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MLET

일   시 : 2011. 10 .20 ~ 2011. 12. 17
장   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관극일 : 2011. 10. 21(금) 20:00
음악 / 대본 : 야넥 레데츠키 , 원작자 : W.셰익스피어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캐스트 : 햄릿 - 박은태, 레어티스 - 전동석, 클로디어스 - 윤영석, 폴로니우스 - 김장섭
오필리어 - 윤공주, 거트루트 - 신영숙, 호레이쇼 - 이경수, 헬레나 - 이미경, 길던스턴 - 이용진, 로젠크렌츠 - 홍현표, 유랑극단 단장 - 장대웅, 사제 - 구원모, 유랑극단 여왕대역 - 이고운, 이정화, 김승환, 박수진, 김용남, 박유덕, 오미영, 윤정열, 김솔잎
줄거리 : 따로 필요한지;;

햄릿을 정극으로는 두어번 본 적이 있지만, 뮤지컬 햄릿은 처음이다. 특이하게도 체코 뮤지컬이라고 한다. 체코의 국민가수라는 야넥 레데츠키의 작품으로 록 뮤지컬이라는 정도의 사전 지식만 가지고 보러갔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과연 어떻게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담아냈을지, 그리고 박은태는 어떤 햄릿을 보여줄지 기대하면서.

우선, 공연장인 유니버설 아트센터는 동굴 음향으로 악명이 자자하던데, 그런 것에 비하면 공연장으로서 시야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1층 뒤쪽이었지만, 무대는 구석구석 눈에 잘 들어왔고, 단차도 개념, 뒷자리임을 감안하면 배우들 표정도 잘 보여서 이 점에서는 만족. 그런데, 소문대로 음향은 좀 많이 뭉개지더라. 특히 앙상블이 부르는 곡, 떼창에선 뭐라는지 가사가 하나도 안들릴 지경. Sextet에 가서는 진짜 울고싶더라.

극은 햄릿의 내용을 뮤지컬에 맞게 정리를 잘 한 것 같다. 원작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면서, 몇몇 부분은 쳐내고 - 햄릿을 영국으로 보내는 장면이나, 노르웨이와 관계된 부분은 싹 쳐냈다. - 극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장면의 순서를 살짝 바꾼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이어져 거슬리지 않았다.

음악은 사전에 공개된 "Let's rise above this world" 말고는 다 처음 듣는 거여서 아직 뭐라고 할 수 없지만, 대체로 reprise가 많아서 좀 읭? 스러운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 이게 송쓰루 뮤지컬인데, 왠 재활용이 이리 많아...라며 살짝 투덜투덜. 그리고 처음 들었을 때 한번에 확 끌리는 곡도 없었고. 아, 대신 1막 피날레를 장식하는 "Today, for the last time"은 정열적인 플라멩코 풍이라 신나고 좋더라. 은릿이 또 몸을 좀 잘 써서, 춤도 열심히 추고.

그런데 음악이 정말 다양한 장르를 섞어놔서 배우들이 그걸 다 소화하는 게 조금 무리스럽달까. 특히 록적인 부분에서 성악 창법 구사하는 배우들이 그 삘을 잘 못살려서 좀 아쉽고, 폴로니우스의 대표곡인 "He's crazy"는 신나는 스윙 재즈인데, 그루브를 못 살리더라. 그게 가사가 라임이 안 맞아서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프로필 메이킹 필름에 입혀졌던 곡하고 전혀 딴판이라서 좀...김성기 씨는 어떻게 부르시려나.

배우들의 연기라든가 하는 건 좀 더 보고나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은 대사가 정말 적고, 노래노래노래노래라서; 영숙님 노래는 언제나 진리고, 윤영석 클로디어스는 음....팬텀 하셨던 분이니 노래야 워낙 잘하시는데, 록적인 느낌을 좀 못 살리셔서 좀 아쉬웠다. 윤공주의 오필리어도 특히 2막에서 미친 연기가 좋았는데, 전동석 레어티스와 함께 있을 때 아무래도 여동생으로는 안 보여서 ㅠ.ㅠ 동석 레어티스는 목소리 좋고 목청 좋고, 근데 박자 놓치는 버릇은 여전하더라; 뭐 차차 좋아질 거라고 보고.
생각지도 않게 발견한 배우라면 오필리어의 친구 헬레나 역의 이미경 배우와 호레이쇼 역의 이경수 배우. 두분 다 목소리도 좋고, 노래도 쩌렁쩌렁. 그래서 프로필 한 번 더 살펴봤다.

그리고 은릿.
팬심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노래가 그새 더 늘었다. 표정 연기도 더 좋아졌고. 그전부터 몸을 잘 쓴다고 생각해왔는데, 반항적인 포즈로 계단에 앉기 이런 장면에서 제대로 그 반항기 같은게 멋지게 표현되서 - 이런 폼잡는 거 잘못하면 보는 사람이 오그라드는데, 이런 걸 잘 해내면 오오~ 멋져~ 라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 흡족. 그리고 사전에 얼핏 상반신 누드 얘기를 듣고는 갔는데, 와우~ 박은태 몸 좋더라~#.# (여기까지!)
1막 피날레에서는 탭댄스를 곁들인 플라멩코를 살짝 맛뵈기로만 추지만, 뭐 언제나 춤은 열심히 추니까. ㅋㅋㅋ 잘 춘다고 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못추는 건 절대 아닌데, 역시 그루브를 타는 건 연습해서 되는게 아니라, 감각의 영역이다.
어제 프레스콜에서의 리허설(?)을 제외하면 오늘이 첫공인데, 벌써 이만큼 캐릭터를 완성시켰다는게 참 대단하다 싶고, 그래도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질 연기를 기대. 노래는 이미 로딩 완료된 것 같으니.

- 전반적으로 송쓰루라 그런가 지루할 틈 없이 전개가 빨라서 생각보다 극이 짧게 느껴지더라.
- 무덤지기가 해골 세개를 늘어놓고 원래 누구였다고 설명하는 씬에서 정말 깨알같이 웃겨서ㅋㅋㅋㅋㅋㅋㅋㅋ 은릿도 능글능글 내가 누군지 알고 하는 소리냐고 하는데, 이 개그 코드는 흥할 기세!
- 거트루트가 부르는 "I'm untrue"에서 거울 속 거트루트를 표현하는 여 앙상블 세분 중 한분이 오페라 글로브 없이 서셨다. 소품 담당은 반성하라.
- 어제 개연이라 그런가, 로비엔 연출자와 원작자가 돌아다니고, 난 못봤지만, 응원차 류정한 배우가 왔다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