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새삼스럽게 빨강머리 앤에 불타오르는 한 주간.
동생놈이 어디서 구했다는(__;;)빨강머리 앤 동영상을 보고 향수에 푹 빠져, 그렇지! DVD가 나왔었지 하고 부랴부랴 인터넷 쇼핑몰을 뒤졌다. (나온지가 언젠데 이런 뒷북이라니;;)
낱개로는 대부분 품절이고 세트로 파는 것 중 제일 싸게 파는 곳 발견!
yes24에서 행사가로 12장 풀세트로 85,800원!!!
장당 7,150원! 이것은 CD 한장값보다도 저렴한 가격!
(왠지, 광고가 되버렸다. 하지만, 오이뮤직에서는 10만원이 넘어갔는걸..)
[그림출처-yes24]
비록 나중에 더 싼곳을 발견하게 된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테다...라는 결심으로 긁었다;

본말전도가 되버렸지만, 오랜만에 다시 본 '빨강머리 앤'은 내개 소녀시절(...")을 떠올리게 해줬고, 그 때 느꼈던 감정들을 다시 재생할 수 있게 해줬다.
빨강머리 앤을 읽지않고 소녀시절을 보낸 아이들도 있을까.
어린 마음에 나는 빨강머리 앤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어쩌면 이렇게 닮았을까...일체화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 나이대 여자아이들은 대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자란다고..)
책읽기를 좋아하고, 공상하기를 좋아하고, 외모에 민감하며, 아직도 꿈꾸기를 좋아하는 소녀.

예전에 볼때는 잘 몰랐는데, 원작이 워낙 좋은 것도 있지만 이번에 다시 보니 정말로 정성스럽게 잘 만든 애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캐나다의 자연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도 멋지지만, 내가 가장 감탄한 것은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적인 행동을 결코 그냥 보아 넘기는 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매튜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올 때는 꼭 계단참에서 장화에 묻은 흙을 모서리에 문지르고 들어온다.
그리고 들어와서 소파에 누울땐, 소파 아래에 V자 홈이 파인 나무대를 이용해서 부츠를 벗는다.
이런 일련의 동작들은 사실 이야기의 진행과는 무관한 부분이지만, 이런 장면을 넣어줌으로 해서 나는 좀더 생생하게 매튜라는 인물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앤이 설겆이를 하는 장면, 마릴라가 요리를 하는 장면, 밖에서 맨발로 뛰어놀던 앤이 집에 들어가기 전에 물통에 발을 씻는 이런 생활감이 짙게 배어나오는 장면들이 애니에,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준다고 생각한다.
하긴, 감독은 다카하타 이사오에 작화감독은 콘도 요시후미, 장면설정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맡았다고 하니까.

애니를 보다가 중간에 앤의 목소리가 달라지는 부분이 몇 장면 나오는 바람에 故 정경애씨의 목소리가 너무 아쉽기도 하다.
(미성박명...ㅠ.ㅠ)

개인적인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