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좋은 걸 왜 이제야 읽었나 싶은 내용들이 줄줄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근두근하며 읽은 게 제 3편 최종회.
순서대로 하자면, 원래 1편부터 차근차근 해야겠지만, 3편을 올리자고 1,2편을 번역하기엔 내 실력이 급한 마음을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에 우선은 3편을 번역해 올린다.
세키 토모카즈의 자전적 에세이 with 미키 신이치로③-1
나 (성우)양성소에 입학한 당초부터, 강사 선생님들에게 미움받았어요.
- 지난 회에는 미키상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레이서의 꿈을 포기했던 것과 친구의 권유로 무대에서 연기하는 즐거움에 눈을 떠서 양성소에 서류를 보내 합격...이라고 하는데까지 말씀하셨는데요.
(* 편집자적 개입 - 잠깐, 2편에 나온 내용을 언급하자면, 타케다 테츠야상을 동경해서 같은 사무소에 서류를 넣었더니 탈락, 이왕 그렇게 된거 라면서 81프로듀스에 서류를 넣었는데, 처음엔 안됐다고 전화가 와서 '서류는 보냈으니까, 찢어버리든지 태워버리든지 맘대로 하라'고 끊었는데, 며칠 후 오디션 보러 오라고 했다는 이야기. 저 때부터 벌써;;;)
미키 : 오디션때 얘기는 했어? 세키 : 안했어요. 미키 : 뭐랄까. 오디션에 온 녀석들이 「누구누구짱이라면 될거야.」 하고 떠들어대는게 굉장히 기분 나빴더랬어. 나는 혼자서 받으러 왔으니까 「뭐야, 이 녀석들」 이라고 생각해서. 다들 여러 양성소랄까 그런데에서 온 것 같았지만, 나는 그런데는 다니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오디션 받고...그 뒤에 입교식 날짜가 연극의 본방(本番)과 겹쳐서 오디션때 그 얘기를 했더니 「붙으면 입교식은 어쩔거냐?」 라고 물어보길래 「연극이 정해지면 연극에 나갈겁니다.」라고 했더니 「흐응~」이라고 들어서...그 때 「떨어졌구나. 나.」 하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그게 좋은 쪽으로 받아들여진거 같아. 세키 : 「붙었으니까 연극에 안나갑니다.」라는 녀석이었으면, 떨어졌겠네요. 클래스 메이트는 몇 명이었어요? 미키 : 결국 유급한 사람도 있었으니까...그래도 20명 정도였을까? 잘 기억나지 않지만. 뭐, 같은 클래스의 녀석들과 사이가 좋거나 하는건 아무래도 좋았으니까.
그런데 말이야, 나 입학 당시부터 강사 선생님들에게 미움받았다구. 나중에 강사였던 분들에게 「반년 정도는 네가 싫었었다.」라고 들었는걸. 세키 : 뭔가 저질러버렸나요? 미키 : 나 같은 타입은 없었던 모양이니까. 쳐다보는 시선이랄까, 수업 중에 모르는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녀석이 없었으니까, 질문하러 가면 그걸 겉치레라고 생각했던거 같아. 세키 : 「그럴 생각도 없으면서 어필하러 오다니 안되겠구나.」하는 식으로 오해받았다는 거네요. (* 왠지 장금이가 떠오르는 대목;) 미키 : 응. 하지만 「그런게 아니였다.」 라고 알아줘서...
나, 연수생 생활은 일찍 마감했거든. 그러니까, 우선 수업 중에 노트 필기 열심히 적으려고 했고. 레슨실에서 메모를 쓸 수 없을 때는 집에 돌아와 기억을 더듬어서 「오늘은 이런 것을 했다」라고 상세하게 노트에 적었어. 그때의 노트는 지금도 보물이야. 연기하다 벽에 부딪히면 되풀이해서 읽고는 해. 세키 : 수업 내용은 어떤 느낌이었어요? 미키 : 말하자면, 연기(연극)에 관계된 수업과 나중에는 성악하고 체력훈련. 이라고는 해도, 가고싶지 않은 수업 시간은 안나갔어. 그렇지만 수업에 출석한 것만으로 만족하는 녀석보다 1번 빠졌어도 그 시간에 뭔가 몸에 익힐 수 있으면 그쪽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거든. 나는 1번 레슨을 빠지면, 다음 번에는 반드시 「선물」을 가지고 가자는 생각으로 빠졌었어. 세키 : 레슨실이라고 하면 레슨을 받으러 가는 장소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발표장 같은 거잖아요. 「진짜 수업은 집에서 하고 와」 같은 그런 느낌. 미키 : 응. 정말로 그렇다고 생각해. 왜냐면, 성우는 면허가 아니잖아. 학교 다니고, 개근상 받으면 성우 면허를 준다는 식이냐하면, 그게 아니니까. 세키 : 마찬가지로 「매일 연기를 계속하는 걸로 잘하게 되는가?」 라고 하면 그런 것도 아니고 말이에요. 미키 : 그런데도, 그런 식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시기심을 품게되잖아? 「매번 출석하는 우리들 보다 저 녀석이...」 하고. 프로가 되어서도 「왜 너한테만 일이 들어오는 거냐.」 같은 걸 말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본질은 거기에 있지 않으니까.
