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리라는 단어에 컬쳐라는 단어를 붙여볼래. 애그리컬쳐(agriculture), 농업이라는 의미야. 대지를 개척해서 힘차게 나아가는 농업에 비할 수 있지. 언제나 앞으로 앞으로 개척해 나간다, 어딘가 당신과 통한다고 생각지 않아?」
- 모치즈키 에이스케, 아그리의 미용실 이름을 "AGRI"로 지어주며.
이걸 뭐라고 할까. 딱 츤데레?
입만 살아서는~~~ 하고 빈정대면서도, 속으로는 정말 귀엽다거나, 멋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이것이 바로 '혐오스런 파슨의 일생'. 하지만, 만사이 상이 하면 묘하게 진실되게 들린단 말이지.
에이스케가 멋진 역할 담당인 이유 중 하나는 아그리가 곤궁에 처하거나, 울적해 있을 때는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구원의 손길을 던지기 때문이다. 친구와의 일로 잠못 이루면 같이 화투도 쳐주고, 선향 불꽃놀이도 해주고, 같이 나무도 올라주고. 하여간에 타인으로 인한 상심엔 손 내밀어 주면서, 자기로 인해 상처입을 땐 나몰라라 한다는 게 나쁜 남자의 표본이라 하겠다.
"부모가 자식을 지키려고 하듯이, 남편은 아내를 지키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아그리는 나의 소중한 아내입니다. 가장 사랑하는 아내입니다. 학교를 그만두게 할 수는 없습니다."
전말을 복도에서 지켜본 아그리는 처음으로 에이스케를 남자로서 사랑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고나서, 아버지가 후계자로 내세우려고 하자, 도쿄로 날라버렸지.
이렇게 에이스케의 도움으로 무사히 100벌을 완성해서 체리 야마오카의 내제자(内弟子)가 되는 데 성공한 아그리였다.
하지만, 이 전에 아그리의 격려(저 구름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하고 물으니, 아그리가 그건 바람이 정하는 거니까..라고 대답한다. 그 대답에 에이스케는 한 줄기 빛을 발견)로 소설을 쓸 수 있게 됐다며, 생활비를 몽땅 들고 튀었었더랬지.
그 한달에 한 번 있는 첫 휴가에 쥰노스케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던 아그리였으나, 체리의 큰 딸래미의 질풍노도의 시기에 휘말려 집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 쥰노스케가 보고 싶지만, 마음을 달래며 마당에서 밤하늘을 보고 있는데, 거짓말 같이 에이스케가 쥰노스케를 안고 쓱 나타난다. 진짜 타이밍 하나는 기가막힌 남자다.
쥰노스케는 물론이고 에이스케와도 한 달만에 간신히 재회한 아그리였다.
일하는 엄마를 둔 아이의 엄마는 나보다 일이 더 중요해! 반항을 하는 와중에 아그리까지 묻어서 비난한다. 자기 아이를 한달이나 방치했다가, 한달에 한 번만 만나러 가는 엄마라니, 너무하지 않느냐며. 에이스케는 시원스럽게 그럼 아그리에게 물어보자고 한다. 그날은 마침 한달에 한 번 있는 아그리의 휴가.
집에 와서 보니, 아그리는 쥰노스케를 끌어안고 너무나 평화로운 얼굴로 잠들어있다. 에이스케는 "이 시간이 아그리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아그리가 열심히 일하는 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쥰노스케에게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라는 사탕발린 말로 달랜다. (이런말로 설득당할 것 같으면 애초에 어설프게 반항하지마!)
"아그리가 죽으면 나도 죽을 거야. 아그리가 없으면 소설을 쓸 수 없어. 쓸 수 없으면 살아갈 의미가 없어."
한편 생사의 갈림길에서 죽은 언니들과 아버지를 만나 저승으로 가려던 아그리를 붙잡은 것은 다름아닌, 여자와 히히덕거리고 있는 에이스케의 모습. 자신은 아직 에이스케와 결판을 내지 못했다며 돌아온다.
