠 색깔이 댄의 셔츠 색과 깔맞춤 된다는 게 눈에 들어오더라. 자신을 부정하는 댄이지만, 그래도 댄이 자신을 봐줬으면 싶은 마음의 표현일까.

- 이정열 씨의 댄은 여전히 다이애나에게 헌신적이었지만, 이날은 그래도 참 감정을 많이 자제하셨었는데, 그게 갑자기 극 후반 다이애나가 떠나고 난 뒤에 포텐이 터지시면서 나를 통곡하게 만드셨다. 차기작 보러갑니다.
넥스트 투 노멀 (Next to normal)

일   시 : 2011. 11. 18 ~ 2012. 02. 12
장   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관극일 : 2011. 12. 29 (목) 20:00
연   출 : 라우라 피에트로핀토, 협력연출 : 변정주, 음악감독 : 이나영
캐스트 : 다이애나 - 박칼린, 댄 - 이정열, 게이브 - 한지상, 나탈리 - 오소연, 헨리 - 이상민, 의사 - 최수형
줄거리 :
겉으로 평범해 보이는 한 가정.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어머니(다이애나), 어머니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딸(나탈리),
흔들리는 가정을 바로 잡으려는 아버지(댄). 계속되는 아버지(댄)의 노력에도 어머니(다이애나)의 상처는 깊어만 가고 가족들은 힘들어한다. 그러나 그들은 평범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닌, 서로의 상처를 진심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며 평범하지는 않아도 그 언저리에 있는 새로운 희망을 노래한다. [출처 > 플레이DB]

- 원래 오늘 스케줄에는 다이애나 역에 김지현 씨였으나, 공연 한 시간 여를 앞두고 급하게 박칼린 씨로 교체되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사정이 있었으니, 이리 급하게 스케줄이 변경되었겠지. 급하게 변경되어서 박칼린 씨의 목은 좀 덜 풀린 감이 있었지만, 2막에서의 노래는 좋았다. 딕션에 대한 부분도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아서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오늘 이정열 씨가 정말 감정선이 최고여서, 1막에서부터 너무 많이 우시네 했는데, 2막에서는 뭐 거의 목이 메이실 정도여서. 이날 공연이 넥투노 내 자체 첫공이었는데, 이정열 씨는 레전을 찍어주시는 건가 싶더라. 나탈리 역의 오소연 씨도 목소리 자체는 쨍─한 타입이라 내 취향은 아니지만, 정말 노래를 잘하시고, 연기도 훌륭, 오히려 극을 이끌어가는 건 나탈리가 아닐까 싶을 정도. 한지상 씨는 한뮤대 축하 무대에서부터 정말 독특한 목소리라고 흥미가 있었는데, 게이브 역에 꼭 맞는 연기와 노래였고, 최수형 씨야 뭐 워낙 잘 하시고, 헨리는 원래 그렇게 존재감이 강한 배역은 아니라 이상민 씨는 무난했고, 공연 자체는 참 좋았다. 다만, 이게 내 취향인가 하는 건 좀 다른 문제고.

- 연강홀은 공연 관람하기에 참 쾌적하고 좋은 공연장 중에 하나다. 그리고 음향이 정말 깔끔하다. 유니버설의 웅웅거리던 음향에 나름 적응했다고 생각했지만, 연강홀의 에코없이 딱 정직하고 깔끔한 소리가 새삼 반가웠다. 무대 활용도 좋고, 조명 사용도 적절하고.
리뷰에 줄거리가 붙으면 스포일러가 될 소지가 다분해서, 그냥 인상적인 대사나 장면 위주로.

- 1막은 극 전체적으로 참으로 건조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마르고 퍼석해서 그대로 부스스 부서져내릴 것 같은 사막같은 건조함. 그래서 1막은 관조하듯 지켜볼 수 있었다면, 2막은 한껏 감정선이 고조되어, 인물 하나 하나 좀 더 이입할 수 있어서, 나는 2막이 좀 더 마음에 들었다.

- 다이애나가 겪는 자살 충동을 '추락'과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연결 지은 노래는 전율이었다. 박칼린 씨의 연기는 이번에 처음 보는데, 나는 썩 괜찮게 봤다. 새빨갛게 충혈된 눈동자, 흘러넘칠 듯 눈물이 가득차 오르지만, 그래도 흘러내리지 않는 게 더 마음에 와닿았던 연기. 홀린 듯이 게이브를 바라보던 시선 같은 게 잘 표현되어 좋았다.

- 넥스트 투 노멀. 평범까지는 너무 멀어, 평범함의 근처 어딘가, 그 주변 정도라면 견딜 수 있어...라던 나탈리의 대사가 이 극의 주제라고 느껴졌다. Normal을 평범으로 번역한 건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이 바라는 삶은 행복한 삶, 멋진 삶도 아니고, 그저 평범함의 근처만이라도...라는 절실한 마음 같은 게 느껴져서 난 2막의 나탈리와 다이애나의 화해 장면이 가장 감동적이고 마음에 와 닿았다.

- 오늘 이정열 씨의 연기가 정말 너무 압도적으로 좋았는데, 저렇게 헌신적인 남편을 그래도 버리고 떠나야 하는 다이애나의 마음도 참 절절하게 이해가 되더라. 힘들면 같이 죽자는 사랑이 아니라, 힘들어도 같이 살아가자는 사랑. 그런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랑을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아직도 지옥을 헤매는 '나'에게 그 사랑은, 마치 영혼을 찢고 들어오는 강렬한 빛의 화살.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이 지옥을 헤매는데, 그 반쪽이 멀쩡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서의 반전은 참으로 소름이 끼치더라. (이 뮤지컬에 반전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려나;)

- 헨리와 댄이 나탈리와 다이애나에게 마음을 다해 고백하는 장면이 서로 겹쳐지는 부분은 그래서 참으로 마음이 아프면서도, 흡족해지는 이중적인 감상이 들었다. 또 다른 다이애나와 댄인 나탈리와 헨리. 이들은 좀 더 나은 가정을 꾸리고 살아갈 수 있을까.

- 계속 아플테지만, 피할 길이 없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이 고통스럽고, 때로 포기하고 싶어지는 모든 것을 견디어 낼 용기를 얻는다. 평범해지는 것조차 이렇게 힘들지만, 그 근처 어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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