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일   시 : 2011. 10. 14 ~ 2011. 11. 06
관극일 : 2011. 10. 19 (수) 20:00
장   소 : 이해랑 예술극장
연   출 : 오경택
캐스트 : 마크 로스코 - 강신일, 켄(조수) - 강필석

- 원래는 오늘 늑대의 유혹을 예매했었었다. 고퀄리티 병맛;;이라는 평도 좋고, 갑자기 60% 할인이 떠서, 캐스팅에 스케줄 잡다보니 그게 오늘이었는데, 레드를 어떻게든 한 번 더 봐야해서 - 프로그램북 사러간다는 핑계로 - 60% 할인이 아깝지만, 취소하고 레드를 보러갔다. 그리고 보고와서 레드 막공 표를 찾아 예매. --;

- 이해할 수 없는 그림을 앞에 두고 나도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입만 살아서는, 꿈보다 해몽이구나~ 하고;; 선, 면, 색채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손보다 입이 부지런한 예술이라고 건방진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예술과 진지함'에 대해 저토록 깊이 성찰하는 사람들의 시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좀 들었다. 고전이 괜히 고전이 아닌게지.
아, 근데 로스코 교수님 대사는 하나하나 어찌나 주옥같은지. 이거 정말 책으로 안 나왔으려나.

- 그래, 공룡이 떠드는 거야. 니들 눈엔 우리가 그냥 산소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공룡처럼 보이지.
- 차가운 이성으로 속이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는 거야.
- 총으로 강요된 명랑과 같아. (백만장자들만 간다는 식당에서 들려오는 웃음 소리가)
- 아들은 아버지를 존경하지만, 살해해야 하는 거야. 즐기면서가 아니라 그저 용감하게.
- 자기 그림을 제대로 봐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할지 믿을 수 없게 되버린거야.

- 젊고 명석하고, 패기 넘치는 애송이 켄. 켄이 로스코의 장광설, 가식을 비판하며 둘이 한 판 붙고나서 '저는 이제 해고인가요?' 라고 물었을 때 로스코는 '너는 처음으로 존재했어.'라고 한다. 로스코를 자극하고 그의 시대가 저물어감을 정면으로 들이대고, 자기기만을 비판하는 켄이라는 존재에 대한 로스코의 결벽할 정도의 성찰의 결과 나온 대답이 저거구나. 켄은 로스코 안에서 '존재'로 인정받았다.

- 타협하기엔 너무나 결벽하고 예민한 자존심을 가진 로스코. 극의 마지막 장면은 다시 봐도 울컥한다. 그 뒷모습에서 풍겨나오는 어떤 거대한 산과 같은 느낌. 실제로 강신일 씨는 그리 큰 체구가 아닌데도 말이다.

- 강신일 님은 여전하신데, 오늘 강필석 씨는 뭐랄까 대사치는 타이밍이 조금 빠르거나 느리거나해서 조금 갸우뚱.
처음 볼 때는 아무래도 마크 로스코를 중심으로 관극을 했기에, 이번엔 조수 켄을 좀 더 주의깊게 봐서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는데, 맞받아치는 대사 톤도 뭔가 좀 어색한 느낌이고, 대사와 대사 사이에 간격이랄까 그런 게 미묘하게 틀어지는 느낌. 강신일 님의 로스코는 그냥 그대로 자연스러웠지만, 켄의 대사는 연극톤스러운 그 느낌이 빠지지 않았다고 할까. 특히, 로스코를 추궁할 때 켄의 대사톤은 너무 형사가 취조하는 것 같아서 거북했다. 음, 막공 때쯤 되면 달라져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