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피맛골 연가에 낚인 이유 중에 하나는 시대극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참으로 예쁜 우리말 가사와, 정취가 물씬 풍기는 싯구를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극중에 김생이 뒷골목 대시인이라는 면모를 보여주는 시가 몇 구 등장하는데, 그 중에 몇은 창작인듯 하고, 몇은 한시에서 차용한 것으로, 이젠 한시까지 공부시킬 기세.
먼저, 김생이 홍생의 과거시험을 대신 봐줘서 장원급제까지 시켜줬다는 시는 다음과 같다.
이 시는 왕유의 '새 우는 물가(鳥鳴澗)'와 '벗과 함께 술을 마시며(酌酒與裵迪)'를 적당히(?) 섞어서 만들어진 시로 원작은 아래와 같다.
그리고 극중 창고에 갖혀 죽을 일만 기다리던 김생을 홍랑이 구해주고, 홍랑의 방에서 치료를 받으며 김생이 읊은 시가 있는데, 원작이 가진 정서와 좀 다르게 살짝 연시의 느낌을 살렸다.
이 시도 당나라 때 시인 백거이의 '전원 생활의 즐거움(田園樂 七首)' 일곱수 중 여섯번째 시를 차용했는데, 절구를 살짝 다르게 해석해서 분위기가 좀 미묘하게 바뀌었다. 극중 홍랑의 이미지 컬러는 분홍색과 하늘색, 김생은 파란색으로 저 시를 들으면 살구꽃 홍랑과 버들잎 김생이 딱 떠오르는데, 원작은 아래와 같다.
+ 그리고 백거이의 한시집을 뒤적여보다 찾은 '꽃이나 꽃이 아니네(花非花)'는 정황이 딱 '아침은 오지 않으리' 이후에 홀로 남은 김생이 읊었을 법한 싯구여서, 또 원작에서 느껴지는 것과 다른 해석이...;
화비화 (花非花) - 백거이(白居易)
花非花霧非霧(화비화무비무) 꽃이나 꽃이 아니고, 안개이되 안개 아니어라
夜半來天明去(야반래천명거) 밤 깊어 왔다가 날 밝아 떠나가더라
來如春夢幾多時(내여춘몽기다시) 봄 꿈처럼 왔던 것이 얼마나 되던가
去似朝雲無覓處(거사조운무멱처) 아침 구름처럼 떠나고는 찾을 곳이 없어라
원작은 뭐랄까, 깊은 밤에 찾아왔다 이른 새벽 꿈처럼 사라지는 님을 원망하는 듯한 시인데, 피맛골 연가의 정서를 끼얹으니, 단 하룻밤, 자시에서 해뜨기 전 그 단 한순간 만나서 영영 이별한 연인을 그리워하는 김생의 마음처럼 느껴져서
ㅠㅠ
먼저, 김생이 홍생의 과거시험을 대신 봐줘서 장원급제까지 시켜줬다는 시는 다음과 같다.
사람이 한가하니 살구나무 꽃 떨어지고
밤이 조용하니 봄산도 비엇으라
벗이여 술이나 한 잔 하잣으라
인정은 손바닥 같이 뒤집히렷다
이 시는 왕유의 '새 우는 물가(鳥鳴澗)'와 '벗과 함께 술을 마시며(酌酒與裵迪)'를 적당히(?) 섞어서 만들어진 시로 원작은 아래와 같다.
