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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9.20 이런저런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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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을 세번 봤다. 세번 봐도 좋더라. 두번째는 동생이랑 봤는데, 동생도 보고 나오더니 조조로 한번 더 보겠다고 하더라. 영업 성공~ 세번째는 메가박스 M2 관에서 봤는데, 이 영화 뒷심이 끝내준다. 교차 상영이나 150석 정도의 작은 관에서만 상영되던 게 450석짜리 M2관에서 올려지다니. 아님 한여름 바다를 주름잡던 영화들이 찬바람에 밀려날 즈음 틈새를 잘 잡았던지. 뭐니뭐니해도 음악의 힘이 제일 컷던 것 같지만.

나는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그런 장면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소설도 A와 B의 관점이 각각 서술되는 방식도 좋아하고(단순 반복은 사양하지만). A는 개그라고 생각했던 장면이 B에겐 세상에 둘도 없는 비극이라던가 하는 식의 뒷통수 치기도 매력적이고. 그래서 영화 '오! 수정' 을 참 좋아했더랬지. (사람의 기억이란 믿을 게 못된다. 사랑이나 애정이 끼어있을 땐 더더욱.)

비긴 어게인은 똑같은 장면이 그렇게 세번 반복되서 나온다. 그만큼 감독은 그 장면에 힘을 쏟았고, 그 장면으로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고, 그 장면이 결국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한 방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새삼 마크 러팔로의 루저 연기는 정말이지 세계 최고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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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모시고 위키드를 보러갔다. 박혜나/김소현/이지훈/남경주
여전히 참 좋은 공연이다. 음악이며 세트며 의상, 그 속에 담긴 이야기까지. 다만 김소현 씨의 글린다는 왜 그렇게 혹평인지 알겠더라. 아마도 김소현 씨는 예쁜 척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을 거다. 안그래도 인형같이 예쁜데 '척'할 이유가 없잖아? 이건 뭐랄까 내가 한가인 씨나 김태희 씨 연기를 보면서도 느낀건데, 저분들 어떻게 하면 카메라에 예쁘게 잡힐지 고민같은 거 안 하는 거 같다고, 한다고 한들 다른 여배우들이 하는 거에 십분의 일 백분의 일 수준의 고민일거라고. 왜냐면 어떻게 찍어도 화보가 나오는데 뭐하러 예쁜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하냐고. 그런 이유로 김소현 씨의 글린다는 '척'하는 장면마다 오글거리는 재미를 주지 못한다. 그게 글린다의 정체성 중에 하나인데. 아쉬운 일이다.
박혜나 씨의 엘파바는 굉장히 선머슴같고 씩씩한 엘파바였다. 2막보다는 1막 연기가 더 좋았고, 그렇다고 2막이 나빴다는 건 아닌데, 내가 엘파바-피예로의 연애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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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아니 오늘인가, 은촤의 모차르트! 막공을 보러 대구로 간다. 광주에 다녀와서 창원, 부산도 가고싶었지만, 하필이면 일거리가 파도처럼 밀려드는 시기라서 포기하고, 대구도 오전 근무 마치고 가야해서 지금 내일 출근 준비도 해야하는데 나는 왜 잠들지 못하는 걸까. ㅠ.ㅠ
내게 뮤지컬의 매력을 알려준 첫 작품이라 더 애정이 가고, 그리고 내가 보고싶은 볼프강을 그대로 무대위에 재현해준 은차르트라서 이렇게 떠나보내고 나면 진짜 어떤 마음이 들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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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태 목소리를 듣다보면 바이올린 소리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게 사람들 듣는 귀는 비슷해서,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닌거 같더라. 참 재미있는게 바이올린이든 그 외 바이올린과 비슷한 종류의 현악기들 비올라, 첼로도 기타와 달리 음을 집어주는 지판이 없다. 그래서 바이올린을 배우는 사람은 자신의 귀를 최대한 예민하게 갈고 닦아, 자신의 머릿속에 잡은 음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짚어내는 훈련을 한다. 그래서 프로를 지향하는 사람은 5살 전후로 시작한다고..그렇게 자신의 머릿속의 이상적인 음과 자신의 손끝이 만들어내는 음 사이의 차이를 좁혀나가는 훈련의 연속이라고. 그러다보니 무척 엄격하고 섬세하며 예민한 성정이 된다던가. (모든 바이올린 연주자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모 도립 교향악단에 소속된 바이올리니스트인 지인께서 해주신 말씀) 그런데 난 이 말을 듣고 이거 너무 은태잖아! 하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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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고 징징대는 와중에도 빠질 수 없는 회사 분기별 행사에 참석하느라 에버랜드에 갔다왔다. 와~ 난 에버랜드 한 10년만에 가보는 듯. ㅋㅋㅋ 그 사이 내가 애정하던 독수리 요새는 문을 닫았고, 티익스프레스라는 롤러코스터가 생겼는데, 50미터 높이에서 75도 각도로 낙하한다고ㅋㅋㅋ 첫 임팩트가 커서 그 뒤에는 뭐 다 그저 그랬는데, 거의 자유낙하에 가까운 딸려내려가듯 떨어지는 느낌은 소름이 돋는 이전에 어마무시한 중력가속도의 힘에 내가 내 몸을 제어할 수 없다는 불쾌감이 먼저 들었다. 아~ 이거 내가 버틴다고 될 게 아니구나, 버티면 담들리겠다 싶어서 그냥 몸의 힘을 다 풀어버렸다. 기대했던 사막여우를 비롯한 사자, 호랑이들은 모두 야행성이라 낮잠에 푹 빠져있었고, 대기 시간이 짧아서 탔던 아마존 익스프레스는 의외로 재미졌고, 필수 코스인 바이킹이 이토록 시시했던가를 느끼며 어둑해진 에버랜드를 떠났다. 그래도 행사 핑계로 날씨 좋은 날 사무실을 떠나 가을 소풍 기분을 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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