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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13 2010 Olympic Champion 김연아 2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축하를 건너 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ㅠ.ㅠ
한 사람의 꿈을 위해 같이 태교하는 마음으로 속을 다스리고, 같이 울고 웃고, 응원하고, 기도하고 그랬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번 올림픽에 들어가기까지 제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리고 그 간절한 바람이 모이고 모여서 연아가 연기할 때 함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은 개인적으로 참 하이라이트만 모아놓은 것 같은 경기였습니다.
첫 시작인 페어에서부터 레전드 급의 연기가 쏟아져 나왔지요. 뭐, 중간에 어라? 싶은 페어조가 있기도 했지만, 쉔 슈에/자오 홍보, 팡 칭/통 지안, 사브첸코/졸코비 모두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쉔자오의 관록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NBC 플러프에서 쉔 슈에 선수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Skating with Heart" 네, 마음으로 타는 스케이팅이었기에 그렇게 큰 감동을 전해줄 수 있었던 거겠지요. 3번의 월드 챔피언에 더해 올림픽 챔피언까지, 정말 축하합니다.
그리고 팡통의 프리 연기인 "Impossible Dream"은 그야말로 전율이었습니다. 윌슨이 왜 천재인지 알 수 있는 안무였고요. 페어에서 이런 전율을 느껴본 건 2003 월드의 쉔자오의 투란도트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팡통조의 팬들의 바람은 늘 한결 같았죠. TES보다 PCS가 좀 높아봤으면 좋겠다. 쇼트에서 타임 디덕션에(모로좁 보고있냐!!!) 줄세우기 일환인 PCS 크리로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도 4위를 마크할 수 밖에 없었던 팡통조는 프리에서 정말 자신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면서 은메달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올림픽 경기 중 연아양 경기 외에 가장 많이 보게된 경기는 팡통의 'impossible dream'입니다. 팡칭의 공중걷기(?) 부분은 선녀강림이 따로 없습니다. 영상이 보고 싶으신 분은 여기를 클릭.
사졸의 이번 시즌 쇼트는 제가 제일 마음에 들어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올림픽에서도 아름다운 연기를 선보였지만, 쉔자오의 퍼포먼스를 뛰어넘지는 못했지요. 이 페어조의 특징은 페어의 기술중 가장 고난이도의 기술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펼쳐보인다는 것인데요, 그게 프리 프로그램에서 거의 극대화 됩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서 최고난도의 기술과 함께 독특하고 아름다운 안무가 곁들여지는데, 이번엔 점프에서 실수가 좀 있었습니다. 다음 월드에서 좋은 연기 보여주길 바랍니다.

아이스댄스에서는 달달한데 안 사귀는(^^;) 테사 버추/스캇 모이어, 작년부터 급성장한 메릴 데이비스/찰리 화이트, 러시아 아댄의 자존심 옥사나 돔니나/막심 샤발린이 각각 금은동을 가져갔습니다. 버모네의 연기는 물론이고 메찰조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아댄은 초보자의 눈으로 보기엔 스케이팅 스킬, 기술 등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흐름이 자연스럽고,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 일체감 등을 보게되는데, 두 팀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메찰의 OD 인디언 댄스가 정말 이번 시즌 저의 Favorite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올림픽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으나, 발 카메라의 영향으로 아직도 그랑프리 시리즈 COR에서의 영상이 제일 나은 것 같습니다. 영상을 보실 분은 여기

남자 싱글은 올림픽 전부터 가장 치열한 포디움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뭐랄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는 속담처럼 되었습니다.
돌아온 짜르 예브게니 플루센코의 영향인지, 남싱들은 쿼드가 없이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다들 쿼들을 넣어왔고, 장렬하게 실패들을 하셨습니다. 남자 싱글은 그래서 전반적으로 점프 실수도 많고 클린 프로그램이 많지 않았는데, 그 가운데, 자신이 준비한 것을 착실하게 깨끗하게 연기해낸 에반 라이사첵 선수가 금메달을 땄습니다.
프로그램으로 보면 올시즌 남자 싱글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다카하시 다이스케의 쇼트 "Eye" 와 패트릭 챈의 쇼트 "망명자의 탱고", 프리 "오페라의 유령", 스웨덴의 아드리안 슐타이츠 선수의 프리 "사이코 병동(이런 제목은 아님;;)" 정도입니다.
제냐의 타고난 운동 능력, 점프 컨시는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복귀 프로그램은 전혀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습니다. 랜딩랜딩 열매를 먹은 듯, 아무리 점프 축이 기울어졌어도, 기어이 랜딩해내고야 마는 그 능력은 다른 어떤 선수도 흉내내기 어려운 기술이지만, 피겨는 점프만 팡팡 뛰면 되는 스포츠가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제냐에게 다른 재능이 없냐면 그것도 아니지만, 뭐 본인이 지향하는 피겨가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라이사첵의 연기는 올림픽 챔피언으로서는 무난한 수준이었고, 다카하시 다이스케의 연기는 그중 군계일학이었습니다. 프리에서 쿼드를 시도해서 넘어졌는데, 만약 넘어지지 않았다면, 아시아 남성 최초의 올림픽 메달 색깔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혼자 아이스쇼를 하듯 가장 아름다운 연기를 보여준 스테판 랑비엘 선수를 빼먹을 뻔 했네요. 예술성으로는 우승을 다툴 정도였는데, 부상의 후유증은 참으로 질겼습니다. 어쩌면 다카하시 선수 대신 동메달을 따게 될 지도 몰랐는데, 프리에서 막판 체력부족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말하면 가슴 아픈 브라이언 쥬벨 선수. 진짜 뭐가 씌인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안타까운 경기를 펼쳤는데, 월드에서 심기일전 하기를 바랍니다.

