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9.13 교감의 무대 - 트레디셔널 교겐 1
  2. 2010.08.13 노무라 만사쿠 / 만사이 상 첫 내한 공연 2
일주일도 훨씬 넘어서 뒷북이지만, 뭐 뒷북은 인생.
지난 9월 3~4일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공연한 첫 교겐 공연을 보고 왔다.
만사이 상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설레며 찾아갔는지.
역시 일주일 이상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감흥이 많이 식기는 하는구나.

보시바리, 쿠사비라는 보고 웃으라는 극이니까, 웃다가 끝났다.
카와카미는 내용이 가진 무게도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 자체도 무게감이 달랐다. 아아~ 만사쿠 상~~~
그 나이에도 그 정도 신체 능력을 보여주시니, 마음이 좋더라. 아직 정정하신 듯 해서.
눈빛도 맑으시고, 발음도 가끔 쇳소리가 섞이기는 하되, 또렷하고, 자세도 한 점 흐트러짐이 없으시다.
만사이 상의 낭랑한 발성, 늠름한 기백도 훌륭했지만, 만사쿠 상의 정갈하고도 정제된 자세와 분위기에 오히려 더 반해버렸다.
카와카미의 백미는 마지막 부분.
2번 공연이 있었는데, 각각의 느낌이 사뭇 달랐다. 이래서 만사이 상은 교겐을 '살아있다.'라고 하셨나보다.
첫날 공연에서는 남편의 슬퍼하는 마음이 더 느껴졌다면, 두 쨋날 공연에서는 뭔가 마음을 털어버린 것이 더 잘 느껴져서 울컥 눈물이 났다. 저 둘은 평생 저대로 사이좋게 살아가겠구나 싶어서.

더불어, 내가 교겐의 "양식(型)"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구나...하는 걸 깨달았다.
이즈미류 교겐이 추구하는 미학은 극도의 양식미, 형식미로, 웃는 법, 우는 법이 다 일정한 형태로 정해져 있다. 직관적으로 한 번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과장되어 있으면서도, 의미가 집약되어 있는 형태다. 누가 연기해도, 어떤 문화의 사람이 보더라도 동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나는 그걸 정형화된 흉내내기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직접 보니, 흉내내기라는 건 무척 실례되는 폄하였다는 걸 깨달았다. 웃을 땐, 보고 있는 사람마저도 같이 웃고싶어지고, 울 때는 보는 쪽도 가슴이 미어지는 것처럼 슬픈 감정이 전해져 온다.
아~ 이래서 관객과 교감하면서 만들어가는 무대라고 하는구나.

첫날엔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있었는데, 두 쨋날은 어쩐일인지, 공연 진행도 좀 빠르게 서두른다 싶더니,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없었다. 뭔가 스케쥴이 빠듯하셨나보다.

+ 보시바리 멤버의 요비코에(呼声)
샷키샷키~샷키샤~♪ 하는 후렴구가 중독성 짱이다.
내용은 주인이 심부름을 보내려한다는 걸 안 타로카쟈가 집에 없는 척 하는데, 이를 알게 된 주인이 지로카쟈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타로카쟈를 불러내려 한다. 타로카쟈는 계속 없는 척 하다가, 노래에 흥이 올라, 들킨 줄도 모르고 흥이 나서 응한다는 내용.

전에 만사이 상 팬 블로그에서 교겐 공연의 후기를 읽다가 만사쿠 상이 토크 시간에 해외 공연의 추억담을 펼쳐놓으시다가 '올해는 처음으로 한국 공연이 결정되서' 라고 하셨다는 후기를 읽고, 사실은 반신반의 그 시기가 언제쯤일까 예상했더랬었다. 당시에 만사이 상 스케줄이 워낙 후덜덜해서, 아니, 뭐 지금도 마찬가지만, 맥베스가 막 끝난 다음, 연극 파우스트에 영화 노보우의 성, 그리고 연일 이어지는 교겐 공연에 과연 이분이 언제 시간이 나서 한국엘 오시나 했는데, 그게 9월이었나보다. (난 겨울에나 오시려나 했다;) 관련 정보는 국립극장 홈페이지, 티켓링크, 그리고 8월 12일자로 万作の会 홈페이지 공지에 올라있다. 만사쿠/만사이 상 한국 첫 공연이로구나~ 얼쑤~

2010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 http://www.ntok.go.kr/wfnt2010/program/04_detail.jsp
티켓링크  - http://theater.ticketlink.co.kr/detail/place_end01.jsp?pro_cd=B0054648
万作の会(공식 홈페이지) - http://www.mansaku.co.jp/news/2010/08/the-world-festival-of-national-theaters-2010.html
 