토모카즈는 양성소에서 어떤 교육을 받았어? 세키 : 처음부터 형식적인 것부터 들어가서, 2년째에 연기다운 것을 하기 시작했을 때는 굉장히 형식적인 연기밖에 안돼서. 그치만요, 저 친구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친구한테 「네 연기는 감정이 들어있지 않아.」 「마음에 와닿지않아.」라든가 지적당해서, 분했지만 스스로도 「아~, 그런가.」하고 생각하는 면도 있었고. 그런 소릴 들으니까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표현할 수는 없는가 계속 그것만 생각하면서 해왔어요.
그런데, 미키상네 양성소는 여자가 많았어요? 미키 : 무지하게 많았지! 세키 : 그렇군요. 저, 연기는 좋아하지만, 한 때 좀 사춘기를 지나면서 여자애 앞에서 연기하는게 창피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고등학교 1학년에 양성소에 들어갔는데, 여자애 앞에서 연애물의 에튀드(=즉흥극)를 하는게 이상하게 부끄러워서 잘 안되고. 그런 경우 없었어요? 미키 : 나는 에튀드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어. 하지만, 그것과 비슷한 것으로 선생님이 대강 쓴 30초 정도의 간략한 줄거리같은 것을 써오라고 해서, 그것을 가지고 짝을 지어서 서로 의논해서 대화 만들기를 했지. 예를 들어 「그거 집어줘.」라고 하는 대사가 있으면, 거기에 계속 더해서 「엣, 어떤거?」 「그거말야, 그거」 「그거라니, 모르겠어.」라는 식으로 갈 수 있잖아?
먼저 「권태기의 부부」라든가 「풋풋한 고등학생 커플」같은 설정을 잡고, 서로 상의해서 살붙이는 작업을 하게되면 구체적인 형태가 잡혀가고 대화가 성립되잖아. 행간을 채우고 그것으로 역의 이력서를 확실하게 쓸 수 있으면 좋다고 하는 것을 배웠으니까 「부끄러워」라는 기분은 반대로 없었어.(* 역의 이력서를 쓴다는 표현은 미키상 나름대로 캐릭터를 해석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나타내는 것 같다.) 세키 : 저는 그게 힘들어서 「1년 지나서 관둘까.」하고 생각했었어요. 미키상은 양성소에 들어가서 「그만두자.」하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미키 : 음~ 있었던 것도 같지만, 이러니 저러니 떠드는 녀석들에게 지기 싫었으니까, 스스로 그만두는 것만큼은 하고싶지 않았어. 「여기에 있고싶지 않아.」하는 생각이 들때에는 「그럼, 녀석들보다 위로 가면 돼.」 「빨리 졸업할 수 있게 열심히 하면 돼.」하고 생각해서. 그래서 3년제인 것을 1년 스킵해서 2년만에 졸업해버렸어.(@.@) 세키 : 스킵이라는 거 자주 있는 일인가요? 미키 : 지금은 모르겠지만, 여하간 3년제 시기에 스킵한 것은 나정도 밖에 없었어. 양성소에 들어간 해에도 이미 「학생C」라든가 이른바 「와글와글(군중)」의 일도 들어왔었고. 일찍부터 현장을 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공부가 되었다고 생각해.
- 계속 -
하룻 밤만에 불타서 한게 여기까지. --;;
그나저나, 지금도 그렇지만 미키신은 처음부터 'going my pace'였다는 얘기네. 주위에서 어떻게 보건 나는 내길을 가련다....이런 면이 멋져~♡ (콩깍지)
하지만, 항상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불량이라고 오해받는 거 억울하지도 않아요?
그리고, 의외로 수줍음 많았던 세키상의 청소년 시절. 지금의 시모네타는 그 시절의 반동인겁니까. ^^;;
이 부분 사진도 굉장히 멋진데, 책이 하드커버라 스캔뜨기도 힘들고, 맘대로 무단전재하는 마당에 사진까지 올리는 것도 죄스럽고. (비겁한 변명입니다! 만은;;)
조금 설명하자면, 두 분이서 어디 온천이라도 놀러가신 것인지 세키상은 황갈색 유카타, 미키신은 청색 유카타를 입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잔뜩 앞에 두고 술도 드시고 하면서 자유롭게 얘기하는 분위기가 사진만으로도 잘 전달이 되어서 굉장히 좋았다.
다음 편은 미키상의 첫 경험일! 부터 시작.
ps. 그런데, hm3는 뭔가를 알고 Seki Tomokaz X Miki Shinichiro라고 써놓은 걸까.
(Y녀들은 순서에 연연한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