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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09.10 이마 이치코 - 백귀야행


<그림출처 - 리브로>

나는 포장이란걸 상당히 중시한다. (부가가치 창출은 항상 마무리에서 결정되는 법이다.)
책을 살때도 같은 내용의 책이라면 당연히(?) 좀더 비싸더라도 그림은 칼라면 좋고, 표지 이쁘고, 종이질 좋고, 편집이 잘된 쪽을 고르게된다.
(아, 그렇다고 해서 쓸데없이 하드커버를 덧씌우거나 한 책은 취향이 아니다. 오히려 두꺼워도 페이퍼백 쪽이 좋다.)

그런 면에서 시공사의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이나 '백귀야행'은 나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아주 훌륭한 만화책이다. 생각해보니 백귀야행은 책표지가 사게된 동기의 60%는 차지하는 셈이다. 사실, 원본은 아주 예쁜 펄지 표지다. 그러나, 국내 출판 여건상 시공사에서 이만큼이라도 찍어내주는게 대견하다. 가뜩이나 만화 시장이 점점 망해나가는 판에..

백귀야행의 내용은 간단히 소개하자면, 일본풍 괴담으로, 영력은 뛰어나지만 그렇다고 초능력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은 주인공 리쓰(어째서 리츠가 아니라 리쓰인지;)의 '뜻하지 않았으나 해야만 하는 살풀이 여정' 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퇴마가 아니라 살풀이라는 점이다.
귀신이나 요마라고 해서 무조건 퇴치!가 아니라, 심지어는 애먼 생목숨을 없애버린 오지로와 오구로도 살려둔다. (그들은 이제 거의 주연급이다;)
이런 점은 '음양사'를 떠올리게 하는데, 리쓰는 세이메이보다는 히로마사에 가까운 캐릭터이다. 세이메이는 귀신도 무서워하는 여우인지 사람인지 모를 막강한 존재이지만, 히로마사는 의도한 바는 아니나, 鬼(오니)들의 '아이돌'쯤 된다고 할까.

백귀야행에서 나를 가장 많이 웃기는 녀석들은 오지로와 오구로이다.
특히 5권에서 '오옷~ 주인님이 수험생에서 재수생으로 변신?!' 하면서 두근대며 기대어린 시선으로 리쓰를 쳐다보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후에 리쓰는 재수생에서 대학생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

자칫 어둡고, 공포스러울 법한 소재와 내용이지만, 이렇게 끝까지 유머를 잃지않음으로 해서 이야기는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고, 터무니없는 환상으로 흐르지도 않는다.
작가는 그저 담담하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결국 진정 두려운 존재는 귀신이 아니라 집도 마음도 황폐해지도록 방치하고 귀신에게 너무나 쉽게 안주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인간의 나약한 마음이다. (리쓰)

네가 무서워하니까 따라오는 거란다. 보지 않으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야.(가규)
- 백귀야행 4권, 눈길 中

국내에는 단행본으로 11권까지 나왔고, 일본에서는 '무네키'라는 잡지에서 연재되고 있다.

※ 백귀야행초 화보집과 일러스트 콜렉션이 일본에서 출간되었다.
단, 일러스트 콜렉션은 말 그대로 콜렉션. --;; 화집인줄 알았는데, 책으로 된 화집이 아니라, 한장 한장의 일러스트를 모아놓은 것이다. 물론 펄지에 아름답게 인쇄된 일러스트는 멋지구리 했지만, 조금 당황스러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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