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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2
Dre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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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주거 환경은 '背山臨水'에 단독주택. 버스로 30분 이내에 시내로 들어설 수 있는 정도의 편의 시설이 있으면 좋겠다. TV는 안 봐도 그만이지만, 인터넷은 필수. 아파트는 편하다고는 하지만, 나에겐 그저 허공에 떠있는 가상 공간과 다를 바 없다. 내 땅 한 평 가지고 있지 않고, 아래 위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또 이웃에 대한 배려 때문에 각종 AV 시스템을 갖추고도 자유롭지 못함. 그래서 나는 아파트가 싫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산가치를 생각해서 아파트를 사야한다고 한다. 단독 주택은 시세라고 할 것도 없고, 뭐, 멀리 안 가고 우리집만 봐도 세월이 얼마가 흐르던 집값엔 큰 변화가 없다. (그건 잘 나가는 지역이 아닌 탓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상과 현실은 이렇게 커다란 괴리가 있다.
- 사람들이 왜 아직도 차를 안 사냐고 묻는다. 남이 차를 사건 말건 무슨 상관이겠는가만은 이게 딱히 내가 정말 왜 차를 안 사는지 궁금하다기 보다는, 뭐랄까, 여자들이 친구의 쇼핑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처럼, 남자들도 누군가 차를 산다고 하면 옆에서 같이 기분을 낸다고 할까...뭐 그런 거 같다. 부서 내에서 누가 이번에 차를 바꾸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면 옆에서 훈수두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뭐는 뭐가 이래서 어떻고 저떻고. 그런 참견을 하고 싶어서 물어보는 거겠지. 가끔은 진짜로 내가 왜 차를 안 사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물로 가는 차가 나오기 전엔 안 사려고요." 그럼, 반응은 두 가지로 갈린다. "기름값이 아까워서 그러세요?", "지금도 물이 기름보다 비싸요." 혹은 "차를 안 사시겠단 소리죠?" 거기다 대고, 나라도 환경 오염을 좀 덜 시켜볼까 하고요, 라고 대답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 주위에 닭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 있다. 문제는 사내 식당의 메뉴에 닭고기는 거의 매 끼니 단골메뉴라는 사실이다. 처음엔 왜 이 맛있는 걸 먹지 않느냐, 닭은 쪄도, 삶아도, 구워도, 튀겨도 맛있다 옆에서 난리였는데, 이 사람의 대답은 "나는 날지 못하는 새는 먹지 않기로 했어요." 였다. 왜 그런 결심을 하게 됐는지까지 물어보는 건 너무 깊이 파고드는 것 같아서 그만뒀지만, 그렇다고 비웃을 건 없었는데.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래도 오리나 꿩고기는 먹지?" 라든가 하며 빈정댄다. 그 사람이 그런 신념을 가지고 있는 걸 왜 남들이 옳다 그르다 가치 판단을 하려고 하는 걸까.
- 어떤 분은 결혼 후 시간이 꽤 오래 지났지만 아이가 없다. 이런 부부는 진짜 귀찮을 정도로 아이에 대한 질문을 받기 마련이다. 일일이 다 대답해 주기 어렵기 때문에 그냥 '안 생기니 어쩌겠어요.' 하고 만다고 하신다. 그런데 이 분들은 사실 신념에 따라 아이를 갖지 않은 경우인데, '이 지구상에 '인간'이 너무 많아서, 거기에 한 명 더 보태는 것도 죄스럽다. 그래서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 는 이유다. 그런데, 이런 신념을 밝히기엔 몰이해자(댁들이 그렇게 지구 환경에 관심이 많다면서 자동차도 타고, 합성세제도 쓰고 블라블라)가 너무 많아서, 그냥 아이가 안 생겨서...라고 해버린단다. 참고로, 캐나다로 시집간 내 친구는 그냥 두 사람이 오붓하게 사는 게 재미있고, 그게 좋아서 아이를 안 갖기로 했다. 문화적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시부모님도 두 사람의 뜻을 존중해서 받아들이시고 별 말씀 없다고 한다.
- 나이 찬 여자가 시집을 안 간다. 주위에서 다들 왜 결혼 안 하냐고 난리 난리. 부모에게 큰 불효. 나라에 불충(;) 어쩌고 저쩌고. 그 외에도 온갖 사생활 침해성 찌질 발언들을 제외하고라도 살기 불편할 정도로 개인의 선택을 무시한다.
- 나는 이래저래 혼자 사는 것을 선택했다는 말은 "쯧쯧" 혀차는 소리 하나로 덮이고 만다. 위에 막 열거한 누군가의 신념도 그냥 "유난 떤다." 한 마디로 정리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