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살의 신

일   시 : 2011. 12. 17 ~ 2012. 02. 12
장   소 :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관극일 : 2012. 01. 07 (토) 15:00
연   출 : 한태숙, 원작 : 야스미나 레자
캐스트 : 알렝 - 박지일, 아네트 - 서주희, 미셀 - 이대연, 베로니끄 - 이연규
줄거리 :
가해자 페르디낭은 피해자 부르노가 그들의 패거리에 들어오는 것을 거절한 것에 발끈하여 부르노의 이빨 두 개를 막대기로 부러뜨렸다.

피해자 : 부르노 (부 : 미셸, 직업 - 생활용품 도매상 / 모: 베로니끄, 직업 - 아프리카에 관심이 많은 작가) 나이 : 11살
가해자 : 페르디낭 (부 : 알랭, 직업 - 변호사 / 모 : 아네트 , 직업 - 가정주부) 나이 : 11살

그리고 이 두 부부의 지랄 같은 하루~
가해자 부모가 피해자 거실에 그의 부모와 함께 앉아있다.

Round 1

아프리카 다르푸르 분쟁에 대한 책을 저술중인 피해자의 어머니 베로니끄 (이연규)는 아이들의 싸움에 ‘중무장’과 같은 단어를 사용, 가해자 부모를 은근이 자극하고 코너로 몰아간다. 이에 질세라 가해자의 아버지 알렝(박지일)은 그래서 어쩌라는 심보로 이야기를 들은척 만척한다. 한편 이들의 살얼음 같은 분위기를 풀어보려 미셸(이대연)과 아네트 (서주희)는 노력하는데…

Round2

두 부부의 신경전은 엉뚱하게 흘러 같은 편인 배우자에게 쌓였던 감정을 토해내며 육탄전까지 벌이게 되는데…[출처 > 플레이DB]

- 과격한 제목과 대비되는 저 포스터를 보고 과연 어떤 내용일까 했더랬다. 시놉이고 뭐고 배우 4명이 나온다는 거 말고는 사전지식 없이 보러갔는데, 그렇게 하길 잘한 듯.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한 극의 후반부를 생각해보면 저 과격한 제목이 아주 얼토당토 않은 제목은 아니었구나 싶어진다.

- 배우 네 분 모두 연기 내공이 상당하신 분들만 모아놓아서, 시작부터 배역과 아주 딱 들러붙어있더라. 다만, 그 중 얼굴이 좀 더 많이 익숙한 이대연 씨 정도가 몰입에 조금 방해가 되는 정도랄까. 이래서 캐릭터 성립과 인지도는 좀 상관 관계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들었다.

- 역시 가장 인상깊은 연기는 아네트 역의 서주희 씨.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연기인가 싶을 정도였고, 가장 많은 에너지를 내뿜어야 하는 역이었는데, 정말 훌륭하게 소화해내셨다.
사람이 살다보면 갑자기 막나가고 싶어지는 때가 있는데, 진짜로 머릿속에 떠오른 대로 저질러 버리면 속이 후련하겠는데, 그걸 차마 못하게 최후의 최후까지 나를 막아세우는 뭔가가 있다. 그 뭔가를 뭐라고 불러야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겠는데, 자제심도 아니고 그보다 더 막강한 자기제어장치인데... 하여간 그걸 깨버린 그녀의 행위에 대리 만족을 느끼며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걸 위해서 그 길고긴 말싸움과 가식과 허영과 허위를 견뎌냈던 건가 싶을만큼.

- 실제로 교양이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남들에게 교양있는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어하는 마음이 본인은 감춘다고 하지만, 남들 눈엔 확연하게 보여서 오히려 속물처럼 보이는 베로니끄 역에 이연규 씨도 그런 굉장히 미묘한 부분을 잘 살려서 연기해 주셨다. 그리고 거기에 딱 정반대 쪽에 속하는, 대놓고 나는 속물이라고, 사람은 모두 자기 자신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며 뻔뻔함을 자랑스레 주장하는 알랭 역의 박지일 씨와 아주 불꽃튀는 말싸움의 향연이 아주 흥미진진. 극과 극은 끌린다고 묘한 성적 긴장감과 서로에게 느끼는 묘한 동족혐오의 감정. 참 이상하게 이 두 사람은 서로 대치되는 입장인데, 무척 닮아있다.
그래서 보면서 이 두 쌍의 부부가 서로 파트너 체인지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ㅋㅋㅋ 어라, 그러고보니 포스터의 배치가 이미 그렇게 돼있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블랙코미디라는 건 볼 땐 실컷 웃고 좋은 데, 보고 나서가 항상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