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일   시 : 2011. 10. 14 ~ 2011. 11. 06
관극일 : 2011. 11. 06 (일) 18:30
장   소 : 이해랑 예술극장
연   출 : 오경택
캐스트 : 마크 로스코 - 강신일, 켄(조수) - 강필석

- 레드 막공을 보고왔다. 지난 번에 마지막으로 본 이후로 디테일이나 연기의 방향이 크게 달라진 건 없었는데, 강신일 씨의 버럭질이 좀 톤 다운 되어서 살짝 아쉬웠다. 아무래도 노쇠한 로스코의 이미지 쪽으로 잡으신건지, 아니면 오늘 낮공도 있었고, 막공이라 좀 지치신 건가 싶기도 했고. 그걸 느낀 게 캔버스 밑칠하는 장면에서, 전보다 뭔가 활력이라고 할까 그런게 좀 덜 보였다. 하긴 저 넓은 캔버스를 제한 시간 안에 온통 레드로 빽빽하게 칠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오늘은 칠하고 나서도 두 분 호흡이 오래도록 거칠더라.
강필석 씨는 두번째 봤을 때의 대사 치는 타이밍이 미묘하게 어긋나던 그런 것들이 싹 사라져 있었다. 그때는 뭔가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관극했던 것 같은데, 오늘은 참 편하게 지켜봤다. 극이 진행되면서 더 깊어지는 감정이나, 원숙해지는 그런 느낌이 충분히 느껴지는 막공이었다.

- 마크 로스코의 장광설은 어쩌면 그렇게 하나하나 다 내 마음에 드는 걸까. 오늘은 영원 불멸로 남을 그 어떤 것은 야만적이고, 고통스러운 것, 그저 좋기만 한 거나 예쁘기만 한 그런 게 아니라는 말이 참 와닿더라. 물론 대중성과 예술성이 꼭 대립해야 하는 인자는 아니지만, 로스코의 말처럼 대중적이기만 해서는 안되는 그 어떤 것이 있다. 세월이 지나도 그 세월을 관통하는 그 무엇을 간직한, 인류 보편적인 어떤 철학을 담고있는 작품이 고전이고 클래식인 거겠지.
하여간 이거 꼭 희곡이든, 책이든 내주면 안되는 걸까. 아니, 그 전에 다음에 앵콜 공연이 또 올라오는 거겠지.

- 이 연극에서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은 당신의 레드는 무엇이고, 블랙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나는 빨강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벡터는 빨강을 향하고 있다. 나에게 빨강은 강백호의 붉은 머리, 토니의 상징색, 미키 상의 빨간 자켓. 정열, 위험, 뜨거움, 선명함, 천박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매력, 생명력 같은 이미지.
그런 레드를 집어삼키는 블랙은 일단은 무기력. 난 그게 제일 무서운 것 같다. 무기력.

- 오늘은 배우 박정자 씨가 이 극을 보러오셨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