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9.20 이런저런 잡담
  2. 2014.08.28 비긴 어게인 (Begin Again, Can a Song Save Your Life?,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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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을 세번 봤다. 세번 봐도 좋더라. 두번째는 동생이랑 봤는데, 동생도 보고 나오더니 조조로 한번 더 보겠다고 하더라. 영업 성공~ 세번째는 메가박스 M2 관에서 봤는데, 이 영화 뒷심이 끝내준다. 교차 상영이나 150석 정도의 작은 관에서만 상영되던 게 450석짜리 M2관에서 올려지다니. 아님 한여름 바다를 주름잡던 영화들이 찬바람에 밀려날 즈음 틈새를 잘 잡았던지. 뭐니뭐니해도 음악의 힘이 제일 컷던 것 같지만.

나는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그런 장면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소설도 A와 B의 관점이 각각 서술되는 방식도 좋아하고(단순 반복은 사양하지만). A는 개그라고 생각했던 장면이 B에겐 세상에 둘도 없는 비극이라던가 하는 식의 뒷통수 치기도 매력적이고. 그래서 영화 '오! 수정' 을 참 좋아했더랬지. (사람의 기억이란 믿을 게 못된다. 사랑이나 애정이 끼어있을 땐 더더욱.)

비긴 어게인은 똑같은 장면이 그렇게 세번 반복되서 나온다. 그만큼 감독은 그 장면에 힘을 쏟았고, 그 장면으로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고, 그 장면이 결국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한 방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새삼 마크 러팔로의 루저 연기는 정말이지 세계 최고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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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모시고 위키드를 보러갔다. 박혜나/김소현/이지훈/남경주
여전히 참 좋은 공연이다. 음악이며 세트며 의상, 그 속에 담긴 이야기까지. 다만 김소현 씨의 글린다는 왜 그렇게 혹평인지 알겠더라. 아마도 김소현 씨는 예쁜 척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을 거다. 안그래도 인형같이 예쁜데 '척'할 이유가 없잖아? 이건 뭐랄까 내가 한가인 씨나 김태희 씨 연기를 보면서도 느낀건데, 저분들 어떻게 하면 카메라에 예쁘게 잡힐지 고민같은 거 안 하는 거 같다고, 한다고 한들 다른 여배우들이 하는 거에 십분의 일 백분의 일 수준의 고민일거라고. 왜냐면 어떻게 찍어도 화보가 나오는데 뭐하러 예쁜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하냐고. 그런 이유로 김소현 씨의 글린다는 '척'하는 장면마다 오글거리는 재미를 주지 못한다. 그게 글린다의 정체성 중에 하나인데. 아쉬운 일이다.
박혜나 씨의 엘파바는 굉장히 선머슴같고 씩씩한 엘파바였다. 2막보다는 1막 연기가 더 좋았고, 그렇다고 2막이 나빴다는 건 아닌데, 내가 엘파바-피예로의 연애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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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아니 오늘인가, 은촤의 모차르트! 막공을 보러 대구로 간다. 광주에 다녀와서 창원, 부산도 가고싶었지만, 하필이면 일거리가 파도처럼 밀려드는 시기라서 포기하고, 대구도 오전 근무 마치고 가야해서 지금 내일 출근 준비도 해야하는데 나는 왜 잠들지 못하는 걸까. ㅠ.ㅠ
내게 뮤지컬의 매력을 알려준 첫 작품이라 더 애정이 가고, 그리고 내가 보고싶은 볼프강을 그대로 무대위에 재현해준 은차르트라서 이렇게 떠나보내고 나면 진짜 어떤 마음이 들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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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태 목소리를 듣다보면 바이올린 소리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게 사람들 듣는 귀는 비슷해서,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닌거 같더라. 참 재미있는게 바이올린이든 그 외 바이올린과 비슷한 종류의 현악기들 비올라, 첼로도 기타와 달리 음을 집어주는 지판이 없다. 그래서 바이올린을 배우는 사람은 자신의 귀를 최대한 예민하게 갈고 닦아, 자신의 머릿속에 잡은 음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짚어내는 훈련을 한다. 그래서 프로를 지향하는 사람은 5살 전후로 시작한다고..그렇게 자신의 머릿속의 이상적인 음과 자신의 손끝이 만들어내는 음 사이의 차이를 좁혀나가는 훈련의 연속이라고. 그러다보니 무척 엄격하고 섬세하며 예민한 성정이 된다던가. (모든 바이올린 연주자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모 도립 교향악단에 소속된 바이올리니스트인 지인께서 해주신 말씀) 그런데 난 이 말을 듣고 이거 너무 은태잖아! 하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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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고 징징대는 와중에도 빠질 수 없는 회사 분기별 행사에 참석하느라 에버랜드에 갔다왔다. 와~ 난 에버랜드 한 10년만에 가보는 듯. ㅋㅋㅋ 그 사이 내가 애정하던 독수리 요새는 문을 닫았고, 티익스프레스라는 롤러코스터가 생겼는데, 50미터 높이에서 75도 각도로 낙하한다고ㅋㅋㅋ 첫 임팩트가 커서 그 뒤에는 뭐 다 그저 그랬는데, 거의 자유낙하에 가까운 딸려내려가듯 떨어지는 느낌은 소름이 돋는 이전에 어마무시한 중력가속도의 힘에 내가 내 몸을 제어할 수 없다는 불쾌감이 먼저 들었다. 아~ 이거 내가 버틴다고 될 게 아니구나, 버티면 담들리겠다 싶어서 그냥 몸의 힘을 다 풀어버렸다. 기대했던 사막여우를 비롯한 사자, 호랑이들은 모두 야행성이라 낮잠에 푹 빠져있었고, 대기 시간이 짧아서 탔던 아마존 익스프레스는 의외로 재미졌고, 필수 코스인 바이킹이 이토록 시시했던가를 느끼며 어둑해진 에버랜드를 떠났다. 그래도 행사 핑계로 날씨 좋은 날 사무실을 떠나 가을 소풍 기분을 낼 수 있어 좋았다.
비긴 어게인 (Begin Again, Can a Song Save Your Life?, 2013)

