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오늘이 바다의 날이라고 쉬는 날입니다.
정말 거리에 어쩜 그렇게 사람도 없고, 차도 없고, 식당도 다 문 닫아서, 점심 먹으려면 프렌차이즈 점을 찾아야 했습니다.
일본인들은 연휴라고 쉬는 날이지만, 한국에서 출장온 사람들은 그런게 있을 턱이 없지요.
근데, 사무실 나왔더니, 뭐 현채인(현지 채용인)은 한 명도 출근은 안했고, 파견 인력들도 꼭 나와서 할 일이 있는 사람 두어명, 내일 회의 준비때문에 나오신 부장 레벨 4명 정도. 그외는 다 출장자 뿐이라, 사무실도 휑~ 하고, 일도 별로 손에 안 잡히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읽다만 소설책이라도 들고 나올 것을.

장기 출장의 폐해랄까, 이젠 어디 돌아다니고 싶은 생각도 없고, 어제는 오전 내내 세탁기를 돌리고(일주일 치 빨래를 일요일에 몰아하니까), 점심 때 쯤 해서 시부야에 나가서 점심 사먹고, 저녁 때까지 좀 돌아다니다가 들어왔네요.
전에는 하코네를 간다, 요코하마를 간다, 디즈니를 간다 그랬는데, 일요일도 없이 일하다 보니 계획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고, 이번에는 토요일까지는 10시~11시까지 일하고, 일요일은 쉬게 해주는데, 정말로 쉬게 되더라는 거죠; 관광까지 할 여력이 없달까.
대신 좋은 건 츄하이가 다양하게 많아서, 저녁마다 한 캔씩. (이러다 술꾼이 되는 거지;;) 제 입맛에 제일 잘 맞는 건 복숭아맛, 사과맛. 겨울엔 유자맛도 있는데, 이게 계절 한정이라. 지금은 여름이라고 열대과일이나 키위, 망고 이런맛이 나오더군요.
남들은 일본 맥주 맛있다고 그러는데, 여전히 저에게 맥주는 쓴 음료. 대신 생맥주는 정말 맛있어요. 거품도 무슨 생크림처럼 부드러워서 쓴 맛은 하나도 안 느껴지고.

내가 키우는 녀석도 아닌데, 신경쓰이는 고양이 한 마리.

본가 맞은 편 지붕에 길고양이가 새끼를 4마리 낳았더랬습니다. 한 두달 전에. 그 어미가 그 집 지붕 처마 밑에서 새끼를 키우다 어느날 한 마리씩 물어서 나르더니, 한 마리를 남겨두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남은 한 마리를 잊어버리고 간 건지, 아니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모종의 사정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남겨진 새끼 고양이 한 마리는 지붕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냐옹냐옹~
저 고양이가 먹이도 못먹고, 누가 챙겨주지도 못하고, 지붕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어떻게 하나~ 했을때, 동생이 닭가슴살 삶은 걸 들고 장독대에 올라가더니, 그 집 지붕으로 던져줬습니다. 지붕의 경사면을 타고 떼구르르 굴러 떨어지는 닭고기. 그 지붕 끄트머리에서 새끼고양이가 살짝 나타나더니, 떨어지기 전의 닭고기를 잽싸게 잡아채 물었습니다. 아, 역시 새끼라도 고양이는 고양이구나.
그 뒤로 냐옹냐옹 밥달라고 우는 소리가 나면 동생이 장독대에 올라가서 앞집 지붕으로 닭고기를 던져줬더니, 이제는 동생 목소리에 반응을 한다더군요. 이름도 못 붙여준 앞집 지붕에 사는 남겨진 새끼 고양이는.

제가 한국 떠나온지 20일 쯤, 20일 동안 그 고양이는 잘 지내고 있는지, 큰 비가 자주 왔다는데, 그 지붕 밑에서 비 안맞고 잘 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ps. 고시엔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일본 고교 야구를 공중파 스포츠 뉴스에서 볼 날이 멀지 않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