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 (Macbeth) - Directed by Mansai Nomura
일 시 : 2013. 03. 15 (금) ~ 17 (일)
장 소 : 명동예술극장
관극일 : 2013. 03. 15 (금) ~ 17 (일)
원 작 : 윌리엄 셰익스피어 <맥베스>
연 출 : 노무라 만사이(野村萬斎)
출 연 : 맥베스 - 노무라 만사이(野村萬斎), 맥베스의 처 - 아키야마 나츠코(秋山菜津子), 세마녀 - 고바야시 케이타(小林桂太), 다카다 케이토쿠(高田恵篤), 후쿠시 케이지(福士惠二), 던컨왕 & 맥더프 - 다카다 케이토쿠, 뱅쿠오 - 후쿠시 케이지, 맬컴 & 플린스 - 고바야시 케이타
줄거리 :
왕좌를 향한 치열한 욕망, 그리고 스스로 그 덫에 빠진 이들의 비극
던컨 왕 휘하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 뱅쿠오와 함께 진영으로 돌아오던 중, 황야에서 마녀 3명을 만나 “결국 왕이 되는 자” 라는 예언을 듣는다. 그러나 성으로 돌아와 보니 던컨 왕은 맬컴 왕자를 후계자로 임명하고, 두려운 마음에 맥베스는 부인과 함께 왕을 살해할 계획을 꾸민다. 모두가 조용히 잠든 밤, 단검으로 왕을 살해하고 드디어 국왕의 자리에 오른 맥베스. 그러나 마녀들에게 또 다른 자가 왕위에 오른다는 예언을 듣고 다시 살인을 꾸미는데…
- 만사이 상이 맥베스를 들고 한국에 오신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오매불망 기다리다, 티켓 오픈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나는 명동 예술극장 패키지를 질렀다. 하루 전 선예매라니, 게다가 무려 40% 할인까지 끼얹어주는데 뭔들. 명동예술극장에서 올리는 극은 믿고보는 편이라 마음 편하게 패키지를 지르고 3일 내내 실질 1열 중앙을 벗어난 본 적이 없다는 행복한 파슨 라이프~ 아아, 다른 애정극도 이렇게만 티켓팅하면 진짜 행복할 거 같다.
하여간 그렇게 기다려온 만사이 상의 공연. 금요일은 관객과의 대화도 있다고 해서 잔뜩 기대를 하고 보러갔는데, 기대가 헛되지 않아서 굉장히 흥분된 기분으로 공연장을 나섰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금요일 밤공, 토요일 낮공, 토요일 밤공, 일요일 막공(전관 찍는다!! 고 한게 무색하게 각각 후기를 남겨야 하겠지만, 난 지금 매우 귀찮아병이 도진 상태라서 밀린 후기만 백개이므로 한방에 퉁친다. 또 글쓰기는 연습이므로 그동안 굳어버린 손가락이 무척이나 삐걱대고 있어서 가뜩이나 없던 문장력이 자꾸 퇴보하고 있어서 제대로 후기를 쓰는 것도 버겁다. 아, 왠 잔말이 이리도 많은 것이냐. -_-;;
- 만사이 상은 교겐시로서 일본의 전통문화 계승자이면서, 바로 그 일본 고유의 문화를 보편성에 담아 세계화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시도로 셰익스피어를 가져다 일본식으로 각색하는 작업을 몇년에 걸쳐 진행하고 있고, 상당한 성과를 얻어냈다. '실수 연발'에서부터 태어난 '실수의 교겐', '리처드 3세'에서 나온 것이 '나라를 훔친 자', 그리고 이번의 맥베스까지. 실수의 교겐은 말 그대로 실수 연발을 '교겐'에 담아낸 작품이고, '나라를 훔친 자'나 '맥베스'는 교겐의 미니멀리즘과 일본색을 입혀서 각색한 연극 작품이다.
- 놀랐던 건 첫날 공연을 보고나서 굉장히 일본색이 짙다는 생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 전개에 있어서 원작 훼손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대사는 원작 고대로~ 물론 다수의 등장인물을 고작 5명으로 처리해야 했기때문에 원작에서 쳐낼 부분은 가차없이 쳐냈고, 또 그게 전체 맥락을 크게 흐트러트리지 않았다는 점이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 교겐의 노 무대를 연상시키는 장방형 천을 펼쳐 무대를 만들고, 그 천 바깥은 무대 밖이라는 듯, 세 마녀가 들락거리며 소품을 챙기고 쉬기도 하고 등퇴장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교겐의 형식 그대로 였다. 또 세 마녀가 몇 가지 소품을 가지고 빙글빙글 다른 인물로 변신하는 장면 역시 교겐을 연상 시켰다. 나중에 만사이 상 인터뷰를 보니까, 그 변신 장면에 웃음 코드를 기대했는데, 정작 일본에선 반응이 없었는데, 한국 관객이 훨씬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웃어주더라며.