2010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트래디셔널 교겐

공연장소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공연기간 : 2010.09.03 ~2010.09.04
공연시간 : 105분
               09.03 20:00 공연
               09.04 13:00 공연
기획 : 국립극장(기획)
기획제작 : 세타가야 문화재단, 세타가야 퍼블릭 시어터
협력 : 만사쿠회 (万作の会)
레파토리 : 봉에 묶기(棒縛, 보우시바리), 상류(川上, 카와카미), 버섯(茸, 쿠사비라)

보우시바리와 쿠사비라는 해외 공연 단골 레파토리라 이해가 가는데, 카와카미는 의외였다.
앞에 두개는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웃을 수 있는 콩트라고 하면, 카와카미는 내용을 알아도 잘 이해가 안 간다고 할까나. 어쨌거나, 내용 자체가 교겐에서는 드문 언 해피니까.
출연진을 보니까, 만사쿠 상이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과연 무대에 오르실까 싶었는데, 카와카미에 출연하시는 걸 보고 참 그 연세에 자기관리를 얼마나 철저히 하셨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혹시나 유키군도 같이 안 와주려나 했더니, 쿠사비라에서 버섯 역할로 등장하는 모양이다. 노무라가 삼대가 총출동이네.

* 프로그램 설명 - 티켓링크 참조

보시바 (막대기 묶음)
타로-카자 : 노무라 만사이 (野村萬斎)
주인 : 타카노 카즈노리 (高野和憲)
지로-카자 : 후카다 히로하루 (深田博治)

* 줄거리
두 하인 타로-카자와 지로-카자가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술 곳간에서 술을 훔쳐 마신 것을 알게 된 주인. 그는 한 가지 계책을 생각해 내어 타로를 막대기에 묶고 지로의 양손을 묶은 후 안심하고 외출을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묶인 채 술 곳간으로 가고 술 독의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으니 마시고 싶어 견딜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두 사람은 두 손이 묶인 채 술을 마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내는데…. 묶인 손으로 술 곳간의 문을 열거나 춤을 추는 장면에서 웃음을 주는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공연이다. 누구든 즐겁게 만들어 주는 교겐극의 대표작으로 해외에서도 여러 번 공연 되었다.


카와카
(강의 상류)
맹인남편 : 노무라 만사쿠 (野村万作)
부인 : 이시다 유키오 (石田幸雄)

* 줄거리
요시노에 사는 맹인 남자가 영험하다는 강의 상류에 있는 지장보살(자비로운 수호신의 돌상)에 가서 열심히 기도를 한 결과로 그의 시력을 되찾게 된다. 그러나 지장보살은 지금 그와 같이 살고 있는 부인은 악연이므로 헤어지라는 조건을 단다. 그것을 알게 된 부인은 화를 내며 절대로 헤어질 수 없다고 우기는데…. 인간과 운명의 대치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 교겐의 이색적인 명작으로 비록 40분 정도 상연되는 짧은 극 이지만 장편 연극에 필적할 만한 긴장감 넘치는 내용을 보여준다. 또한 ‘카와카미’는 일본의 희곡 베스트3에 오르기도 했다.
<이 공연은 20분의 휴식시간을 가진다. >


쿠사비라
(버섯)
수도승 : 노무라 만사이 (野村萬斎)
남자 : 이시다 유키오 (石田幸雄) (* 참고로 저 위에 사진이 쿠사비라 공연 사진이고, 오른쪽에 서있는 사람이 이 분임. 머리에 갓을 쓴 사람들은 버섯)
버섯들 : 츠키자키 하루오(月崎晴夫), 나카무라 슈이치(中村修一), 노무라 료타(野村遼太 - 만사쿠 상 외손자), 노무라 유키 (野村裕基 - 만사이 상 아들), 토키타 마츠히로(時田光洋), 타카노 카즈노리(高野和憲), 후카다 히로하루(深田博治)

* 줄거리
한 남자가 그의 집에서 하나 둘 씩 자라나기 시작하는 버섯들 때문에 몹시 난감한 나머지 그 버섯들을 제거해 달라고 야마부시(수도승 또는 퇴마사) 에게 부탁을 한다. 그의 집으로 향한 야마부시는 재빨리 굿을 시작 하지만 버섯의 수는 줄기는커녕 더 많아지고 몇몇의 버섯들은 그 남자와 야마부시에게 장난을 치기까지 한다. 인간과 거대한 버섯들의 싸움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인간의 지혜를 넘어서는 자연의 경이를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다. 독특한 버섯의 형태는 교겐의 워크숍에서 종종 채택되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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