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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데우스

일   시 : 2011. 12. 07 ~ 2011. 01. 01
장   소 : 명동예술극장
관극일 : 2011. 12. 28 (수) 19:30
연   출 : 전훈, 번역 : 김미혜, 음악 감독 : 변희석
원   작 : 피터 셰퍼(Peter Shaffer)
캐스트 : 살리에리 - 이호재, 모차르트 - 김준호, 콘스탄체 - 장지아, 살리에리 하인 - 남정우, 살리에리 요리사 - 이정수, 요제프 2세 - 전진기
줄거리 :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8개 부문 수상하며 영화로 우리에게 익숙한 <아마데우스>가 2011년 명동예술극장의 대미를 장식한다. 천재 모차르트를 아끼고 사랑하면서도 질투에 눈이 멀어져 가는 살리에리를 둘러싼 좌절과 음모가 숨가쁘게 그려지며 음악으로만 접해왔던 <피가로의 결혼>이 탄생하기까지의 뒷이야기, 그리고 결국 모차르트 자신을 위한 진혼곡이 되어버린 최후의 대작 <레퀴엠>에 얽힌 이야기 등이 무대 위에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특히 이번 명동예술극장 <아마데우스>는 1979년 첫 대본을 무대에 올려온 기존 공연들과 달리 작가가 수정을 거듭하여 완성도를 높인 1998년 최신 버전 대본을 번역,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선보인다는 점에서 그 깊이와 재미를 더할 것이다. [출처 > 플레이DB]

- 주변에서 평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명색이 모차르트 빠순이인 내가 이 연극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요즘 명동예숙극장에서 내놓는 극의 퀄리티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 결과적으로 보기를 잘했다 싶기는 한데, 왜 평이 안좋은지는 너무너무 잘 알겠더라.
제목은 "아마데우스"지만, 이 연극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살리에리인데, 살리에리 역의 이호재 씨가 연기를 안 하시고, 나레이터를 하셔서;; 거기에 비해서 모차르트를 연기한 김준호 씨는 아주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주셔서 정말 모차르트가 무대 위에서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됴화만발에서 떠돌이 검객으로 나왔던 이정수 씨, 식구를 찾아서에서 몽 역할의 남정우 씨, 오랜만에 얼굴 봐서 반가웠다. 극을 보다보니 이렇게 배우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는구나.

- 영화 아마데우스 얘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는데, 피터 셰퍼의 희곡을 원작으로 연극으로 올라온 걸, 밀로스 포먼 감독이 영화로 만든 이 걸작. 참으로 감탄스럽게 밀로스 포먼은 저 위대한 음악가의 음악에 눌리지 않고, 저 탄탄한 원작의 힘에도 휘둘리지 않고, 훌륭하게 음악과 원작의 조화를 이뤄냈다. 거기에는 연극에서부터 살리에리에 이보다 더 적격인 사람이 있을까 싶은 F.머레이 에이브러햄과 기존에 없던 모차르트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톰 헐스 등 뛰어난 배우들의 힘도 한 몫했다.
이번에 명동예술극장에서 올린 연극 아마데우스는 좀 혹평하자면, 너무 안이하게 영화의 연출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그리고 모차르트를 이야기하면서 그의 음악을 따오지 않을 수 없기에 그래도 라이브로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두고 연주를 하기도 하고 MR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그 MR이 영화 아마데우스 OST더라. 이것도 너무 안이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네빌 마리너 경의 모차르트도 좋지만, 찾아보면 더 좋은 연주의 음악들도 있는데, 그걸 찾아볼 생각도 안했겠지. 그리고 모차르트의 음악이 아닌 영화의 다른 BGM까지 사용한 것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

- 무엇보다 가장 문제점은 바로 살리에리. 나는 이호재 씨의 연기가 어떤 스타일인지는 잘 모르지만, 이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연기를 하시는 게 아니라, 그냥 해설자, 나레이터로 활약하시는 거다. 그래서 이분이 대사를 할 때마다 나는 무슨 다큐멘터리 아마데우스 내지는 인생극장 살리에리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이게 극의 몰입을 얼마나 방해하던지.
다른 배우분들은 다들 자기 배역에 맞게 연기를 하고 있는데, 정작 주인공이 저렇게 '해설자'라니. 이게 연출의 문제인지, 배우의 연기력의 문제인지, 하여간에 주인공이 저렇게 혼자 붕 떠있는 극을 보는 건 솔직히 고역이었다.