감독 : 존 카니
음악 : 그렉 알렉산더
출연 : 그레타 - 키이라 나이틀리, 댄 - 마크 러팔로, 데이브 - 애덤 리바인, 스티브 - 제임스 코든, 바이올렛 - 헤일리 스테인펠드, 미리암 - 캐서린 키너, 트러블검 - 씨 로 그린 외

줄거리 :
“다시 시작해, 너를 빛나게 할 노래를!”
싱어송라이터인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남자친구 ‘데이브’(애덤 리바인)가 메이저 음반회사와 계약을 하게 되면서 뉴욕으로 오게 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오랜 연인이자 음악적 파트너로서 함께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이 좋았던 그레타와 달리 스타가 된 데이브의 마음은 어느새 변해버린다.
스타 음반프로듀서였지만 이제는 해고된 ‘댄’(마크 러팔로)은 미치기 일보직전 들른 뮤직바에서 그레타의 자작곡을 듣게 되고 아직 녹슬지 않은 촉을 살려 음반제작을 제안한다. 거리 밴드를 결성한 그들은 뉴욕의 거리를 스튜디오 삼아 진짜로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만들어가는데… [출처 > 네이버영화]

* 한 줄 요약 : 일상을 비일상으로 만들어 주는 그것, 음악

- 그동안 영화를 안 본 것도 아닌데, 얼마만에 쓰는 영화 감상인지 모르겠다. 밀린 후기도 잔뜩인데, 광주까지 갔다온 모차르트 후기는 시작도 못했는데, 오늘 보고 온 이 영화가 참으로 울렁울렁해서.

- 영화의 오프닝에서 흐르던 지친 목소리, 쓸쓸하고 외롭고 고독하고 건조한 노래가 댄의 '마음의 소리'를 거쳐서 변화하는 그 순간의 마법에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저 노래가 그 사람에겐 이렇게 들릴 수도 있구나. 편곡의 힘, 프로듀싱의 위대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 장면에서 그 황홀경을 같이 느끼게 해준 감독에게 무한 감사를 보내며 나는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당황했다. 
어쿠스틱 기타 하나로도 좋은 연주일 수 있지만, 거기에 피아노 반주가 섞이고, 바이올린, 첼로, 퍼커션, 베이스가 적절하게 하모니를 이루게되면 1+1+…+1 이 아니라 익스포넨셜한 효과가 더해진다. 바이올린 독주도 아름답지만, 현악 사중주가 되면 얼마나 풍성한 소리가 되는가. 파이처럼 겹겹이 쌓이는 악기 소리들이 주는 청각적 쾌감이 황홀하다.

- 영화의 스토리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들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어땠는지, 그리고 그 음악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음악'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함께하는 바로 그 "음악"

-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같은 음악을 들으며 밤새 뉴욕 거리를 돌아다니는 그레타와 댄의 밤나들이 장면이다. 자신의 핸드폰의 음악 리스트를 보이는 건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드러내는 것과 같다는 그레타의 대사에 뜨끔했다. 나도 가끔 친구가 요즘엔 뭘 듣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기 곤란할 때가 종종 있어서;
음악이 함께하는 그 순간엔 일상적인 것들도 의미있게 다가온다. 그런 감각을 나이들수록 찾기 힘들어진다는 댄의 대사에도 뜨끔. 그나마 굳어져가는 마음을 다시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음악이지.

- 시대를 반영한 건지 협찬이 들어온 건지 아이폰, 맥북 에어가 자주 등장한다. 초반에 오디션용 CD를 듣는 장면을 제외하면 이 영화에선 다들 아이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앨범 제작과 발매와 유통 방법 역시 매우 Smart 하다. 그런 의미에서 CD를 듣고, LP 박스를 챙기던 댄은 아직은 아날로그적인 인간이다. 그레타는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을 가진 Smart한 현대인이라고 할까. 노래를 통해 남자 친구의 변심을 알아채고, 그에 대한 감정 정리 역시 노래로 전한다. 그리고 둘 만의 노래가 대중의 노래가 된 순간 그녀는 결단을 내린다. 아름답고 영리하고 신념이 있고 재능이 넘치는 매력적인 아가씨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바뀔지는 알 수 없지만.

- 처음으로 워크맨이 내게 주어졌던 그날부터 음악은 내 일상이었다. 듣고싶지 않아도 들려오는 버스 안 라디오 방송, 타인의 수다 소리를 차단해주고, 눈만 감으면 콘서트 홀로 영화 속으로 공연장으로 데려다주는 고마운 존재. (그래서 내가 소니에 감정이 각별한 건가;)

- 제목처럼 세상을 구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 음악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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