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오페라 락(Mozart L'Opera Rock)

일   시 : 2012. 03. 30 ~ 2012. 04. 29
장   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관극일 : 2012. 04. 12 (목) 20:00
연   출 : 김재성, 음악감독 : 서유진
캐스트 : 모차르트 - 박한근, 살리에리 - 강태을, 콘스탄체 - 이해리, 알로이지아 - 김민주, 레오폴트 - 신성우, 난넬 - 홍륜희, 디바 - 허진아, 세실리아 - 최현선, 안나 마리아 - 장이주, 로젠베르크 - 성열석, 베버/요제프2세 - 장원령

- 모차르트! 를 볼 때, 성남아트센터 음향에 큰 불만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모오락은 유난히 에코 효과를 과하게 집어넣어서 이게 그냥 동굴 음향 정도면 참아주겠는데, 돌림 노래 만들듯 메아리치는 건 정말 개선을 해줬으면 좋겠다. 이게 얼마나 심한지 지금 배우가 박자를 틀린 건지, 내가 메아리를 듣고 그렇게 느끼는 건지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배우들 마이크 볼륨을 상당히 크게 올려놓은 것 같은데, 특히 신파파 숨소리는 좀 많이 거슬렸다. 노래가 아닌 대사할 땐 마이크 볼륨 조절 좀.

- 8일 공연과 싹 다른 새로운 모차르트, 살리에리, 알로이지아를 만나게 되었는데, 확실히 배우가 달라지면, 극이 달라진다.
근촤는 호촤에 비해 반항아 기질이 훨씬 강한 혁명가 모차르트더라. 음색 자체도 허스키하면서 훨씬 강한 음색이고, 호촤가 어딘지 여린 구석이 있는 똘끼 충만한 이질적인 존재라는 느낌이라면, 근촤는 그야말로 시대의 반항아라는 느낌. 그래서 근촤에게서는 천재로서의 광기 같은 건 좀 덜한데, 형식 파괴, 고정 관념과 싸우는 전사, 투사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 차이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게 '장미 위에 잠들어'였는데, 이 넘버에서 호촤의 절규에는 '한(恨)'이 느껴진다면, 근촤의 절규에는 분노가 느껴지더라. 그리고 이렇게 센 모촤다보니 후반으로 가면서 병들고 약해지는 부분에서도 그 병약함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 그 부분은 좀 아쉬웠다. 근촤가 지금의 연기 노선에 광기를 좀 더 얹어서 똘끼까지 표현해 준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알로이지아 역의 최유하 씨(이후 유하 알로)나 김민주 씨(이후 민주 알로) 모두 참으로 아름다우신데, 민주 알로는 유하 알로에 비해서 목소리가 허스키하고 강한 느낌이었다. 유하 알로가 공주병 환자다운 곱고 예쁜 목소리라면, 민주 알로는 살짝 노는 언니 풍의 포스가 느껴지는 목소리인데, 이게 빔밤붐에서 추는 각기춤에서도 민주 알로 쪽이 동작이 더 크고 절도가 있다. 난 유하 알로의 새침데기같은 그 예쁜 각기 쪽이 더 취향이더라만. 그래서 자매쏭에서도 유하 알로는 나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지~ 라면서 육탄전은 피할 것 같다면, 민주 알로는 수틀리면 머리끄덩이 잡고 어디서 언니한테 반항이냐고 딱 잡아 누를 기세랄까.
이게 재회한 모차르트를 만났을 때에도 두 알로가 차이가 나는데, 유하 알로는 어머니 돌아가시고 비참하게 된 모차르트를 동정하고, 그를 배신한 걸 미안해하는 게 겉으로도 티가 나는데, 민주 알로는 속으로는 그를 동정하고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겉으로는 자신을 상처 준 모차르트에게 더 차갑게 대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렇게 분노하는 근촤가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리고 이날 나에게 단연 베스트 연기자였던, 살리에리 역의 강태을 씨(이후 태을 살리). 지난번 준살리를 볼 때도 느낀 건데, 사실 살리에리가 이렇게 매력적이고 잘생기고 귀족적이어도 되는 건가...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건 아마데우스가 아니라, 모오락이니까. 내 머릿속 살리에리는 단 거 좋아하고, 남들보다 안목 높고, 주제 파악도 객관적이라 스스로 찌질해진 노인네(;)라는 인상이 강해서, 사실 모오락의 살리에리에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아니, 이건 어떻게 봐도 살리에리에 대한 지나친 미화잖아? 모촤는 모촤인데, 살리에리는 거의 순정만화 버전으로 재탄생, 모오락 제작자들은 살리에리 빠돌이들인가;

하여간 태을 살리는 아주 온몸에서 귀족적인 우아함, 자긍심이 흘러넘치더라. '후궁으로부터의 유괴'를 감독하러 왔다가 로젠베르크가 떠난 뒤, 야유하는 의미로 모차르트에게 예를 표하는 동작에서마저 아주 우아함이 뚝뚝 떨어진다. 그리고 황제가 불러도 '예'라던가 하는 응답도 안 하는, 고고하기가 아주 절벽 위에 핀 한 떨기 난이다. 그런 그가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뿌리째 흔들리고, 자존심이 무너져내리는 걸 표현하는 게 '고통스러운 즐거움'인데, 와우~ 난 태을 살리의 이 넘버에 그냥 껌뻑 넘어가고 말았다. 마디마디 느껴지는 상처입은 자존심, 인정하고 싶지 않아 도피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자신이 열등감을 느낀다는 사실 자체에 더욱 좌절하고 긍지에 상처입은 모습이 가감 없이 와 닿았다. 다만, '악의 교향곡'은 조심스럽게 부른다는 느낌이 들어서, 감정이 좀 약하지 않나 싶은 게 불만이었지만, 태을 살리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아름다운(응?) 살리에리더라.

아, 그리고 내가 태을 살리에 또 껌뻑 넘어간 이유 중 하나는, 강태을 씨의 평소 목소리는 살짝 높은 톤에 더 가까운데, 그걸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저음으로 발성해서 소리를 내는데, 그게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러 목소리를 눌러서 저음을 꾸며내는 부자연스러움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저음 톤이라 그게 참 좋더라.

그리고 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연기도 참 좋았는데, 죽어가는 모차르트를 찾아온 장면. 사실 뜬금없이 쟤는 왜 갑자기 모차르트를 찾아왔대? 싶은 장면인데, 태을 살리가 그 부분도 연기로 설득시키더라. 그러니까 원래도 긍지가 높은 사람이라, 자신의 치졸한 술수가 참을 수 없이 수치스럽고, 자신도 음악가라 모차르트가 얼마나 위대한 음악가인지 알기에 그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가만있을 수 없어 찾아왔다는 게 보이더라. 진심으로 모차르트를 걱정하고 후회하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근촤와 태을 살리 두 사람이 부르는 '후회 없이 살리라.'는 참으로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어서 8일 공연에 들은 그 노래와 같은 노래인가 싶을 정도로 좋더라.

- 이렇게 보고나니 당연히 호촤에 태을 살리 조합이 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 근데, 이 둘 조합이 앞으로 딱 두번 뿐인데, 내가 갈 수 있는 날이 호촤 막공 뿐이라는 눈물나는 현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