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라디오 블로그를 한 달도 넘게 버려두고 있었다. --;
아니, 10월엔 사건이 참 많아서 정신이 없기도 했지. 월 초에는 FTP로 블로그 데이터를 싹 날려버리는 일도 있었고 (90%는 복구했지만), 중반에는 아버지 입원하시면서 여러 가지로 경황이 없었고...
결국 11월까지 와버렸다.(;) 늦었지만 라디오 블로그 갱신. 이번 테마는 RoST.

RoST의 앨범은 지금은 옥션 아니면 구할 수도 없다. '나는 매일 꿈을 꾼다.' 싱글은 아직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럴 때 뒷북을 울리는 늦깎이 팬은 참 아쉽다. 좋아하는 마음, 감정의 무게야 10년을 좋아한 사람이나 1년을 좋아한 사람이나 저울질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한 해 두 해 쌓이는 정이라든가 Data는 또 다른 거니까.
어쨌든 RoST의 노래들은 어쩌면 그렇게 그룹명과 잘 어울리는지 모르겠다.
양식이 있는 어른이지만, 어른이지 못한 밝히는 삼인조. (識ある人だけれども(大人になりきれない) ケベな3人(Trio)) 마음맞는 사람끼리 술마시고 놀자~ 는 분위기가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01 バタフライ(나비) - sung by RoST(카사하라 루미, 미키 신이치로, 이시카와 히데오)
RoST’S GREAT ~超!紳士的好色三人組~ 3번 트랙

이미지를 구할 수 없어서 옥션에서 슬쩍;
사실은 앨범 전체를 들어보지 못했다;; 어쩌다 운 좋게 한 두 곡 만나게 되었는데, 아~ RoST의 노래도 기본적으로 치유계의 노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일본어 실력이 별로 좋지 않아서 노래 가사 같은 건 정말 쉬운 단어 아니면 잘 들어오지 않는데 이 부분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덩치는 커다래도 아직아직 번데기라구. 괜찮아, 언젠가는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나비(身体はでかいけど さなぎだよ まだまだ 大丈夫 いつかは空高く飛び立てるバタフライ)'
미키 상의 노래하는 목소리가 마치 초등학생이 힘을 줘서 연필로 꾹꾹 눌러쓰는 정자체 글씨 같다는 느낌이 드는 창법이다. 하니, 이 또한 귀엽지 아니한가. (불출불출팔불출~)

02 Life is beautiful(인생은 아름다워) - sung by RoST
RoST’S GREAT ~超!紳士的好色三人組~ 6번 트랙

이 노래와 관련해서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처음으로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도저히 스톱 버튼을 누를 수가 없었다. 계속 무한반복으로 들려오는 미키 상의 꺼질듯한 읊조림에 그대로 KO 당해서 밤새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이 노래에 기대게 되었다. 참 모순된 건 허무함을 가득 품은 한숨같은 Amen이 어쩐지 너무 간절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일견 아무 감정도 담고 있지 않은 듯한 그 목소리가 다정하게 들리는 것은 노래 가사 때문일까.
나에게 치유 문구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꺽어진 갈대 베지 않고, 넘어진 촛불 끄지 않네.' 라는 이사야 서의 한 구절. 노래 소절 끝의 Amen 이라는 후렴 때문일까 그것과 비슷하게 내 마음에 차올라왔다.


03 The day before tomorrow~Tomorrow(오늘~내일) - sung by RoST
RoST’S PARTY~紳士的好色三人組祭り~ 3번 트랙

초반부의 자동응답기에 녹음된 목소리 중에 미키 상의 '행복합니까~~~?' 라고 묻는 갈라진 목소리가 마음에 들어서 계속 듣게된 노래다. (저 부분은 노래라고 할 수 있나;)
뭐라고 할까, 일본 아이돌의 노래는 기본적으로 희망을 전해주는 밝은 노래가 대부분이다. 어딘가 진정한 당신을 사랑해줄 누군가가 있을 거에요~ 라든가, 우리가 있으니 힘내요~ 라든가. 어찌보면 상당히 인생기만적인 가사지만, 때로 사람들은 그 가사에 적당히 속아주며 적당히 위로를 받기도 한다. 아이돌의 효용성은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일본의 성우에 대해 알아갈수록 일본에서 성우의 존재는 일종의 아이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짧은 식견으로 생각하건데, 성우는 자기관리하기에 따라 평생 직업이 될 수도 있고, 한 때의 반짝 인기가 덧없이 스러지면 불러주는 곳 없는 그저 그런 삼류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게다가 경쟁은 치열하고, 청취자의 판단은 냉정한 세계가 아니던가.
그래서일까, 이 노래 가사는 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마냥 무책임한 낙관이 아니라, 정말 겪어보니 다 견딜만한 고통이었다고 담담하게 풀어놓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내일을 향해 걸어가자, 황폐한 의문 투성이의 거리를, 대답같은 건 없어도 그래도 상관없어 바람 속에/... 마침내 꽃이 필거야 어떤 빛보다 강하고 강하게'


* 오늘의 짤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