여자싱글은 왜 동계올림픽의 꽃이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인지 확실하게 알게해줬다고 생각합니다. 연아 선수가 자신이 만족할만한 경기를 한다면,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건 누구나 다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 만큼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다...는 말처럼, 다들 태교하는 마음으로 연아 선수의 경기를 기다려 왔었지요.
이번 올림픽 여자 싱글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클린 경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던 남자 싱글에 비하면,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여자 싱글 경기에서 그분이 단체로 오셨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선수들은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올림픽이라 점수 인플레가 있기도 했지만, 그만큼 많이 준비하고 나왔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뭐 그 와중에 시원하게 망해버린 유럽 챔피언도 있었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 라우라 레피스토, 미라이 나가수 같은 선수들이 있어 흥미진진했습니다. 이번이 시니어 데뷔 두번째 무대였던 곽민정 선수도 어쩌면 그렇게 침착하게 자기 연기를 척척 펼쳐보이는지, 대견하고, 장하고 정말 자랑스럽더군요. 유럽 챔피언보다 순위도 한 계단 위고 ^^

연아 선수의 이번 올림픽 프로그램은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 쇼트 경기날, 저는 회사에 출근해서 인터넷 생중계만이라도 보려고 했지만, 이미 버퍼링 지옥 ㅠ.ㅠ 동료의 DMB 폰을 부러워하며, 주위에서 술렁대는 분위기로 대강 어떤 경기를 했겠구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뭐, 결과는 아시다시피. 언론에서 라이벌리로 떠받들어주는 선수가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치면서 73점이라는 고득점을 얻은 것을 바로 눈앞에서 보고도 나는 내 할 것만 하면 되는 거임..하는 표정의 김슨생은 진정 대인배라는 말로도 모자랍니다.
쇼트 경기날의 일을 교훈삼아, 프리 경기날에는 휴가를 냈습니다. 일생에 몇 번 오는 날도 아닌데, 밴쿠버까지 날아가지는 못할 망정, 경기는 생중계로 봐야겠다는 결심에서 였습니다. 그리고 전날 밤, 잠도 못이루고, 새벽에 해주는 드레스 리허설까지 보고, 까무룩 잠이 들었습니다.
어느새 1그룹 선수들의 경기가 시작되었고, 다른 때 같으면 앞 그룹은 스킵하련마는 이번엔 선수들이 다들 어찌나 잘해주는지, 그냥 계속 지켜보게 되더군요. 그리고 민정 선수 순서. 주책맞게 벌써부터 눈물이 나덥니다. 그 어린 선수가 그 가는 팔다리로 레미제라블을 연기하는데, 뭐 큰 무대라서 떨고 이런 거 없습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연기가 끝나고 저는 TV를 향해 박수를 쳤습니다. 어린 선수가 정말 장하고 큰일 해냈다고.
어느덧 연아 선수 순서. 앞의 안도 미키 경기는 귀로 봤는지, 코로 봤는지 모르게 연아 선수는 담담한데, 내가 막 긴장하고 떨려서 두근두근 대면서 봤습니다. 보는 나는 이렇게 떨리는데, 연아 선수는 오히려 침착하게 연기를 펼치더군요. 이번 시즌 프리 프로그램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은 그야말로 모던함,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거기에 최고 난이도의 기술이 안무로 승화되어 프로그램안에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점프, 스핀, 스텝, 스파이럴 이런 기술 요소들이 하나하나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그냥 프로그램 그 자체인듯 스며들어있어, 다들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고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작품으로 완성된 것입니다. "천의무봉" 이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피겨 스케이팅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이상향. 그것을 이번에 연아 선수가 보여줬습니다.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 독일 해설자의 말처럼, 연아 선수는 피겨 스케이팅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를 실현해 보여준 것입니다.
정말 이런 날이 오리라고 누가 예상했을까요. 연아 선수에게 카타리나 비트, 크리스티 야마구치, 미쉘 콴 등 이름만으로 빛나는 레전드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최고의 찬사를 보내는 그런 날이 정말로 오게되었다는 게 꿈만 같습니다.



[@ All That Skate Summer]


올림픽은 이렇게 끝이나고, 진정한 Queen Yuna로 거듭나신 여왕님의 갈라쇼로 마무리 합니다.
원래 갈라는 타이스의 명상곡입니다만, 이번만은 이 몽타주가 워낙 아름다워서, feverskating의 김마리님의 몽타주로 대신합니다.
김마리님 영상이 삭제되어 All That Skate Summer에서의 타이스로 영상 대체합니다.

대관식을 끝마치고, 오히려 수수한 차림으로 나타나신 여왕님께서 백성들에게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위로를 전하는 것 같은 갈라라고 느낀 건 너무 오바일까요. ^^;;
눈물나게 아름다운 갈라 프로그램입니다.

ps. 지금 일본에 출장 와있습니다. 3/8 월요일 출근했더니 일본으로 출장 가라더군요. 내일 가나요? 했더니, 월요일 당일에 당장 일본으로 가라고 OTL
정신없이 짐꾸려서 일본에 도착해서도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이제야 시간이 되서 올립니다. 귀국은 21일 예정인데, 설마 연기되는 일은 없........겠죠;; (그래도 벚꽃 피는 거 못보고 가는 건 좀 서운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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