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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17 12. 02. 14 - The Story of My Life (이석준/고영빈)

The Story of My Life

일   시 : 2011. 10. 26 ~ 2012. 04. 29
장   소 : 아트원씨어터 1관
관극일 : 2012. 02. 14 (화) 20:00
연   출 : 신춘수, 음악감독 : 변희석, 무대디자인 : 정승호
캐스트 : 앨빈 켈비 - 이석준, 토마스 위버 - 고영빈
줄거리 :
두 주인공 앨빈과 토마스. 그들은 7살 초등학생 시절부터 친한 친구 사이였다. 앨빈은 여섯 살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서점을 운영하시는 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에서 일까, 앨빈은 할로윈만 되면 항상 그의 어머니가 좋아하던 영화 <It`s a wonderful life(멋진 인생)>에 나오는 천사 클레란스 복장을 하고 나타난다. 그리고 말한다. 우리 엄마 유령의 모습으로 분장했다고 어린 시절에야 귀여웠지만, 15살이 되도록 이런 모습으로 할로윈 파티에 참석하는 앨빈이 토마스는 참 못마땅하다.
그러던 어느날 토마스와 앨빈은 나중에 둘 중 누군가가 먼저 하늘나라로 간다면 남아있는 한 명이 송덕문을 써주기로 약속한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대학 입학을 두고 있는 토마스. 아버지의 서점을 물려받은 앨빈은 고향을 떠날 생각이 없다. 대학원서를 쓰다 글문이 막혀버린 토마스는 앨빈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토마스에게 영감을 불어주는 앨빈. 앨빈의 조언에 마법처럼 글은 써진다.
토마스는 점점 세상에 물들어간다. 어린 티를 벗고 약혼한 애인도 있다. 하지만 앨빈은 모든 것이 그대로이다. 사는 곳도 하는 일도 그리고 사차원적인 행동도 모두 어린 시절과 그대로이다. 토마스는 이런 앨빈이 더 이상 소중하지 않다.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토마스는 많은 책들을 냈다. 그리고 세상에서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깨닫지 못한다. 그가 쓴 모든 글의 영감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친구. 앨빈에게서부터 얻은 것이라는 사실.
지금 토마스는 먼저 떠난 친구 앨빈을 위한 송덕문을 써 내려가고 있다. 그의 세상에서 둘도 없는 소중한 친구 앨빈은 평소 그가 가장 좋아하던 영화 <It`s a wonderful life(멋진 인생)>의 주인공 조지 베일리처럼 다리 위에서 몸을 던졌다. 그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토마스는 깨닫는다. 친구 앨빈의 소중함을 토마스가 써 내려가던 앨빈의 송덕문은 그가 생전에 그렇게 좋아하던 하얀 눈처럼 공중에 날린다. [출처 > 플레이DB]

- 이렇게 괜찮은 작품을 보고도 이번 글은 리뷰가 아닌 잡상임 ㅠㅠ
모든 게 계획대로만 진행됐다면 좋았을 걸, 괜시리 엘리 자체 첫공 날짜를 앞당기는 바람에 머릿속에는 '시간이 흘러가면 진실도 거짓도, 꿈도 현실도 모두 그저 흔한 싸구려~ Kitsch!' 가 내도록 둥둥 떠나니는 상태인데, 이 극은 시간이 흘러가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그 무엇에 대한 극이었으니 ㅠㅠ 아, 그렇다고 극에 집중을 방해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워낙 좋은 내용이고, 좋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를 코앞에서 볼 수 있어서 극을 볼 땐 정말 몰입해서 봤고, 내 자체 첫공임에도 눈물나고 감동받아서, 커튼콜 때는 자연스럽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극장을 나서고 여운을 음미할 틈도 없이 머리 한 켠에서 잠자던 루케니가 다시 일어나 방방 뛰어놀고 있어 OTL

- 네 머릿속에 이야기만 수천개야!
이렇게 공감가는 대사가 있나그래. 다양하게 써먹을 수 있겠다. '네 머릿속에 레시피만 수천개야(to 모 판다양)', '네 블로그에 비공개글만 수천개야~ (to me;;)'
이 대사가 몇 번 피드백 처럼 등장하는데, 한껏 들뜬 목소리로 이 대사를 할 때의 앨빈과 거기에 이어 '아는 걸 써, 톰'하는 앨빈 사이의 간극이 괜시리 눈물나더라. 다정하고 다정하고 다정한, 세상에서 토마스에게 가장 다정한 앨빈. 앨빈은 마치 작은 날개를 단 천사 같다. (닭살 돋아도 할 수 없;;) 어떤 느낌이냐면 날개가 작아서 멀리, 높이 날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땅을 밟고 있지는 않은 것 같은 살짝 지면 위를 떠다니는 것 같다고 할까. 마음 먹으면 지면에 내려올 수 있지만, 앨빈을 땅에 발 붙일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건 톰 뿐. 하긴 앨빈의 날개가 좀 더 크고 튼튼했더라면 클라렌스가 나타나길 바라지도 않았겠지.

- 그 모험들에 숨을 불어넣어준 한 작가 덕분에 76년은 75년보다 훨씬 더 좋았어요.
앨빈으로부터 생애 최고의 선물을 받은 톰이 부르는 1876년. 이 노래를 듣는데 왜이리 울컥울컥 하던지. 그건 아마도 이 노래를 부르는 고영빈 씨가 같이 울컥울컥하는 감정을 실어서 불러줘서 그랬던 것 같다. 눈가를 촉촉하게 적시며 책을 잡은 두 손을 가슴앞에 모으고 한 소절 한 소절 감정을 꾹꾹 눌러담아 부르는 그 노래가 마치 솜사탕이 젖어드는 것처럼, 그렇게 내 마음을 적셨다. 까닭도 없이 목은 메이고, 눈물은 글썽글썽. 이 날 들은 노래 중에 앨빈의 '이게 다야'와 함께 가장 마음을 울리는 곡이었다.
토마스는 앨빈의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항상 변함없는 앨빈을 뒤에 두고, 혼자 어른이 되버렸다. 어떻게 토마스가 앨빈한테 그럴 수 있냐는 마음이 반, 그런 토마스를 이해하는 마음이 반. 보고나서 아이다호가 잠깐 떠올랐지만, 그 둘과 이 둘은 서로 많이 다르니까.

- 이석준 씨와 고영빈 씨 모두 공연으로는 처음 만났는데, 참 좋았다. 이석준 씨의 앨빈도 고영빈 씨의 토마스도. 두 분 다 무대 위에서 참 많은 눈물을 흘리시는데, 아마 공연을 거듭하면서 점점 더 많이 배역에 빠져들고 계신 것이리라. 이석준 씨가 장난기 많은 앨빈일 때와 차분할 때의 목소리가 분위기가 참 다르던데, 그래도 기본적으로 따뜻한 목소리라 좋았다면, 고영빈 씨의 목소리는 너무나 부드럽고 감미롭운 목소리라 또 어찌나 듣기 좋던지. 어른이 된 톰이 이기적이고 못된 놈 처럼 안 보인건 고영빈 씨의 그 목소리가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 같더라. 메마른 감성에 촉촉한 단비와 같은 작품이다. 치유계 작품이라더니 과연 명불허전.

- 극을 다 보고 나오면서 왜 이 작품 제목이 그냥 My life가 아니고 "The Story" of my life 인지 알겠더라. 누구나 살아온 인생이 드라마가 아닌 사람이 없다. 각자의 이야기를 펼쳐놓으면 그게 한 권의 책이 되어서 하느님의 도서관 한 켠을 장식하고 있겠지. (feat. 시인 존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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