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MLET
일   시 : 2011. 10 .20 ~ 2011. 12. 17
장   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관극일 : 2011. 10. 30(일) 14:00
음악 / 대본 : 야넥 레데츠키 , 원작자 : W.셰익스피어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캐스트 : 햄릿 - 박은태, 오필리어 - 이정화, 레어티스 - 전동석, 거트루트 - 신영숙, 클로디우스 - 서범석, 폴로니우스 - 김성기

어제 저녁 공연이 정말 좋았어서, 오늘 낮공도 당연히 그런 기대를 하고 가지만, 일말의 불안이 있기도 했다. 세상에 일요일 2시 공연이라니. 내가 주말 공연이 3시나 4시인 건 봤어도, 2시 공연인 건 또 처음이라서. 안그래도 이 사람들 10 to 10 이 일상인 사람들이 아니던가. 아니나 달라, 배우분들은 괜찮았는데, 오늘 오케스트라, 음향팀은 좀 반성하자. 원미솔 음감은 전에 지킬 할 때도 가끔 달리신다고 하더니만, 오늘 딱 그렇더라. 배우들 박자 따라가느라 애쓰고, 그러더니만 어느 순간 드럼 삑사리 나고, 2막에선 건반에서 음향사고 나고. 벌써 2주차가 끝나갑니다, 잘 좀 해봅시다. 무대위의 배우들이 저렇게 훌륭하게 연기를 선보이는데, 제대로 받쳐줍시다.

- 오필리어 얼터인 이정화 배우의 첫공이었다. 얼터 배우라서 어떨른지...하고 봤는데, 웬걸, 4차 때는 이정화 배우 회차 좀 늘려줍소 가서 빌고싶더라. 음색은 윤공주 배우와 비슷한데, 대사톤도 훨씬 자연스럽고 오필리어스러웠다.
윤공주 배우는 어려보이려고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일부러 어린애 목소리, 찡찡대는 톤에 백치미를 끼얹어서 솔직히 내 취향의 오필리어는 아니었는데, 이정화 배우는 그런 게 없더라. 그리고 윤공주 배우는 자기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해서, 사랑에 빠진 자신에게만 집중한다고 할까, 그래서 햄릿과 전혀라고 해도 좋을만큼 케미가 안 생겼는데 (햄릿도 자기 문제에 정신이 팔려서, 다른데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으니까), 이정화 배우는 자기 감정에 허우적거리는 게 아니라, 상대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 거다. 그러니, 첫 공연인데도 햄릿과 오필리어 사이에 없던 케미가 생겨나더라. 어우, 감격~그렇게 말라 비틀어진 사막같던 햄릿과 오필리어 사이에 그래도 남녀간의 애정 비스무리한 거라도 생기다니. 뭐 없던 게 생겼달 뿐이지, 여전히 오필리어는 레어티스와 케미가 터지는 건 어쩔 수 없다. ㅠ.ㅠ
게다가 오늘 이정화 배우 첫공이라 그런가 동레어도 오필리어 우쮸쮸 분위기가 더하고, 은릿도 본 공연에선 뭐 매몰찼지만, 커튼콜에선 또 토닥토닥 - 연인 분위기는 아니었지 - 해주고 훈훈하더라.

- 김성기 폴로니우스가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저번부터 박자를 놓치시거나, 오늘은 가사를 씹으셨지. 워낙 애드립으로 잘 넘기시지만, 앞으로 해야할 공연이 더 많이 남았으니까, 끝까지 집중 잃지 않고 해주시길 바랄 뿐.

- 범사마는 언제나 진리시지만, 오늘 Chapel 넘버는 진짜 그 괴로움과 통한, 후회의 감정이 어찌나 절절하던지.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혀서 지르는 "모두 무릎 꿇고서 새로운 왕 맞이하라~ 저주받은 나에게 뭐라고 대답을 해줘~"는 레전드였다. 클로디어스라는 캐릭터가 가진 복잡하고 다면적인 성격을 이 노래 하나로 그냥 설득시키셨다.

- 은릿은 이제 연기가 더 좋아질 일만 남았으나, 슬슬 성대의 피로도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아직 티가 날 정도는 아니지만, 그르렁대는 소리를 많이 넣어서 불안불안. 저렇게 지르고도 목이 안 상하나...? 뭐 이런 오지랖 넓은 걱정이 드는 건 사실이다. 미성인 목소리가 장점이자 단점이지만, 그렇다고 목소리를 굵게 낸다고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단점을 보완한다고 장점마저 변질되는 건 바라지 않는다.

- 은릿이 부르는 넘버 중에 가장 임팩트가 강한 노래는 아무래도 커튼콜에서도 부르는 "Let's rise above this world" rep.나 "Today, for the last time"이겠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은 2막 처음에 시작하는 "사느냐 죽느냐"다. 바로 그 유명한 햄릿의 명대사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가 나오는 넘버.
한 소절 한 소절 실린 감성과 음성을 핥아가며 찬양하고 싶게 만드는데, 능력이 안되서 은태는 참 노래를 잘한다 한 마디로 정리하고 만다. ㅠ.ㅠ
아래는 원작과 가사의 비교

햄릿 중 - 번역 : 박우수 @ 열린책들

사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구나.
성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마음속으로 견디는 것이 더 고귀한 일이냐.
아니면 고해의 바다에 맞서 끝까지 대적하여
끝장을 내는 것이 더 고귀한 일이냐.
죽어서 잠을 잔다. 이게 전부란 말인가? 그래, 전부야.
아니, 잠을 자면 꿈을 꾸겠지. 맞아, 그것이 문제야.
사멸할 이 육신의 허물을 벗어 버리고
죽음의 잠 속에서 우리는 무슨 꿈을 꾸게 될까?
그 때문에 우리는 망설이고
이 장구한 인생의 재난을 이어 가는구나.
그게 아니라면 그 누가 시대의 채찍과 조롱,
억압자의 횡포와 거만한 자의 비방,
짝사랑의 고통과 법의 게으름,
관리의 오만함과
훌륭한 사람들이 하찮은 사람들로부터
참고 받아 내는 업신여김을 견디겠는가?
차라리 단검 빼어 들고 이승을 하직하는 편이 낫지.
그게 아니라면 누가 지루한 인생의 무게에 눌려
신음하고 땀 흘리며 그 무거운 짐 지고 가겠는가?
여태껏 아무도 되돌아온 자 없는 그곳,
그 미지의 나라,
사후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의 의지를 마비시키고
우리로 하여금 알지 못하는 저승으로 달려가기보다
이승의 질곡을 참고 살게 하는 것 아니겠는가.
사느냐 죽느냐

산다는 것이 진실보다 중요한가
거짓 속에 사는 대체 나는 누군가
쓰디쓴 진실 알고도 왜 난 망설이는가
진정 거짓에 굴복해야 하는가

사느냐, 죽느냐, 그게 문제야
가혹한 운명의 화살을 참고서 견뎌야 하나
아니면 운명에 맞서 싸울 건가

어디든 가주오 나와 함께
날고싶었던 미지의 그곳으로
그곳엔 잊었던 녹슨 꿈이
잊었던 내자신 찾아줄 수 있을까

(사는 건) 산다는 건 (죽는 건) 무엇일까 (무얼까)
나에겐 어쩌면 죽음과 같은 것
(사는 건) 죽음이란 (죽는 건) 잠드는 것 (무얼까)
그리고 난 깊은 꿈을 꾸겠지

어디든 가주오 나와 함께
날고싶었던 미지의 그곳으로
그곳엔 잊었던 녹슨 꿈이
잊었던 내자신 찾아줄 수 있을까

나의 진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