"울지 마. 울면 안돼. 어머니가 너의 웃는 얼굴을 기억할 수 있도록 웃으면서 보내드리는 거야."
하지만, 이래놓고 아그리가 시어머니 간병 때문에 같이 여행에 갈 수 없다고 하자, 쥰과 둘이 떠난 온천 여행에 다른 여자를 데려가는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지.
안그래도 에이스케가 쥰과 함께 가는 여행에 다른 여자를 데려간 것만으로도 충격을 받은 아그리에게 어머니의 병 악화는 이중 삼중의 고통.
미사 역시 죽기전에 걱정되는 것은 딸의 행복. 왜냐하면, 아그리를 모치즈키가에 시집보낸 것은 자신의 뜻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이스케는 한 번 집을 나가면 한달은 기본이고, 다른 여자의 그림자도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에이스케에게 아그리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데, 에이스케는 아그리와의 결혼은 자기 뜻이 아니었지만, 아그리와 만나지 못했다면, 소설을 쓸 수 없었을 거라며, 지금의 자신이 있는 것은 아그리의 덕분으로 앞으로도 아그리를 소중하게 여기겠다는 말로 미사를 안심시킨다. 마침 복도에서 이 말을 듣게 된 아그리도 위안을 받게된다.
한 때 주식으로 날리던 시절에 하코네의 별장을 사서 아그리와 셋째 딸 리에의 생일 선물로 줬었는데, 그걸 다시 주식으로 날려먹고 되팔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그리의 생일 전날. 그 별장에서 마지막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또 이렇게 한 상 차려주는데, 에이스케가 이렇게 한 상 차려줄 때는 반드시 어디론가 떠나려 한다는 사실을 아는 아그리가 이번엔 어디로 가는 거냐고 묻는다.
에이스케는 "어디에도 가지 않아. 계속 아그리 곁에 있을 거야." 라고 대답한다.
그렇게 별장에서 돌아온 후 에이스케는 몸 상태가 이상하다고 하지만, 아그리는 차 멀미 때문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미용실에 일하러 돌아간다. 에이스케는 협심증을 일으켜 앉은 채로 조용히 잠들 듯 세상을 뜬다. 아그리의 33번째 생일 바로 전날의 일이었다.
하여간에 참 여러모로 몹쓸 사람이고, 반칙인 에이스케이지만, 만사이 상은 그 천연덕스러움, 장난기 많은 가운데, 소설가로서의 치열한 창작의 고통, 안 그런듯 하면서 가족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에이스케를 잘 표현해 주셨다.
본인 스스로 처음엔 출연을 거절할까도 했었다는데, 자신이 아니면 안되는 연기를 목표로 그냥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극을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작업하셨다고 한다. 에이스케의 상징과도 같은 빨간 머플러도 본인 생각이었다고. 에이스케라는 인물은 현대로 말하자면 펑크 뮤지션 같은 존재니까, 기모노를 입더라도 그 형태를 약간 일그러트리는 의미로 빨간 머플러를 선택하셨다는데, 그게 멋지게 들어맞았다고 생각한다. 에이스케가 죽는 장면에서도, 사전에 복선처럼 별장으로 가는 길에 머플러가 바람에 날려 계곡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연출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만사이 상은 이 드라마가 종영되기 전 97년 9월에 장녀 사야코가 태어나는 경사를 맞이하시기도 하셨다.
또한 이 역으로 제6회 하시다 상 신인상을 수상하셨는데, 수상평이 "경쾌하고 또한 표표한 분위기와 대담하면서 섬세한 연기에는 기존 연기자에는 없는 독특한 존재감이 있다. 정(靜)과 동(動)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배우로서 앞으로 크게 기대된다." 라고 한다.
아그리의 흥행으로 이후 트렌디 드라마의 섭외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자기는 어디까지나 교겐시라며 거절하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