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All That Skate Summer 일시 : 2010. 07. 23~25 총4회 공연 | 장소 : 일산 KINTEX 특설 아이스링크 | 주최 : All That Sports
출연 : 여자 싱글 : 김연아, 곽민정, 김해진, 미셸 콴, 샤샤 코헨, 실비아 폰타나
남자 싱글 : 스테판 랑비엘, 브라이언 쥬벨, 제레미 애봇, 존 짐머만
페어 : 알리오나 사브첸코 & 로빈 졸코비, 제이미 살레 & 데이빗 펠티에
아이스댄싱 : 타니스 벨빈 & 벤자민 아고스토
특별출연 : 윤하, 조경아 외 꼬꼬마 선수들 (경아 선수 외에 이름을 몰라서 미안합니다.)
연아선수의 아이스쇼는 한 번도 빼먹지 않고 가봤거늘, 지난 4월 FOI는 회사에서 갑자기 일본으로 출장가라는 바람에 못갔었다. 얼마나 원통했는지. ㅠ.ㅠ 내사랑 쿨릭 옵화, 돔샤에 베르너, 쥬벨까지 왔었는데, 못봤지. 나중에 영상을 보는데, 좋으면서도 막 화가 나더라. 으찌나 속이 상한지. 저 자리에 내가 있었어야해~~~~~~~~~~~~~~~라며.
그래서 이번 아이스 쇼는 작정하고 즐기기로 마음먹고 2일 3회즈를 하기로 했다. 금요일 일산 크리만 아니라면 첫 공연도 보러갔을 텐데, 거기까지는 무리여서. ㅠ.ㅠ
이번 아이스 쇼의 주제는 꿈.
꿈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은 참 좋은 것이다. 좋은 것이지만,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 연아의 자서전에 나오는 구절 중에 99도와 100도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이 아가씨가 얼마나 깊은 성찰을 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단 1도지만, 끓어오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거기에 도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이 어린 아가씨는 일찍부터 깨달았던 거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힘써준 주위 사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이미 대가의 반열에 오른 이 아가씨는 여전히 겸손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참으로 존경스럽다. 세계 최고라는 건 이렇게 다른건가 싶다.
꿈이라는 주제에 맞춰 오프닝 전에 콴과 연아의 인터뷰 영상이 흐르고, 2부의 오프닝은 꿈나무들이 I Have a Dream에 맞춰서 피겨 스케이팅을 배워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closing은 Dream on으로 구성되었다.
Opening - "Get the Party Started" by Pink
토요일, 일요일을 거치면서 선수들의 군무가 나름 착착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와우, 左콴 右샤샤와 어깨동무하며 등장하는 연느님의 위엄이여~ 이건 뭐 상상만 하면 다 이뤄지는 연아쇼인가.
특히 막공때. 랑비는 시작부터 이미 스테판과 분리되기 시작. 선수 소개 시간에 보여준 덩실덩실부터 이미 ^^
존 짐머만 (John Zimmerman) - "I'm Gonna Crawl" by Led Zeppelin
얼빠를 양산하는 잘난 남자. 전형적인 미국산 느끼 미남 마초맨. 쥬벨 못지 않게 두꺼운 남자. 하지만, 솔직히 스케이팅 자체는 인상에 남는 게 별로 없;;
곽민정 - "Canon in D Major" by Johann Pachelbel / "Don't Rain on My Parade" soundtrack by Glee
캐논, 이번 시즌 쇼트로 윌슨이 안무를 짜주었다고 한다. 하얀 드레스에 반짝반짝 선녀가 따로 없더라. 이번 시즌 룰 개정으로 쇼트에서 스파이럴이 사라져서 어색했다. 그래도 윌슨이 고심해서 안무를 짜 넣어 허전함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민정이하고 굉장히 잘 맞는 느낌. 크리켓 클럽 호그와트설이 괜한 소리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줬다. 살짝 밋밋했던 민정이 스텝이 아주 괄목상대, 일취월장. 얼마나 더 다듬어서 가져올까 기대가 된다.
제이미 살레 & 데이빗 펠티에 (Jamie Salé & David Pelletier) - "Try" by Blue Rodeo / "Scream" by Michael Jackson
솔트 레이크 동계 올림픽 페어 금메달은 스캔들로 잡음이 있었고, 러시아조는 피해자, 캐나다조는 그 스캔들의 수혜자로 팬들 사이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바로 그 페어조. 그래서 선입견도 있었고, 솔직히 토요일 공연 때는 Try 프로그램을 봐도 아무 감흥도 없었다. 그랬는데, 회를 거듭할 수록 프램그램의 완성도가 올라가더니, 막공에서는 정말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이 페어조의 진가는 2부 scream에서 드러났는데, 와우, 기술적으로 현역에 전혀 밀리는 게 없을 뿐 더러, 안무가 정말 독창적이었다. 기립을 부르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막공엔 전원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공연 전후 가장 인상이 달라진 선수들이다.
