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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25 암요, 그럼요, 당연하죠, 별말씀을 - 아부의 왕 (2012).
아부의 왕 (2012)

감   독 : 정승구
출   연 : 동식 - 송새벽, 혀고수 - 성동일, 예지 - 김성령, 성철 - 고창석, 이회장 - 이병준, 선희 - 한채아
관람일 : 2012. 06. 23 (토)
줄거리 :
아부계의 새싹 동식, 아부계의 전설 혀고수 
'아부'를 무기로 대한민국을 제대로 들썩인다! 
아부의 정,중,동을 일찍이 깨우쳐 '감성 영업의 정석'이라는 비법책을 저술한 아부계의 전설, '혀고수(성동일)와 아직은 눈치와 센스가 0.2% 부족하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청출어람 제자 '동식(송새벽).
그들이 인생의 패러다임을 바꿀 인생역전 마법의 화술 '아부'를 무기 삼아 '혀' 하나로 대한민국을 들썩인다. [출처 > 네이버영화]

- 영화 포스터를 봐도, 네이버의 저 줄거리 소개를 봐도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은 뻔한 코미디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렇게 빵빵 터지는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는 게 함정이라고 해야할까. 아니, 분명 빵빵 터지는 부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영화의 지향점은 그게 아니라는 점이 이 영화의 비극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자체로는 나쁘지 않다. 나는 꽤 재미있게 봤으니까. 하지만, 저 포스터와 예고편과 줄거리를 보고 기대한 관객에게 이 영화는 꽤나 혹평을 받을 거 같다. 감독은 판타지스러운 코미디와 다큐스러운 현실감 사이에서 어느 한 쪽도 손을 놓지 못했다. 내 취향을 말하자면, 다큐스러운 현실감 쪽이 더 마음에 들었기에 나는 이 영화에 대한 평이 후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쩌면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뒷 부분이 아니었을까. 웃기는 앞부분이 아니라.

- 송새벽이라는 배우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과 호감을 갖고 있었고, 성동일이라는 애드립의 황제, 진지한 얼굴로 뿜게 만드는 배우에 대한 기대도 있었는데, 기대한 만큼 제대로 뿜겨주더라. 특히 아부의 기술을 전수하는 장면에서 기체조 혹은 택견을 떠올리게 하는 흐느적거리며 아부체조를 가르치는 장면이 압권이다. 뇌를 탁 놔버려~ 라며 온몸을 흐느적거리면서 "암요, 그럼요, 당연하죠, 별말씀을~" 춤을 추는 연체동물화한 성동일과 뻣뻣하기가 장작같은 송새벽은 그 자체로 그들의 내공을 보는 듯 했다. 송새벽은 좋은 배우임에는 틀림없지만, 아직 멀었다.

- 배우 얘기를 좀 더 해보자면, 이 영화에서 나를 가장 웃게 만든 사람은 의외로(?) 김성령 씨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세련되고 매력적인 이 여인이 너무나도 얼토당토않은 아부쇼를 천연덕스럽게 펼쳐놓는 장면에서 나는 제일 많이 웃었던 것 같다. 분명 어설프고 사기꾼의 향기가 나는데, 하는 본인이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하게 개드립을 치고 있으니. 역시 김성령 씨도 참 좋은 배우, 멋진 배우다.

- 출연하는지 몰랐고, 영화 소개 사이트에서 조차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던 이철민 씨, 김진욱 씨. 아니, 적어도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 배우들 이름은 찾아볼 수 있게 만들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키사라기 미키짱에서 키무라 타쿠야 역으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이철민 씨가 이회장의 비서(?) 역으로,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총각 역으로 나왔던 김진욱 씨가 사채업자의 막내로 등장했는데, 이 두 역이 비중이 없는 단역도 아니었건만. 네이버같은 포털 소개 페이지에 안 나오는 거 가지고 뭐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영화 공식 사이트에는 이름이라도 올라갔어야 한다는 거지.
하여간 이철민 씨는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고, 김진욱 씨는 버섯 머리에, 잠자리 안경까지 쓰고 나오니 사람이 달라보이더라. 꽤 귀엽게 배역을 소화해내서 인상에 남았는데, 앞으로도 종종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본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전문 배우로는 보이지 않았던 동식의 아버지 역으로 나오셨던 분. (역시 어디에서도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평생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이 사셨을 법한 그 아버지 역을 하신 분이 전문 배우가 아니라서 나는 그 점도 마음에 들었다. 뭐라고 해야할까, 진심을 전하는 마음이 더 진실되게 전해왔다고 할지. 저건 연기가 아니라, 정말 저 사람의 진심이구나...하는 느낌이 들어서 마지막 부분에서 더 울컥하게 만들더라. 아무래도 전문적인 연기자가 아니라, 마치 재연 드라마, 혹은 인생 극장을 보는 것처럼 튀는 부분도 있었지만, 난 그분의 표정이 참 좋았다.

- 이 영화에서 내가 좋아하는 웃음 코드는 이런 거였다. 보험 영업을 열심히 뛰던 동식이 우연히 선희와 재회하는 장면에서, 동식은 몸을 녹이려고 종이컵에 오뎅 국물을 따라 마시고 있었는데, 그걸 본 선희가 "선배 지금도 자판기 커피 좋아하는구나." 하니까, 그 뜨거운 걸 동식이 원샷해버리는 장면. 이런 생활 개그 코드가 맞는 사람에겐 추천하고픈 영화다.

+ 밀려있는 후기가 11개 OTL 게으름도 관성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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