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맛골 연가
일   시 : 2011. 08. 26(금) 20:00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캐스팅 : 김생 - 박은태, 홍랑 - 조정은, 홍생 - 임현수, 행매 - 양희경

병맛에 빠지는 건 출구를 입구 삼은 거라 빠져나올 길이 없다고 하더니만, 그래서 내가 피맛골 회전문을 도는가보다.
어제로 4번째. 오늘도 또 보러감. 나도 행매의 장난에 홀렸는갑다.ㅋㅋㅋ

어제는 첫 하루 2회 공연이라 그랬는지, 저녁 공연때 잊을만하면 사고가 터지더라.
마이크 사고, 오케 합 안맞는 거, 앙상블님 춤 추다 미끄러지는 건 뭐 일상사
얼치기 4인방 등장하는데, 마이크 안들어와서 대사 생목치고, 숨어라 사랑아에서 할머니 앙상블님 마이크 안 들어와서 첫 소절 날리고. 조명도 좀 늦게 들어오고 하여간 자잘하게 스텝들 합이 안 맞는 상황이 이어지더니, 정작 사고는 행매님이 치셨다.
행매님 2막 숨어라 사랑아에서 한 소절 더 부르셔서 뻐꾹이 커플 여 앙상블 당황하시고, 노래없이 오케스트라 반주만 흐르던 쓰릴한 순간, 그래도 순택 배우가 헝클어진 틈새에서 한 소절 건너뛰고 어케든 맞춰들어가더라. 식은땀 좀 흐르셨을듯.

이제 쥐떼는 자체 스킵도 가능할 지경이고;;
그래도 쥐떼 저승길 여는 넘버 지루하다고 좀 줄여줘ㅠㅠ 놀이동산 퍼레이드같은 구조물 타고 이리저리 이동하는 은생이 그 높이에서 고소공포증에 떠는 거 보는 것도 뭐 재미라면 재미지만, 안그래도 아동극 소리듣는 2막에서 그 씐나씐나하는 동요같은 노래에 딱 놀이동산 퍼레이드 뒤에 '아침은 오지 않으리'라니 이거 비약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그리고 1막의 피맛골에 상응하는 2막을 여는 넘버로 모던 스타일 파라다이스를 보여주려고 한 건 욕심이 좀 과한 거 아니었냐 말이지. 진짜 그 아크로바틱한 안무를 보고 있으면 앙상블 잡는 안무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그 현란한 안무 좀 줄이고, 1절만 하자.
2절까지 해줬으면 하는 넘버는 1절만 하더니, 1절만 하면 좋겠는 건 왜 2절, 3절 끄는지.
쥐떼들 랩도 좀 1절로 줄이고, 김생-홍랑 사랑에 빠지는 넘버나 좀 늘려주던가. ㅠㅠ

그래도 나날이 좋아지는 은생, 은랑 연기와 노래에 발려서 나는 또 세종을 갈테지.
푸른학은 정말 공연마다 감정선이 조금씩 다르네.
어느 날은 체념, 어느 날은 분노, 어느 날은... 은태 배우 슬픔을 눌러죽인 목소리 정말 좋다. 특히 푸른학 1절 끝에 '푸른 학은 구름 속에 우는데─'하고 끝에 꺼질듯 살짝 갈라진 소리를 내는데, 마른 낙옆이 바스러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목소리에 깃든 '한'이 그대로 가슴으로 전해져, 내 운명에 이어 푸른학도 은태 배우를 위한 노래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정은 선녀님.
김생 칼맞고 나서 그 뒷부분 연기는 아오~ 어제는 슬픔에 더해 넋이 나가서, 살짝 광기까지 비치는데 섬뜩했다. 진짜 목숨 걸만큼 애절하다는 감정만큼은 진심으로 다가오는 연기였다. 그리고 목숨 내놓을 만큼 절망했다는 것도.
선녀 돋는 2막에서 나도 김생 따라 홍랑을 부르짖었네.. 쥐떼 말고 우리 고운 선녀님 좀 보자고ㅠㅠ

암튼, 피맛골 연가가 공연 기간이 별로 안 길어서 다행이고, 티겟값이 싼게 이 뮤지컬의 제일 큰 경쟁력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병맛에 낚였대도 이 가격 아니었음 회전문 돌았을까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