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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02 12. 02. 29 - 서툰 사람들(예지원/류덕환/홍승균).
서툰 사람들

일   시 : 2012. 02. 11 ~ 2012. 05. 28
장   소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관극일 : 2012. 02. 29 (수) 20:00
연   출 : 장진
캐스트 : 유화이 - 예지원, 장덕배 - 류덕환, 멀티맨 - 홍승균
줄거리 :
남의 집 털어가는 도둑질도, 도둑놈 맞이하는(?) 집주인 노릇도 영~~ 서툰, 그와 그녀의 하룻밤 대소동!
직업은 도둑이지만 이 집 저 집 배려해주며 친절하게(?) 털어주는 서툰 도둑 장덕배, 훔쳐갈 것도 없는 자기 집에 도둑이 든 게 안타까워 비상금 위치까지 알려주는 오지랖 넓은 서툰 집주인 유화이.
절대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은 이 둘은 얼굴만 마주치면 티격태격! 옥신각신! 급기야는 서로 친구가 되기로 하고. 때마침 아래층 남자 ‘김추락’은 분신자살 소동을 벌이고, 유화이를 짝사랑하는 ‘서팔호’, 화이의 유별난 아버지 ‘유달수’까지 찾아오며 상황은 점점 묘하게 꼬여 가는데…!! [출처 > 플레이DB]

- 예지원 씨, 사...사,사,사랑스럽습니다~~~

- 리턴 투 햄릿을 재미있게 봐서, 장진 감독의 또 다른 연극 서툰 사람들도 기대를 하고 갔다. 게다가 내가 참 좋아하는 배우들, 예지원 씨, 류덕환 씨가 나온다니, 어머, 이건 꼭 봐야해!! 했는데, 티켓 오픈하고도 배우들 스케줄 공지가 안 떠서 살짝 식었지만, 하여간 한 번은 볼만한 연극이긴 하더라. 장진 식의 개그 코드가 맞는 사람에겐 추천. 서툰 도둑과 물정 모르는 여자가 나오는 소동극이라고만 알고 보러갔는데, 이거 장진식의 로맨틱 코미디였다.

- 일단 극중 25살이라는 유화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예지원 씨. 원래 본인 나이를 잊을 정도로 귀엽고, 맹하고, 그러면서도 때로 강단있는 그 캐릭터를 어찌나 사랑스럽게 연기해주시던지. 진짜 이 연극은 예지원 씨를 위한 극이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이 언니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남 주인공 쪽으로는 시선도 잘 안 가더라.
원래 예지원 씨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올드 미스 다이어리'에서 보여준 4차원에 사는 사랑스러운 푼수떼기의 이미지가 이 연극 서툰 사람들에서 십분 활용되고 있었는데, 그보다 좀 더 어리고 순진한 버전이랄 수 있겠다. 줄거리에 나온 내용이 극의 전부이고, 장진 극의 특성처럼 대화중에 적절히 섞어놓은 개그 포인트가 잘 맞는 사람은 빵빵 터질 수 있겠지만, 안 맞는 사람은 좀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 장덕배 역의 류덕환 씨도 오버하는 법 없이 서툴어빠진 도둑을 열심히 연기하고 있었는데, 때로 오버해야 할 부분에서 어색함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더라. 아니, 위화감 없이 장덕배를 잘 연기하고 있었지만, 배경음악으로 Kiss me darling 나오면서 갑자기 판타지 분위기로 들어가는 순간 (그러니까, 넥스트 투 노말에서 보면, 매든 박사가 갑자기 다이애나의 환상속 롹스타로 변신하는 그런 장면 처럼) 그런 장면에서 배우가 쑥쓰러워 하면 보는 관객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정도가 아니라, 눈을 감고 싶어집니다. 자신감있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섹시한 남자라는 기분으로 연기해주면 좋겠다.

- 시종일관 웃음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이상하게도 멀티맨이 등장하는 순간 극이 루즈해지는 건 개선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두 남녀 주인공이 만들어 놓은 밀도 높은 긴장감을 멀티맨이 확 다 흐트러놓는 식이라서, 여타 대학로 소극장의 멀티맨과 차별화(?) 된다고 할까나. 굳이 왜 등장시켜야 했는지도 사실 의문이다. 뻔한 로맨틱 코메디로 흐를 수 있는 극에 갑자기 현실을 들이미는 것도 뭔가 찬물 끼얹은 것처럼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그런 걸 노리고 집어넣은 거라면, 계획대로 성공했음요. 그래놓고 마무리는 또 급 판타지스럽게 지었지;

- 결국 이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사이에 어울림이 '서툰'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운 섬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기러기 아빠, 아내와 사별하고 딸은 독립해서 혼자 사는 아빠, 고작 사진 한 번 보고 홀딱 반했다며 다짜고짜 결혼하자고 달려드는 노총각, 독립은 했지만 막상 살아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고된 독신 여성, 그리고 그 처지가 어땠기에 도둑질을 업으로 삼았을까 싶은 도둑놈. 모두 참 외로움이 뚝뚝 묻어나는 캐릭터들이다. 그래서 결말이 판타지로 느껴졌던 건지도 모르겠다.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은 처음 가봤는데, 다른 대학로 소극장들에 비하면 비교적 쾌적한 관람 환경이기는 했는데, 시작부터 1열 앞에 보조좌석을 좍 깔아놔서 잠시 식겁했다. 내가 1열을 잡았을 땐, 내 앞에 아무도 없이 곧바로 무대를 대면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목이 아프든 어쩌든 1열을 잡는 건데 말이지. 그래도 단차가 개념이라, 앞에 앉은 사람이 시야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발도 뻗을 수 없었고, 보조 좌석에 앉은 사람들도 좌식의자여서 그다지 편하진 않았을 것 같고. 음, 대학로 소극장에서 손님 더 받겠다고 보조좌석 까는 거야 하루이틀 일도 아니기는 한데, 그리고 열악한 수익구조 같은 것도 이해는 하는데, 그래도 꽁기한 건 내가 요즘 대극장만 너무 돌아서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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