- 맥베스의 흥망성쇠를 봄, 여름, 가을, 겨울로 표현하며 인간 역시 초월자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저 삼라만상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런 정서는 서양인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버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보통 맥베스에서 기대하는 건 인간의 욕망, 집착에 대한 끈적하고 어두운 감정이지 않을까. 물론 만사이 상이 연출한 맥베스에서 그 부분이 간과되었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
- 무대가 간소하다고 해서 극까지 간소한 건 아니어서, 내가 제일 감탄한 장면은 맥베스가 맥더프의 배신을 알고나서 맥더프의 성을 치는 장면이었는데, 와~ 나는 이런 작은 규모의 연극에서 이런 스펙타클을 경험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노 무대를 상징했던 바닥천을 양 옆에서 막대에 걸고 맥베스의 수신호를 따라 걷어올리면 그 천 뒷면이 펄럭이며 커다랗게 부풀어오르는데, 그 천 무늬가 빗발치는 화살. 진짜로 맥더프의 성에 화살비가 날아드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역동적인 장면이 그 천 한장으로 만들어지더라. 그리고 그 천이 무대 뒤로 사라지면 어느 새 맥베스의 손에는 맥더프의 아내와 아이의 머리가 들려있다. 대단한 만사이 상~
- 쏟아지는 낙엽 속에 피를 토하듯 '이런 한숨이 다 있나' 소리가 절로 나오는 절규와도 같은 한숨을 내쉬며 쓰러지는 아키야마 상의 광기어린 눈동자도 잊을 수 없다. 아무리 씻어도 씻기지 않는 피냄새, 죄의 무게. 거기에 져버린 한 여인.
때로 왕좌가 되기도 하고, 성이 되기도 하던 무대 장치가 이번엔 관이 되어 맥베스의 처를 안치하며 무대를 떠난다. 하염없이 슬퍼하며 십년은 늙어버린 맥베스에게 최후 통첩이 당도한다.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버남의 숲이 다가오는 것. 여기서도 걸개천에 그려진 원근법을 적용한 나무 그림이 차례로 떠오르면서 숲이 다가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천은 다시 눈보라와 만나서 맥베스의 최후를 덮어줄 거대한 덮개가 된다.
- 조명, 음향, 배우들의 움직임, 그리고 스스로 주연으로 출연하면서 이런 영리한 연출까지. 만사이 상은 참으로 다재다능한 분이라는 걸 새삼 깨달은 관극이었다.
+ 3/17 막공일 오전에 우리 연아가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이 되었더랬다. 행복한 마음을 안고 만사이 상의 마지막 맥베스를 보러간 기억이 난다.
일 시 : 2013. 03. 15 (금) ~ 17 (일)
장 소 : 명동예술극장
관극일 : 2013. 03. 15 (금) ~ 17 (일)
원 작 : 윌리엄 셰익스피어 <맥베스>
연 출 : 노무라 만사이(野村萬斎)
출 연 : 맥베스 - 노무라 만사이(野村萬斎), 맥베스의 처 - 아키야마 나츠코(秋山菜津子), 세마녀 - 고바야시 케이타(小林桂太), 다카다 케이토쿠(高田恵篤), 후쿠시 케이지(福士惠二), 던컨왕 & 맥더프 - 다카다 케이토쿠, 뱅쿠오 - 후쿠시 케이지, 맬컴 & 플린스 - 고바야시 케이타
줄거리 :
왕좌를 향한 치열한 욕망, 그리고 스스로 그 덫에 빠진 이들의 비극
던컨 왕 휘하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 뱅쿠오와 함께 진영으로 돌아오던 중, 황야에서 마녀 3명을 만나 “결국 왕이 되는 자” 라는 예언을 듣는다. 그러나 성으로 돌아와 보니 던컨 왕은 맬컴 왕자를 후계자로 임명하고, 두려운 마음에 맥베스는 부인과 함께 왕을 살해할 계획을 꾸민다. 모두가 조용히 잠든 밤, 단검으로 왕을 살해하고 드디어 국왕의 자리에 오른 맥베스. 그러나 마녀들에게 또 다른 자가 왕위에 오른다는 예언을 듣고 다시 살인을 꾸미는데…
- 만사이 상이 맥베스를 들고 한국에 오신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오매불망 기다리다, 티켓 오픈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나는 명동 예술극장 패키지를 질렀다. 하루 전 선예매라니, 게다가 무려 40% 할인까지 끼얹어주는데 뭔들. 명동예술극장에서 올리는 극은 믿고보는 편이라 마음 편하게 패키지를 지르고 3일 내내 실질 1열 중앙을 벗어난 본 적이 없다는 행복한 파슨 라이프~ 아아, 다른 애정극도 이렇게만 티켓팅하면 진짜 행복할 거 같다.
