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맛골 연가
일   시 : 2011. 08. 24(수) 20:00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캐스팅 : 김생 - 박은태, 홍랑 - 조정은, 홍생 - 임현수, 행매 - 양희경

프리뷰 공연은 1층 뒷쪽이었고, 이날은 앞쪽에서 봤는데, 확실히 어떤 공연이든 앞열이 진리.
무대 전체적으로 보는 거 한 번은 그렇게 볼 만하겠지만, 배우들 표정 보이고 안 보이고는 극에 대한 집중도에서 참 많은 차이가 난다.

그리고 첫날이라 그랬는지, 세종 1층 뒷쪽은 음향 시망이었는데, 앞쪽은 그래도 좀 낫더라. 적어도 귀째지는 소리는 안 났던듯 하다. 대신 하울링 음향 사고가 초반에 한 번 있었던 정도.
그리고 앞열은 진짜 덕들 천지인지, 굉~ 장히 조용하고, 그리고 냉정하더라. 객석 반응이 참으로 싸늘해서 웃음 포인트에서조차 조용해서 민망하더라.

그러거나 말거나, 은생(박태+김 = 은생, 조정+홍 = 은랑), 진짜 이 귀여운 서생을 어쩜 좋을까.
아~ 진짜 팔랑팔랑 거리는 춤사위도 귀엽고, 그 지저귀는 새처럼 사극톤으로 대사치는 거 어쩜 그리 찰진지.
푸른학은 오늘도 참 가슴아팠고, 아침은 오지 않으리에서 꼭 그렇게 끌어안고 노래 안해도 둘이 애절절한 거 알겠으니, 뭔가 좀 다른 모션을 해주면 안될까. 둘이 그렇게 끌어안고 부르니 뭔가 소리가 먹히는 것 같고, 좀 부산스럽잖아 ㅠ.ㅠ

은랑 선녀님. 오늘 돌아와 이후에 아주 울컥하게 애처로운 연기가 갑이었다.
도대체 언제 저렇게 사랑이 깊어진 거야 싶기도 한데, 그 노래할 때 잡은 감정선은 정말 깊고도 애절한 사랑이 느껴져서 그냥 설득됨.

참, 홍랑이 김생 치료해주는 장면에서 김생이 시를 지어 부르는데, 이게 나름 김생이 홍랑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같은 건데, 스치 듯 지나가서 아깝더라.

살구꽃 밤비 머금어 붉게 피고 / 버들잎 푸르러 안개를 이었네
떨어진 꽃잎은 아직 쓸지 아니하고 / 소쩍새 우건만 손님 아직 잠 못드네

정취가 느껴지는 은근하고도 아련한 연시가 아니던가.

그리고 김생과 홍랑 사이에서 오가는 살구꽃 가지가 둘 사이의 감정을 이어 나르고 있는 것 같아, 새삼 살구꽃 가지에 의미부여를 하게되더라.
처음엔 월이가 홍랑을 위해 꺾어다주었고, 그걸 김생이 뺏아가 홍랑을 희롱한다. 그리고 다시 홍랑 손에 쥐어주고는 또 보자구~ 작업 멘트를 날리며 사라진다. 그런 김생을 참 별난 사람이라며 웃음 짓는 홍랑. 그러니까 이미 이때 김생과 홍랑은 서로에게 호감을 잔뜩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
유가행렬 - 푸른학 - 숨어라 사랑아 - 달밝은 밤을 거치며 비로소 홍랑의 방안 화병에 꽂힌 살구꽃 가지. 김생은 계면쩍은 상황을 모면하려 괜히 살구꽃 가지 얘기 꺼냈다가 치료를 가장한 사랑의 찰싹을 당하고.
이후 비극적인 결말로 향해 가며 등장할 기회가 없다가 아침은 오지 않으리에서 홍랑과 김생이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오자, 홍랑이 김생에게 살구꽃가지를 전한다. 이때 살구꽃 가지를 받은 은생의 표정이 참으로 가슴아픔. ㅠㅠ
그리고 둘은 딱 그 한순간 만났다 헤어지고 마는데, 그걸 커튼콜 때 김생이 다시 홍랑에게 살구꽃 가지를 전한단 말이지. 그래 나는 커튼콜도 공연의 연장이라고 되뇌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둘의 사랑이 너무 가엽지 않은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