- 그런데도, 이 극을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순전히 모차르트 역의 김준호 씨 덕분이다.
서른이 넘어서도 영원한 음악의 신동, 항문기를 제대로 벗어나지 못한 유치한 덩치만 자란 어린애, 그러나 음악에 대해서만큼은 완벽주의자였던 모차르트를 너무나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해주셨다. 특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나서 망령에 시달리며 광기를 보이는 연기가 참으로 훌륭했는데, 뮤지컬 모차르트!가 떠오르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레퀴엠을 작곡하면서 시들시들 말라가는 모습이 정말 너무 사실적으로 보여져서 순간순간 섬뜩하기까지 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열광했는데, 이젠 아무도 자신을 찾아주지 않는다며 내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잖느냐는 외침 뒤로 그가 작곡한 레퀴엠이 흐르는데, 그 서럽도록 아름다운 음색과 함께 이 천재 음악가가 겪어야 하는 생의 마지막 순간의 비참함에 가슴이 아파서 그냥 눈물이 줄줄 흘러나오더라. 그런데, 그 눈물 쏙 들어가도록 만들어주는 이호재 씨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참회의 연기란. -_-` 한참 감정이 북받쳐 오르던 걸 그냥 싸늘하게 식혀주시더라.

그리고 마지막에 최소한의 존엄도 지켜지지 못하고, 그저 자루에 싸여 무덤에 버려지는 그 장면에서 웃음이 나오나?
내가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면서 가장 충격받은 장면이 바로 저 장면이었는데. 난 정말 아마데우스를 보면서 울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모차르트가 죽는 장면에서도 슬프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아무렇게나 던져진 모차르트의 시신에는 너무너무 충격을 받아서 극장에서 아무 대책도 없이 거의 통곡하다시피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땐 내가 중학생이었던가. 난 모차르트가 정확히 어디에 묻혔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 때 처음 알았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취향의 영역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은 깊이가 없다, 가볍다, 너무 밝다, 너무 달콤하다...등등의 평을 듣기도 하지만, 나는 저렇게 힘겹고, 비참한 상황속에서 저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음악을 만들어낸 그가 더 사랑스럽고, 애처롭다. (거듭 말하거니와 난 모차르트 빠순이다.)

- 다시 극으로 돌아와서 살리에리의 독백 '모든 평범한 사람들을 용서하노라.'로 극은 마무리 되는데, 하여간 대본대로 마무리는 지었으되, 와닿지는 않는 대사였다.

+
됴화만발에서 검객으로도 활약하셨던 이정수 씨가 의외로 성악 발성이 가능하시더라. 극중에서 오페라 가수로 피가로의 결혼, 돈지오반니 역을 잠깐 하셨는데, 립싱크 말고 실제로 노래를 하시는 소리를 들어보니 꽤 괜찮게 들려서 이분도 뮤지컬을 하시면, 꽤 독특한 캐릭터가 잡힐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리고 라이브, AR 섞어서 쓰느라 음향이 좀 왔다 갔다 하느라 가끔 배우들 목소리가 안 들리기도 하고, 무대 전환이 그냥 눈앞에서 할 거 다 하면서 이루어지느라 산만한 감도 있었다.

참, AR 얘기하니까, 모차르트의 죽음 장면에서 레퀴엠의 라크리모사는 왜 굳이 배우들이 직접 부르게 한건지; 시작 부분의 그 불협화음 때문에 그 슬픈 분위기가 산산히 부셔져버렸다. 제대로 화음을 맞추지 못하면 차라리 끝까지 AR 틀고 립싱크를 하라고.

++
이제야 생각이 났다. 데자부. 이호재 씨가 연기(?)하는 살리에리가 너무 익숙해서 뭐지 뭐지 했는데, 이게 딱 '한국인의 밥상'에서 최불암 씨랑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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