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마지막 바로 전 공연을 보고왔다. (29일 낮공연)
공연 시작 시간을 토요일 공연과 혼동해서 보는 바람에 1막은 보지 못했다. ㅠ.ㅠ
그래도 백조가 나오는 부분 부터는 볼 수 있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휴식 시간 될때까지 못보는 건 줄 알았다.)


나는 사전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였던데다, 1막을 놓쳤기 때문에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조금 버거웠는데, 솔직히 원전의 스토리를 남성버전으로 바꾼 정도라고만 예상했기때문에, 단순히 오데트/오딜로를 남성이 하는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더랬다. (그래도 로트바트르가 등장하지 않은 것은 서운했다. 처절한 3각 관계가 될 수 있는 구도였는데.)

두서없는 감상 퍼레이드. --;;

1. 남성 군무의 백조는 흡사 육식 조류를 연상케 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침대를 가운데 놓고 추는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군무는 단연 압권이었다.
2. 중간의 뮤지컬 스러운 Bar라든가, 무도회를 보고나니 오히려 고전 발레가 고파졌다.
여자 무용수가 등장하는 부분마다 그 튼실한 허벅지에 눈길이 가서리...;
3. 같은 이유로 역동적이고 공격적인 백조들만 보다보니 볼쇼이 발레를 보고싶어졌다.
(아쉽게도 백조의 호수는 작년에 공연했고, 올해는 지젤과 스파르타쿠스를 한다고 함.)
((생각해보니, 진짜 클래식 발레에 식상할 정도로 발레를 접해본 적도 없었다.
오히려, 하늘하늘 가늘가늘한 여성 무용수들의 날개짓이 그리워지다니...OTL))

4. 왕자가 受였다.
5. 당연히 백조가 功이다.
6. 최강은 여왕님이시다. 아들에게는 냉정엄격하고, 성적으로 자유롭고, 중년임에도 여전히 아름답고 위엄이 넘치는 최강의 여왕님이시다.
단, 그 탓에 아들을 잃었지만.
7. 호세 티라도(백조 왕자)는 확실히 다른 백조들과 뚜렷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관능적인 카리스마란 이런걸까.
8. 앞에서 3번째 줄은 참 부담스럽더라.
9. 그래도 앞에서 3번째 줄에 있으니, 무용수들과 눈 마주칠 기회는 무지 많았다. 민망하게;
10. 내가 고전을 좀 더 좋아하는 취향이었기때문에, 음악 편곡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이코프스키의 곡이 아닌 곡도 꽤 섞여있던 듯.
11. 클래식의 대중화...라는게 나한테는 그다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쨌든, 클래식한 백조의 호수가 고파졌다는 점에서.
12. 그래서, 마지막에 기립박수는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분위기에 휩쓸려서 해버렸다.
나는 기립박수를 칠 정도의 감동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하길 잘 했다 생각했다. 눈물 흘리는, 위풍당당 여왕님을 본 것 만으로도 팔 아프게 박수 친 보람이 있다. 마지막 공연이라서일까, 호세도 눈물을 글썽이더라.


ps. 이제까지 발레공연을 딱 2번 가봤고, 이번이 3번째 인데, 나는 발레공연에는 당연히 악단이 따르는 것인줄 알았다.
음악을 틀어놓고 공연한다는 것은 현대무용이나 그러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 점에서 이미 반쯤 실망이 따랐었다. 발레는 보러가는거지 들으러 가는게 아니라고는 해도, 내가 발레를 즐기는 절반은 음악에 있는데...

개인적인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