실비아 폰타나 (Silvia Fontana) - "Boom Boom Pow" by Black Eyed Peas
이 언냐, 몸매부터 어찌나 핫 하신지. ^^; 제대로 리듬타고 춤을 춰주셔서. 하지만, 스케이팅 자체가 거칠어서 보는 맛은 좀 덜한. 하지만, 열정을 불사르는 춤 솜씨에는 감탄. 2부에선 부군인 존 짐머만과 Prince의 Purple Rain에 맞춰 페어 연기를 선보였다. 부부라고 말야, 아주 끈끈한 애정을 과시해서 흥,칫,핏
제레미 애봇 (Jeremy Abbott) - "At This Moment" by Michael Bublé / "Viejos Aires" by Nuevo Tango Ensamble
제레미는 토털 패키지에 가까운 선수로 스케이팅 스킬도 좋고, 점프도 깔끔, 스핀도 잘해, 스텝이야 뭐 스케이트에 버터 발랐나 싶은 선수지만, 이상하게 큰 대회랑은 인연이 없어 아쉬운 선수. 1부 갈라는 그야말로 제레미에게 꼭맞는 옷과 같은 갈라였고, 2부 프로그램은 올 시즌 쇼트인 탱고. 탱고는 아이스 쇼에서 한 게 두번째 런쓰루라고 할 정도니까, 아직 완성품이 아니라 믿고. 좀더 탱고 삘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탱고는 부드럽기만 해서는 재미 없어요. 맺고 끊는, 완급조절이 필요해보인다.
타니스 벨빈 & 벤자민 아고스토 (Tanith Belbin & Benjamin Agosto) - "If it Kills Me" by Jason Mraz / "Bleeding Love" by Leona Lewis
벨빈은 정말 헐리우드 미녀가 울고갈 미인이었다. 화면으로 봐도 이쁜데, 실물로 보니 더 예쁘더라. 아고스토에게 미안한데, 정말 한순간도 벨빈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1부의 If it kills me는 소꿉친구로 시작해서 하이틴을 거쳐 어른의 로맨스로 발전. 이것이 바로 소꿉친구 첫사랑 루트의 정석이라는 걸 보여줬다. 재미있었던 건 벨빈 언니의 3단 변신. 그리고 아고스토는 원래 이런 캐릭터였나 싶게 참으로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다. 1부의 귀여운 커플이 사귀고 헤어지는 과정을 2부에서 보여주는 듯한 Bleeding love. 벨빈은 얼굴만 예쁘다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이번에 보니 역시 아댄팀의 스케이팅 스킬은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는 걸 보여줬다.
브라이언 쥬벨 (Brian Joubert) - "Love is All" by Roger Glover / "Aerodynamic" by Daft Punk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쥬벨에 큰 관심이 없었다. 왠지 나에게 쥬벨은 점퍼로 기억되었고, 내 취향은 패트릭 챈 처럼 트랜지션이 좋은 쪽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 보니, 스케일이 큰 점프의 박력이란. 그리고 그 두꺼운 몸을 하고 코믹한 프로그램으로 큰 웃음 선사. 막공에서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한 남방을 결국엔 벗어 선물로 투척, 재미있었다. 한국 팬들의 기 받아서 다음 시즌 좋은 성적 기대해본다.
샤샤 코헨 (Sasha Cohen) - "Hallelujah" by Jeff Buckley / "Mein Herr" soundtrack from Cabaret by Liza Minnelli
내 기억에 가장 강렬하게 남은 프로그램은 말라게냐. 앙큼 샤샤라는 별명만큼 잘 어울리는 별명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샤샤는 어딘가 깍쟁이 이미지가 있었는데, 뭐 그 이미지는 지금도 유효하지만, 이번에 보니 왜 미국에서 샤샤 복귀를 그렇게 바랐는지 알겠더라. 현 미국 여싱은 샤샤의 매력에 반도 못 미친다. 샤샤는 기계체조 선수 출신답게 유연성도 좋고, 동작 하나하나가 예뻤다. 1부의 할렐루야에서 보여준 팔동작이 얼마나 우아하고 예쁘던지. 2부 마인 헤어에서 보여준 뮤지컬 배우 같은 춤솜씨도 일품이었다.
