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이어짐.)

그렇게해서 모은 정보의 결과를 조합해보면, 미키 신이치로라는 성우의 연기력은 인정하지만, 인간적으로는 불성실, 불량, 양아치라는 딱지를 달고 있었다.
왜 이런 평을 듣는가 하고 보면, 그 증거 자료로 제시되는 게 물음표나, 없음으로 가득한 프로필 이미지들이었다. 게다가 좋아하는 것 란에 당당하게 술, 여자, 자동차 라고 써놓은게 꽤나 평이 안좋은 이유중 하나였다.
드라마CD 녹음 후에 하는 인터뷰에도 성의없어보이게 응하고, 사진 찍을땐 대본으로 얼굴 가리고 찍고, 하여간 이런 저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불량'이미지를 고정시킨듯하다.

하지만, 이미 호감이 생겨버린 터라 나는 그런 양아스러움도 좋았다. (^^;) 불성실해 보이는 사람이 자기 일에 프로의식을 갖고 열심히 해나가는 모습이 더 매력적이라고까지 생각했으니까, 콩깍지의 두께는 오히려 더 두꺼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과연 겉으로 보여지는 것처럼 그런 사람이었는가...좀 더 들여다보자, 그것 만이 아니라는 것이 눈에 보였다.

미키신의 일기를 통해서, 나는 그에 대해 아주 조금 더 알게되었는데, 지금은 사이트 정비중이라 볼 수 없지만, 인상깊게 읽은 것.

자기가 더빙한 명탐정 코난 극장판을 극장에 가서 보고 한 마디.
"아직 멀었구나, 미키"

봄날 벚꽃잎이 휘날리는 거리를 애차인 세븐을 타고 쇼핑하러 간 어느 날.
"내 차가 오픈카라서일까요, 이따금 시트 위로 날아들어온 유별난 꽃잎들과 데이트를 하게됩니다. 굉장히 기분좋은 공간입니다."

그리고, 다른 성우들의 시선에 비친 미키신은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자신의 일에 진지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박로미상 같은 경우 첫 성우 일을 하게 되었을때, 연극 출신 배우들과 성우들 사이의 경계선을 해소시키는데, 미키신의 배려를 받았다는 인터뷰 기사가 있었다. 이후 연기 상성이 좋은 성우는? 이라는 질문에도 미키신과 같이 연기하면 호흡이 잘 맞는다고.
(그 외에 친한 성우가 누구냐는 질문에 코야스 아니키! 와 호리우치상이라고 대답해서 엄청 부러웠던..ㅠ.ㅠ)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역, 트리니티 블러드에서 아벨 신부역을 맡게된 토우치 히로키상도 배우 출신이라고 한다. 트리니티 블러드 애니화 관련해서 인터뷰를 했는데, "무대와 애니메이션에서의 연기의 차이는?" 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미키상은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성우다.'라며 굉장히 자신감을 갖게해준 분." 이라고.

사실, 이 사람의 일에 대한 열정이나 진지함 같은 건 굳이 다른 사람의 입을 빌지 않아도 자신의 행적이 말해준다.
15년 전의 대본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나, 하고싶다고 생각만 할거라면 그만두라고 단호한 충고를 서슴없이 하는 사람이고, 또 자기자신 성우계에 뛰어들었을 때도 아마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들었을거라는 게 딱 보인다.

그러니까,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껄렁함을 배신하는 그 성실함이 참을 수 없이 좋은거다. 공인된 플레이보이가 알고보면 일편단심이라는 걸 알았을때 처럼. (이상한 비유;;)

그러고보니까, 나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