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포스트를 쓰고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그동안 일에 치이고, 교육 받으러 기흥까지 다녀오고, 갔다 왔더니 또 일거리가 산더미입니다.
일이 바쁜 건 그동안 늘 있어왔던 그냥 그러려니 할 수 있었는데, 정신적으로 참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봤더니 하나는 정리해고의 여파였고, 또 하나는 8월 말부터 시작된 토요일 근무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올해 수출하는 기업 중에 어렵지 않은 기업은 없을겁니다.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가 왔다갔다 하고, 유가는 급등하고, 원자재가도 오르고. 저희 회사 차원에서 올해 5천명 감원한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도 어쩐지 남 얘기 같았습니다. 올 봄에 사업부 진단을 받는다 할 때도 별 감흥이 없었고요. 그런데 꼭 그런 진단 뒤에 인원 감축이 뒤따른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별 생각없이 그날이 그날같이 회사를 다녔는데, 저랑 참 많이 가까운 여자 선배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 선배뿐만 아니라, 제가 아는 사람들도 많이 나가게 됐더라구요. 명예퇴직이라 퇴직금에 +α 더 받고 나간다고 부러워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쨌든, 가까운 사람이 자기 의지가 아닌, 회사의 의지로 그만두게 된다는 건 처음 겪는 일이라, 처음엔 담담했던게, 시간이 지날수록 아, 나도 머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선배 언니는 지금 유럽 여행 중입니다. 이 때가 아니면, 언제 길게 여행 다녀보겠냐며 80일간의 유럽여행을 떠났죠. 지금은 어느 나라를 돌아다니실지.

아무튼 지인들의 퇴사에 마음이 뒤숭숭 일손도 안 잡히는데, 떠난 사람들 몫까지 일은 떠맡아서 해야하고, 이것저것 심란한데 토요일에 출근하라고 하니 아주 사람이 지쳐버려요. 참 우스운 게 토요일 4시간 나와서 일 한다고 일이 될리가 없잖아요. 게다가 요즘 전사 추세가 잔업/특근 줄여라, 하지 말아라 인데, 역행하고 있는 거지요.
처음 한 달은 '그래, 우리 부장님이 임원 되려고 기를 쓰시는구나.'했는데, 이게 두 달, 석 달째가 되니까 이게 생각보다 더 높은 곳을 겨냥한 시위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회사 방침을 역행하면서까지 강행하는 걸 보면, 우리는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고 시위하는 대상은 적어도 총괄 이상이라는 얘기. 그래서 더 지칩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기에. OTL

요 근래 좋았던 일이라고는 던킨도너츠 커피컵 이벤트에서 4등 쿠션, 6등 도너츠 당첨된 거랑, 드디어 오늘 오오후리 DVD4,5권이 도착했다는 것 뿐입니다. (아니, 이정도면 충분히 기쁜 일인가;;)
하지만 오오후리 DVD는 원래라면 10월 24일 발송해서 진작 받았어야 할 것인데, HMV의 배신으로 오늘에서야 받았단 말이지요. 아무튼 받았으니 인증샷 올립니다.

그래도 니들이 삶의 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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