됴화만발
일 시 : 2011. 09. 06 ~ 2011. 09. 25
관극일 : 2011. 09. 17(토) 15:00
장 소 : 남산예술센터
연 출 : 조광화, 무대디자인 : 정승호, 조명디자인 : 정태진
캐스팅 : K - 박해수, 의원 - 홍원기, 소녀 - 황선화, 단이 - 장희정
줄거리 :
중국 진시황 시절의 의원이 영생불사 약을 찾는다는 핑계로 동남동녀 3,000명을 실험재료로 삼고 죽은 아이들은 복숭아나무 밑에 묻는다. 의원은 그 중 동이라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수행검객 케이와 동이의 시신조각을 합성하여 케이는 영생을 얻게 된다. 홀로 복숭아나무 숲에서 산적질을 하게 된 검객 케이. 남자들은 모두 죽이지만 여자들은 살려두고 아내로 삼는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케이를 단번에 매혹시킨 단이를 만나 아내로 삼는데…. 치명적인 매력이 부르는 피바람과 시작한 케이의 절대고독. 그 고독의 끝에는 무엇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가! [출처>플레이DB]
참, 난데없이 가을에 봄꽃이 만발하였다.
살구꽃에 복숭아꽃, 여기에 아기 진달래만 피면 진짜로 꽃대궐을 차리겠구먼. 가을에 왠놈의 핑크빛이 가득한지 말이야.
됴화만발은 프레스콜 사진 떴을 때부터 그 이미지에 확 낚여서, 이명세 감독의 영화처럼 스타일로 승부하는 거라도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와~ 무대위에서 내뿜는 배우들의 에너지가 정말 대단하더라. 양감이 느껴지는 무대라고 할까. 객석에 압력이 전해지는 것 같은 그런 무대.
막이 내려져 있지 않은 연극 무대, 무대 장치를 바라보며 이 공간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인가 상상하는, 그 살짝 흥분된 순간의 느낌이 참 좋더라. 텅빈, 그러나 장치와 배경, 소품, 조명을 품고 관객과 배우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는 그 비어있는 홀연한 느낌.
됴화만발의 무대는 그 홀연한 느낌과 함께 수령 수백년은 되어보이는 나무 한그루가 무대 끝에 서있어 그것만으로도 어떤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 나무는 극이 진행되면서, 조명에 따라 따뜻한 어머니처럼도 보이고, 기괴한 그림자를 드리운 괴물처럼도 보였다. 조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 근래 본 극 중에 이렇게 조명을 효과적으로 멋지게 사용한 극을 본 적이 없다. 특히 세월의 흐름과 K의 고독을 나타내는 핀 조명과 스틸샷 같은 장면의 전환에서 보여준 세련된 연출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다지 크지 않은 무대라는 공간을 정말 효과적으로 사용한 연출, 조명, 음악, 음향 효과. 이 모든 것들이 배우들의 움직임과 딱딱 맞아떨어지면서 굉장한 시각, 청각적인 쾌감을 제공한다.
폼 잡고, 무겁기만 할 줄 알았더니, 적재적소에 개그 포인트 심어줘서 빵빵 터지고, 그런가 하면 그 헤아릴 수 없는 고독과 권태로움이 그대로 전달되어 절로 눈물이 흐르더라.
K역의 박해수 배우. 부디 공연 끝날 때까지 아무 탈없이 건강하게 무대를 마칠 수 있도록 기원드림. 진짜 내내 땀냄새 나도록 무대를 휘젓고 다니시는데, 이 공연을 길게 할 수 없는 이유를 알 것도 같더라. 앙상블 분들은 또 어떤가. 주연 배우 못잖은 기백을 보여주셨다.
남성적이고, 마초스러운 무대위에 단 한송이 모성을 가진 다사로운 꽃 복이(소녀 역과 1인 2역)역의 황선화 배우님, 마치 옛날 얘기 들려주듯 나레이터 역까지 참으로 훌륭하게 소화해주셨다.
복이와는 정 반대편에서 팜므파탈의 극단을 보여주는 단이역의 장희정 배우님. 요기가 넘쳐흐르는 어딘가 요한의 목을 쟁반에 받치고 있는 살로메를 떠올리게 하더라. K에게도 결코 밀리지 않으면서도 어디까지나 여성스러움과 요녀스러운 박력이 대단했다. 복이가 품어주는 여성이라면 단이는 밀어내는 여성으로 극단으로 대비가 된다.