알리오나 사브첸코 & 로빈 졸코비 (Aliona Savchenko & Robin Szolkowy) - "Barbie Girl" by Aqua / "Gee" by 소녀시대
FOI에서 영장 갈라로 처음 접했던 페어조. 이후 다른 페어조에서는 볼 수 없는 그들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을 선보여서 나는 이 페어조를 참 좋아한다. 남녀간의 케미스트리가 아닌, 동료애라고 할까. 파트너쉽이라고 할까. 바비걸이나 Gee나 이 팀에서는 평소 보기 힘든 발랄한 갈라라 귀엽고 흥겨웠지만, 두 프로그램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약간 아쉽기도. 그래도 알리오나의 깜찍발랄 귀여운 모습을 실컷 봐서 좋았다.
스테판 랑비엘 (Stéphane Lambiel) - "Let the Good Times Roll" by Ray Charles / "William Tell Overture" by Gioachino Rossini
랑비는....이제 뭐 더 말할 게 없다. 그냥 최고다. 어찌나 관중과 찰떡궁합인지. ^^ 한국에만 오면 관중 환호에 힘 받아서 올림픽 프로그램을 클린해내고. 1부의 스윙재즈도 좋았지만, 역시 2부의 윌리엄 텔 서곡이 압도적이었다. 아이스 쇼에서 보기 드문 쿼드 점프를 아주 깔끔하게 성공시키고. 어째서 그분이 이제야 오셨을까. ^^;; 더블 악셀 - 쿼드 토 - 트리플 플립에 랑비 전매특허인 드릴 스핀, 삘 충만 스텝까지. 멋진 퍼포먼스였고, 그 퍼포먼스의 완성은 관중의 열광적인 환호와 쩌는 박자감으로 함께한 박수, 그리고 스탠딩 오베이션으로 마무리. 아주 잘 짜여진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미셸 콴 (Michelle Kwan) - "Primitive" by Annie Lennox / "No One" by Alicia Keys
연기에서 인품이 우러나온다. 극 연기건, 춤이건, 스포츠이건 표현자인 이상, 자신의 성격, 인품은 고대로 드러날 수 밖에없다. 그리고 드러내지 못한다면 표현자로서는 부적합것이겠지. 그런 의미에서 콴의 연기에서 느껴지는 묵직함, 안정감, 당당함, 짙은 호소력은 그대로 콴의 인품이라 생각된다. 그녀의 빙판 장악력은 조금 심심한 프로그램 안에서도 빛을 발한다. 안무가 좀 부족하고, 스킬이 예전만 못하다고한들 그게 뭐 어때서. 여전히 콴은 콴이다. 빙판에 날이 박혀도 기어이 랜딩을 해내는 걸 보면서, 콴의 안정감이란...하고 감탄했다.
1부의 클로징은 연아와 콴의 듀엣 공연. Mariah Carey의 Hero. 연아의 우상이었던 콴과 콴의 소개대로 자라나는 어린 소녀들의 훌륭한 롤 모델인 연아. 이 두 영웅의 합동 공연을 두눈으로 보게되다니. 참으로 영광스러워서. ㅠ.ㅠ
김연아 - "Méditation" from Thaïs by Jules Massenet / "Bulletproof" by La Roux
아, 드디어 우리 연아 얘기.
말해 무엇하겠는가만, 연아의 타이스를 맨눈으로 봤다. 타이스는 역시 올림픽 갈라 의상이 진리. 이상봉 디자이너의 드레스도 아름답지만, 명상곡에는 비둘기색 드레스가 딱이다. 짙은 회색으로 그라데이션된 치마자락이 얼마나 아름답게 나부끼던지.
그 단아하고, 우아한 몸짓, 담백하면서도 청아한 팔동작. 마치 대나무 숲속을 거니는 것과 같은 청량감. 그 대숲에서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비우고 고요하게 참선을 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맞다. 정화된다는 것은 바로 이런 느낌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막공에서 보여준 지고의 순수한 아름다움에 그저 눙물이.......ㅠ.ㅠ
2부에서 새로 선보인 Bulletproof는 명상곡과 강렬하게 대비가 되는 일렉트로닉팝. 팔색조인 연아니까 가능한 이 연기의 갭. 도대체 끝을 모르는 연아의 재능. 이건 뭐 화수분도 아니고. 매장량이 얼마나 되는지 끝을 모르는 광맥이라고 해야하나. 진짜 연아가 계속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남아준다는 사실이 피겨계에 얼마나 큰 다행인지 사람들은 알까 모르겠다. 앞으로 보여줄 신세계는 또 얼마나 환상적일까. 지금도 충분히 현란해서 눈이 부시다.
Finale는 Aerosmith의 "Dream On"을 가수 윤하가 불렀다. 윤하 노래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잘하더라. 피날레의 분위기는 뭐 이미 광란의 클럽.^^ 사진 한 장으로 대체한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것. 그것은 때로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하고, 뜨거운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한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이번 아이스쇼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할 우리 유망주 선수들도 많이 느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