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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노트

일   시 : 2012. 02. 02 ~ 2012. 02. 12
장   소 : 대학로 정보소극장
관극일 : 2012. 02 .07 (화) 20:00
연   출 : 성기웅, 원작 : 히라타 오리자 - 도쿄노트
제   작 : 박광정을 기억하는 사람들
캐스트 : 변호사 - 권해효, 상속녀 - 남승혜, 상속녀의 친구 - 마두영, 장녀 - 임유영, 차남의 처 - 최선영, 차녀 - 박지아, 장남 - 민복기, 차남 - 신덕호, 큐레이터1 - 한인수, 큐레이터2 - 정해균, 여자1 - 이지현, 남자 1 - 문경태, 여자2 - 권민영, 남자2 - 한승도, 남자3 - 오용, 여대생1 - 송유현, 여대생2 - 임유나
줄거리 :
가상의 제3차 대전으로 인해 유럽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귀중한 미술품들이 안전한 우리나라의 미술관으로 피난을 오게 된다.
그래서 지금 이 서울의 작은 미술관에는 베르메르를 비롯한 17세기의 유명한 화가들의 진품을 전시하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 미술관의 로비에서 1년 만에 만나는 가족들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이유와 동기로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과 미술관 직원들이 만나고 혹은 지나쳐가면서 수많은 대화들이 오간다. 그들 모두의 가슴속에는 저마다 아련한 추억과 아픔이 새겨져 있는데…….

- 옛날 생각이 났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한때 시청률이 50%네 뭐네 참 인기 좋은 드라마였고, 주인공으로 나온 신애라, 차인표 씨는 이 드라마를 인연으로 결혼까지 했다. 남들은 뭐 여기까지만 기억할 드라마인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좀 남다르게 기억되는 게, 이 드라마에서 故박광정 씨와 권해효 씨가 조연으로 첫 TV 출연을 했다는 거다. 이때 대학로 연극을 그래도 좀 보러다녔던 터라, 난 이게 살짝 충격적이었는데, 연극에서 주연으로만 나오시던 분들이 TV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그것도 웃기는 감초 콤비로 등장하는 게 뭔가 마음이 상하더라. 사실 지금도, 무대 배우가 방송이나 영화 쪽에서 조연이나 비중없는 역으로 소모되는 걸 볼 때마다 속상한 건 여전하다.
하여간 변호사로 등장하는 권해효 씨를 보는 순간 그 때 그 시절이 떠올랐다.

- 히라타 오리자의 극은 '잠 못드는 밤은 없다' 이후 두번째. '서울 노트'도 딱 그 분위기에서 많이 다르지 않은 극이었다. 무대는 어느 미술관의 로비. 그 로비를 오가는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상황을 이해하고 그저 담담히 그들을 지켜본다. 정말 너무나 일상적인 대화가 오가다가 불쑥 비일상을 꺼내드는 방식이 히라타 오리자의 특기인 듯.
군복을 입은 청년과 아가씨의 데이트. 공공장소고 뭐고 아랑곳 않는 철없는 커플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전쟁,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불쑥 튀어나온다. 오랜만에 만난 전 과외 선생과 제자. 오랜만에 만나 공통된 화제도 없이 어색한 순간순간을 웃음으로 얼버무리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져진 폭탄 발언. 우애가 좋아보이는 올케와 시누이, 그리고 가족 모임. 그저 단란한 가족 처럼 보이는 이들 사이에 또 툭 던져지는 어느 가족이나 안고있는 문제들.
아무렇지 않게 일상 언어로 대화가 진행되다가 한마디씩 작가가 하고픈 말이 묵직하게 던져진다.

- 미술관이 배경인 만큼 네덜란드의 유명한 화가, 우리에게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한 베르메르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렌즈를 통해 들여다 본 풍경(인물을 포함해서)을 그림으로 그렸던 화가. 어쩌면 보고싶은 것만 보고싶은 욕망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까. 여기에서 '본다'는 행위 자체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데, 극의 마지막 어린 왕자를 인용하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봐야 보인다.'는 구절을 가지고 마음으로 어떻게 보냐고, 절대 볼 수 없다는 말이 새삼 다르게 와 닿았다. 눈으로 잘 관찰한다는 건 그만큼 애정이 있다는 거니까, 일단은 찬찬히 잘 봐야하는 게 먼저지.

- 히라타 오리자는 우리의 일상을 그렇게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한 번 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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