앙상블 중에 복이 부친역의 배우분은 부상을 당했는지 한 쪽 다리를 저시던데, 부디 배우분들 모두 막공 까지 무탈하게 무대에 서셨으면 좋겠다.
눈물을 모르던 K가 비로소 눈물을 흘리게 되었어도, 결국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K의 고독은 채워질 길이 없고, 인간은 혼자일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걸까.
오랜만에 보는 흙냄새, 땀냄새 물씬 풍기는 연극 한 편이었다.
막공까지 기간이 얼마 안 남은게 너무 아쉽구나.
+ 됴화만발의 원작은 사카구치 안고의 "벚꽃 만발한 숲속에서"라고한다. 그래서 그런가 일본색이 좀 물씬 풍기기는 하더라. 검객 K라는 것도 그렇고, 중간 중간 일본식의 '식신'을 연상시키는 분장. 그리고 무엇보다 카우보이 비밥 생각나는 하모니카 음악까지. 벚꽃을 복숭아꽃으로 치환한 건 정말 잘 한 것 같다. 불로장생과 이 보다 더 잘 어울리는 꽃이 있을까.
++ 따로 후기를 쓸 것 같지 않아서.
이날 저녁 왕세자 실종사건을 봤다. 극은 1시간 45분 진행 중 5분여를 남겨두고 우천 취소가 되었다.
한 번 생각해보자. 내가 식스센스를 보는데 막판 5분을 못 보고 극장을 나왔다고. 그럼 난 고작 5분 안 본 거니까, 그래도 영화를 거의 다 감상한 거라고 할 수 있을까? 제일 중요한 장면을 놓쳤는데 말이지.
하여간 나 한테 왕세자 실종사건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최상궁, 하내관이라고 그렇게 인상이 남아버렸다는 거지.
하도 호평이라 기대한 것도 있지만, 내 취향은 아닌 듯. 넘버도 귀에 쏙 들어오는 곡은 없더라. 고궁에서 하다보니 그것만으로도 벌써 분위기는 잡고 들어가는 것과 야외 무대라 바람에 날리는 한복 같은 건 참 좋았지만, 그뿐.
청춘 18:1부터 죽도록 달린다와는 올해 연이 안 닿는 모양이다.
일 시 : 2011. 09. 06 ~ 2011. 09. 25
관극일 : 2011. 09. 17(토) 15:00
장 소 : 남산예술센터
연 출 : 조광화, 무대디자인 : 정승호, 조명디자인 : 정태진
캐스팅 : K - 박해수, 의원 - 홍원기, 소녀 - 황선화, 단이 - 장희정
줄거리 :
중국 진시황 시절의 의원이 영생불사 약을 찾는다는 핑계로 동남동녀 3,000명을 실험재료로 삼고 죽은 아이들은 복숭아나무 밑에 묻는다. 의원은 그 중 동이라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수행검객 케이와 동이의 시신조각을 합성하여 케이는 영생을 얻게 된다. 홀로 복숭아나무 숲에서 산적질을 하게 된 검객 케이. 남자들은 모두 죽이지만 여자들은 살려두고 아내로 삼는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케이를 단번에 매혹시킨 단이를 만나 아내로 삼는데…. 치명적인 매력이 부르는 피바람과 시작한 케이의 절대고독. 그 고독의 끝에는 무엇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가! [출처>플레이DB]
참, 난데없이 가을에 봄꽃이 만발하였다.
살구꽃에 복숭아꽃, 여기에 아기 진달래만 피면 진짜로 꽃대궐을 차리겠구먼. 가을에 왠놈의 핑크빛이 가득한지 말이야.
됴화만발은 프레스콜 사진 떴을 때부터 그 이미지에 확 낚여서, 이명세 감독의 영화처럼 스타일로 승부하는 거라도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와~ 무대위에서 내뿜는 배우들의 에너지가 정말 대단하더라. 양감이 느껴지는 무대라고 할까. 객석에 압력이 전해지는 것 같은 그런 무대.
막이 내려져 있지 않은 연극 무대, 무대 장치를 바라보며 이 공간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인가 상상하는, 그 살짝 흥분된 순간의 느낌이 참 좋더라. 텅빈, 그러나 장치와 배경, 소품, 조명을 품고 관객과 배우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는 그 비어있는 홀연한 느낌.