하여간 그렇게 기다려온 만사이 상의 공연. 금요일은 관객과의 대화도 있다고 해서 잔뜩 기대를 하고 보러갔는데, 기대가 헛되지 않아서 굉장히 흥분된 기분으로 공연장을 나섰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금요일 밤공, 토요일 낮공, 토요일 밤공, 일요일 막공(전관 찍는다!! 고 한게 무색하게 각각 후기를 남겨야 하겠지만, 난 지금 매우 귀찮아병이 도진 상태라서 밀린 후기만 백개이므로 한방에 퉁친다. 또 글쓰기는 연습이므로 그동안 굳어버린 손가락이 무척이나 삐걱대고 있어서 가뜩이나 없던 문장력이 자꾸 퇴보하고 있어서 제대로 후기를 쓰는 것도 버겁다. 아, 왠 잔말이 이리도 많은 것이냐. -_-;;
- 만사이 상은 교겐시로서 일본의 전통문화 계승자이면서, 바로 그 일본 고유의 문화를 보편성에 담아 세계화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시도로 셰익스피어를 가져다 일본식으로 각색하는 작업을 몇년에 걸쳐 진행하고 있고, 상당한 성과를 얻어냈다. '실수 연발'에서부터 태어난 '실수의 교겐', '리처드 3세'에서 나온 것이 '나라를 훔친 자', 그리고 이번의 맥베스까지. 실수의 교겐은 말 그대로 실수 연발을 '교겐'에 담아낸 작품이고, '나라를 훔친 자'나 '맥베스'는 교겐의 미니멀리즘과 일본색을 입혀서 각색한 연극 작품이다.
- 놀랐던 건 첫날 공연을 보고나서 굉장히 일본색이 짙다는 생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 전개에 있어서 원작 훼손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대사는 원작 고대로~ 물론 다수의 등장인물을 고작 5명으로 처리해야 했기때문에 원작에서 쳐낼 부분은 가차없이 쳐냈고, 또 그게 전체 맥락을 크게 흐트러트리지 않았다는 점이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 교겐의 노 무대를 연상시키는 장방형 천을 펼쳐 무대를 만들고, 그 천 바깥은 무대 밖이라는 듯, 세 마녀가 들락거리며 소품을 챙기고 쉬기도 하고 등퇴장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교겐의 형식 그대로 였다. 또 세 마녀가 몇 가지 소품을 가지고 빙글빙글 다른 인물로 변신하는 장면 역시 교겐을 연상 시켰다. 나중에 만사이 상 인터뷰를 보니까, 그 변신 장면에 웃음 코드를 기대했는데, 정작 일본에선 반응이 없었는데, 한국 관객이 훨씬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웃어주더라며.
- 맥베스의 흥망성쇠를 봄, 여름, 가을, 겨울로 표현하며 인간 역시 초월자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저 삼라만상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런 정서는 서양인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버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보통 맥베스에서 기대하는 건 인간의 욕망, 집착에 대한 끈적하고 어두운 감정이지 않을까. 물론 만사이 상이 연출한 맥베스에서 그 부분이 간과되었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
- 무대가 간소하다고 해서 극까지 간소한 건 아니어서, 내가 제일 감탄한 장면은 맥베스가 맥더프의 배신을 알고나서 맥더프의 성을 치는 장면이었는데, 와~ 나는 이런 작은 규모의 연극에서 이런 스펙타클을 경험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노 무대를 상징했던 바닥천을 양 옆에서 막대에 걸고 맥베스의 수신호를 따라 걷어올리면 그 천 뒷면이 펄럭이며 커다랗게 부풀어오르는데, 그 천 무늬가 빗발치는 화살. 진짜로 맥더프의 성에 화살비가 날아드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역동적인 장면이 그 천 한장으로 만들어지더라. 그리고 그 천이 무대 뒤로 사라지면 어느 새 맥베스의 손에는 맥더프의 아내와 아이의 머리가 들려있다. 대단한 만사이 상~
- 쏟아지는 낙엽 속에 피를 토하듯 '이런 한숨이 다 있나' 소리가 절로 나오는 절규와도 같은 한숨을 내쉬며 쓰러지는 아키야마 상의 광기어린 눈동자도 잊을 수 없다. 아무리 씻어도 씻기지 않는 피냄새, 죄의 무게. 거기에 져버린 한 여인.
때로 왕좌가 되기도 하고, 성이 되기도 하던 무대 장치가 이번엔 관이 되어 맥베스의 처를 안치하며 무대를 떠난다. 하염없이 슬퍼하며 십년은 늙어버린 맥베스에게 최후 통첩이 당도한다.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버남의 숲이 다가오는 것. 여기서도 걸개천에 그려진 원근법을 적용한 나무 그림이 차례로 떠오르면서 숲이 다가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천은 다시 눈보라와 만나서 맥베스의 최후를 덮어줄 거대한 덮개가 된다.
- 조명, 음향, 배우들의 움직임, 그리고 스스로 주연으로 출연하면서 이런 영리한 연출까지. 만사이 상은 참으로 다재다능한 분이라는 걸 새삼 깨달은 관극이었다.
+ 3/17 막공일 오전에 우리 연아가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이 되었더랬다. 행복한 마음을 안고 만사이 상의 마지막 맥베스를 보러간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