鳥鳴澗(조명간) - 王維(왕유)
人閑桂花落(인한계화락) 사람 한가하니 계수나무 꽃 떨어지고
夜靜春山空(야정춘산공) 밤이 고요하니 봄 동산이 비었어라
月出驚山鳥(월출경산조) 달이 솟아오르니 산새 놀라
時鳴春澗中(시명춘간중) 때때로 봄 시내에서 울어대노라
酌酒與裵迪(작주여배적) - 王維(왕유)
酌酒與君君自寬(작주여군군자관) 친구여 술이나 드시게
人情翻覆似波瀾(인정번복사파란) 인정은 물결같이 뒤집히는 것
白首相知猶按劍(백수상지유안검) 늙도록 사귄 벗도 칼을 겨누고
朱門先達笑彈冠(주문선달소탄관) 성공한 이도 후배의 앞길을 막나니
草色全經細雨濕(초색전경세우습) 비에 젖어 잡풀은 우거져도
花枝欲動春風寒(화지욕동춘풍한) 봄바람 차가와 꽃은 피지 못하거늘
世事浮雲何足問(세사부운하족문) 뜬구름 같은 세상 말을 해 무엇 하랴
不如高臥且加餐(부여고와차가찬) 누워서 배불리 지내는 게 제일이지
人閑桂花落(인한계화락) 사람 한가하니 계수나무 꽃 떨어지고
夜靜春山空(야정춘산공) 밤이 고요하니 봄 동산이 비었어라
月出驚山鳥(월출경산조) 달이 솟아오르니 산새 놀라
時鳴春澗中(시명춘간중) 때때로 봄 시내에서 울어대노라
酌酒與裵迪(작주여배적) - 王維(왕유)
酌酒與君君自寬(작주여군군자관) 친구여 술이나 드시게
人情翻覆似波瀾(인정번복사파란) 인정은 물결같이 뒤집히는 것
白首相知猶按劍(백수상지유안검) 늙도록 사귄 벗도 칼을 겨누고
朱門先達笑彈冠(주문선달소탄관) 성공한 이도 후배의 앞길을 막나니
草色全經細雨濕(초색전경세우습) 비에 젖어 잡풀은 우거져도
花枝欲動春風寒(화지욕동춘풍한) 봄바람 차가와 꽃은 피지 못하거늘
世事浮雲何足問(세사부운하족문) 뜬구름 같은 세상 말을 해 무엇 하랴
不如高臥且加餐(부여고와차가찬) 누워서 배불리 지내는 게 제일이지
그리고 극중 창고에 갖혀 죽을 일만 기다리던 김생을 홍랑이 구해주고, 홍랑의 방에서 치료를 받으며 김생이 읊은 시가 있는데, 원작이 가진 정서와 좀 다르게 살짝 연시의 느낌을 살렸다.
살구꽃 밤비 머금어 붉게 피고
버들잎 푸르러 안개를 이었네
떨어진 꽃잎은 아직 쓸지 아니하고
소쩍새 우건만 손님 아직 잠 못드네
이 시도 당나라 때 시인 백거이의 '전원 생활의 즐거움(田園樂 七首)' 일곱수 중 여섯번째 시를 차용했는데, 절구를 살짝 다르게 해석해서 분위기가 좀 미묘하게 바뀌었다. 극중 홍랑의 이미지 컬러는 분홍색과 하늘색, 김생은 파란색으로 저 시를 들으면 살구꽃 홍랑과 버들잎 김생이 딱 떠오르는데, 원작은 아래와 같다.
田園樂七首(전원락칠수) 중 제6수 - 백거이(白居易)
桃紅復含宿雨(도홍부함숙우) 밤비 머금은 복사꽃 더욱 붉어지고
柳綠更帶春戀(유록갱대조연) 버들잎 푸른 위로 아침 안개 끼었네
花落家童未掃(화락가동미소) 꽃잎이 떨어져도 어린 하인은 쓸지 않고
鶯啼山客猶眠(앵제산객유면) 꾀꼬리 우는데 산속 나그네 잠만 자고 있네
桃紅復含宿雨(도홍부함숙우) 밤비 머금은 복사꽃 더욱 붉어지고
柳綠更帶春戀(유록갱대조연) 버들잎 푸른 위로 아침 안개 끼었네
花落家童未掃(화락가동미소) 꽃잎이 떨어져도 어린 하인은 쓸지 않고
鶯啼山客猶眠(앵제산객유면) 꾀꼬리 우는데 산속 나그네 잠만 자고 있네
+ 그리고 백거이의 한시집을 뒤적여보다 찾은 '꽃이나 꽃이 아니네(花非花)'는 정황이 딱 '아침은 오지 않으리' 이후에 홀로 남은 김생이 읊었을 법한 싯구여서, 또 원작에서 느껴지는 것과 다른 해석이...;
화비화 (花非花) - 백거이(白居易)
花非花霧非霧(화비화무비무) 꽃이나 꽃이 아니고, 안개이되 안개 아니어라
夜半來天明去(야반래천명거) 밤 깊어 왔다가 날 밝아 떠나가더라
來如春夢幾多時(내여춘몽기다시) 봄 꿈처럼 왔던 것이 얼마나 되던가
去似朝雲無覓處(거사조운무멱처) 아침 구름처럼 떠나고는 찾을 곳이 없어라
원작은 뭐랄까, 깊은 밤에 찾아왔다 이른 새벽 꿈처럼 사라지는 님을 원망하는 듯한 시인데, 피맛골 연가의 정서를 끼얹으니, 단 하룻밤, 자시에서 해뜨기 전 그 단 한순간 만나서 영영 이별한 연인을 그리워하는 김생의 마음처럼 느껴져서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