됴화만발의 무대는 그 홀연한 느낌과 함께 수령 수백년은 되어보이는 나무 한그루가 무대 끝에 서있어 그것만으로도 어떤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 나무는 극이 진행되면서, 조명에 따라 따뜻한 어머니처럼도 보이고, 기괴한 그림자를 드리운 괴물처럼도 보였다. 조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 근래 본 극 중에 이렇게 조명을 효과적으로 멋지게 사용한 극을 본 적이 없다. 특히 세월의 흐름과 K의 고독을 나타내는 핀 조명과 스틸샷 같은 장면의 전환에서 보여준 세련된 연출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다지 크지 않은 무대라는 공간을 정말 효과적으로 사용한 연출, 조명, 음악, 음향 효과. 이 모든 것들이 배우들의 움직임과 딱딱 맞아떨어지면서 굉장한 시각, 청각적인 쾌감을 제공한다.
폼 잡고, 무겁기만 할 줄 알았더니, 적재적소에 개그 포인트 심어줘서 빵빵 터지고, 그런가 하면 그 헤아릴 수 없는 고독과 권태로움이 그대로 전달되어 절로 눈물이 흐르더라.
K역의 박해수 배우. 부디 공연 끝날 때까지 아무 탈없이 건강하게 무대를 마칠 수 있도록 기원드림. 진짜 내내 땀냄새 나도록 무대를 휘젓고 다니시는데, 이 공연을 길게 할 수 없는 이유를 알 것도 같더라. 앙상블 분들은 또 어떤가. 주연 배우 못잖은 기백을 보여주셨다.
남성적이고, 마초스러운 무대위에 단 한송이 모성을 가진 다사로운 꽃 복이(소녀 역과 1인 2역)역의 황선화 배우님, 마치 옛날 얘기 들려주듯 나레이터 역까지 참으로 훌륭하게 소화해주셨다.
복이와는 정 반대편에서 팜므파탈의 극단을 보여주는 단이역의 장희정 배우님. 요기가 넘쳐흐르는 어딘가 요한의 목을 쟁반에 받치고 있는 살로메를 떠올리게 하더라. K에게도 결코 밀리지 않으면서도 어디까지나 여성스러움과 요녀스러운 박력이 대단했다. 복이가 품어주는 여성이라면 단이는 밀어내는 여성으로 극단으로 대비가 된다.
앙상블 중에 복이 부친역의 배우분은 부상을 당했는지 한 쪽 다리를 저시던데, 부디 배우분들 모두 막공 까지 무탈하게 무대에 서셨으면 좋겠다.
눈물을 모르던 K가 비로소 눈물을 흘리게 되었어도, 결국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K의 고독은 채워질 길이 없고, 인간은 혼자일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걸까.
오랜만에 보는 흙냄새, 땀냄새 물씬 풍기는 연극 한 편이었다.
막공까지 기간이 얼마 안 남은게 너무 아쉽구나.
+ 됴화만발의 원작은 사카구치 안고의 "벚꽃 만발한 숲속에서"라고한다. 그래서 그런가 일본색이 좀 물씬 풍기기는 하더라. 검객 K라는 것도 그렇고, 중간 중간 일본식의 '식신'을 연상시키는 분장. 그리고 무엇보다 카우보이 비밥 생각나는 하모니카 음악까지. 벚꽃을 복숭아꽃으로 치환한 건 정말 잘 한 것 같다. 불로장생과 이 보다 더 잘 어울리는 꽃이 있을까.
++ 따로 후기를 쓸 것 같지 않아서.
이날 저녁 왕세자 실종사건을 봤다. 극은 1시간 45분 진행 중 5분여를 남겨두고 우천 취소가 되었다.
한 번 생각해보자. 내가 식스센스를 보는데 막판 5분을 못 보고 극장을 나왔다고. 그럼 난 고작 5분 안 본 거니까, 그래도 영화를 거의 다 감상한 거라고 할 수 있을까? 제일 중요한 장면을 놓쳤는데 말이지.
하여간 나 한테 왕세자 실종사건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최상궁, 하내관이라고 그렇게 인상이 남아버렸다는 거지.
하도 호평이라 기대한 것도 있지만, 내 취향은 아닌 듯. 넘버도 귀에 쏙 들어오는 곡은 없더라. 고궁에서 하다보니 그것만으로도 벌써 분위기는 잡고 들어가는 것과 야외 무대라 바람에 날리는 한복 같은 건 참 좋았지만, 그뿐.
청춘 18:1부터 죽도록 달린다와는 올해 연이 안 닿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