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구에 한 재산 쏟아부은 적이 없다고는 못하고, 필통이 터져나가라고 검정색 필기구만 종류별로 서너가지씩 가지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플러스펜, 볼펜, 하이테크 0.3mm, 컴퓨터용 수성사인펜 등등. 이거 뿐이었겠습니까. 형광펜, 색색깔의 칼라펜(Tombow의 Play color 사랑합니다.)에 샤프는 Pental의 0.3mm, 0.9mm 까지 기분 내킬때마다 쓰는게 달랐습니다. 목수는 연장을 안 가린다지만, 저는 기분에 따라 쓰고싶은 펜이 달랐습니다.

그 중 샤프는 꽤 오래동안 로트링을 사용하다가 잊어버리는 바람에 다시 똑같은 디자인을 못 찾고 방황하다가 펜탈로 정착했습니다. 학생시절 국민 샤프라 불리는 모나미 제도샤프 0.5mm에 질려서 저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는 0.5mm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0.3mm, 0.9mm. 0.3mm는 정말 가늘고 번지지 않는 글씨라서 좋아하고, 0.9mm는 연필 쓰는 것 처럼 종이를 사각사각 긁는 느낌이 좋아서 사용합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가끔 '샤프심 좀~'할 때, '저는 0.5mm 샤프심은 없는데요.' 라고 해서 야박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암튼, 터져나가려는 필통이 무거워서 지금은 최대한 줄이고 줄여서 필통엔 빅볼 검정볼펜, 샤프2개, 파란색과 회색 톰보우 컬러펜, 지우개와 샤프심통 이렇게 남겨놨습니다. (예쁜 색이라고 사놓고 안 쓰는 펜이 몇 개야;;)

아무튼, 다시는 내 필기구에 돈을 쳐바르지 않겠다!!고 결심한 게 무색하게, 갑자기 나무로 만들어진 샤프에 끌리기 시작하는 이 마음. ;ㅗ;

사진출처 - 파버 카스텔 코리아



                   E모션 트위스트 시리즈                                     베이직 삼나무 시리즈


사실은 그 전부터 몸통이 나무재질로 된 그런 샤프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해왔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떡하니 눈앞에 나타나주네요. 단, 제가 원하는 디자인이 아니라는 것이 일말의 위안;;일까요. 왼쪽의 트위스트 샤프는 5만원 대, 오른쪽의 베이직 삼나무 샤프는 만2~3천원 대. 그리고 심 두께는 트위스트가 1.4mm, 삼나무가 0.7mm로 둘 다 평범을 거부하는군요. (만약 삼나무 샤프를 사게되면, 나는 저도의 0.5mm까가 되겠군;;)
하지만, 제가 정말 원하는 디자인은 그립 부분도 나무로 되었으면 하고, 색상도 좀 더 자연스러운 나무색이면 좋겠고요. 나무 느낌이 좋으면 연필 쓰면 되지 않냐 하는데, 연필은 죄다 코팅이 돼있지 말입니다.
일단은 이런 제품이 있다는 데 희망을 걸고, 앞으로 제가 원하는 디자인의 샤프도 언젠가 어디선가 나오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