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자이너 모놀로그 (보지의 독백 | The Vagina Monologues)
일 시 : 2011. 12. 02 ~ 2012. 01. 29
장 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관극일 : 2012. 01. 04 (수) 20:00
연 출 : 이유리, 원작 : 이브 엔슬러 (Eve Ensler)
출 연 : 정영주, 이지하, 정애연
줄거리 :
미국의 극작가인 이브엔슬러는 자신의 성기에 대해 증오와 경멸, 혐오감을 가진 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아 다른 여성들은 성기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어보기로 결심한다. 그 내밀한 인터뷰를 연극을 위한 시로 바꾼 이브 앤슬러는 결코 입밖에 내어 말할 수 없었던 여성들의 경험을 응축하여 무대 위에 쏟아놓는다. 그리고 우리의 몸이 신성하다는 것을 깨닫고, 집중하고, 누리자고 제안한다. 동시에 그녀는 우리가 우리 몸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출처 > 플레이DB]
- 버자이너 모놀로그 한국 초연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원래는 모놀로그답게 한 명의 배우가 극을 이끌어가던 것을, 3명의 배우가 진행하는 토크쇼 형식으로 풀었다고 한다. 극을 보고나서는 이렇게 풀어가는 것도 괜찮지만, 일인극이었을 때의 극을 봤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이 살짝 들더라.
- 연출의 방향에 따라 저 방대한 원작의 다양한 인터뷰를 통한 사연 속에서 선별된 이야기들이 무대에 올려지는 것 같았다. 여성의 성에 대한 담론부터 시작해서, 학대받는 여성, 성폭력, 사회적인 편견, 그리고 행복해지기 위해 반드시 제대로 알아야 하는 여성이라던가. 참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소재다. 선택과 집중이냐 아니면, 다양한 늘어놓기냐 중에, 이번 연출은 다양성에 더 치중한 것 같은 인상이다. 몇 가지 소재로 깊숙이 들어가기보다 에피소드 나열에 분위기 전환용 토크쇼를 사이 사이 끼어넣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이게 자칫 잘못하면 그냥 남의 체험 수기 듣는 기분이 들 수 있다는 거. 이게 내 이야기이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면 참 좋겠는데,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제일 아쉬운 건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 배우들의 비장한 분위기나, 풀어낸 방식에 대해서 비판하는 건 아니고, 뭐랄까 너무 병렬식으로 이런 일이 있었대요~ 라고 전개된 게 두고 두고 마음에 걸리더라. 연출가의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 가장 인상깊은 에피소드는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한 여인의 이야기. 이지하 씨의 연기가 정말 너무 실감나서 섬뜩한 것도 있었지만, 가정 폭력을 경험한 여자들의 이야기가 한 집 걸러 하나씩이라는 충격적인 통계. 그리고 자녀들 때문에 맞고 사는 아내들의 이야기가 참 기가 막혔다. 다들 그런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댄데. 그런데 세월이 이만큼 흘렀어도 변하지 않는 야만. 변화는 왜 이리도 더딘지.
- 배우들 얘기를 해보면, 버라이어티 담당의 정영주 씨. 첫 인상부터 아주 카리스마 넘치는 언니님이자 누님이시다. 그렇다고 그게 막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게 아니라, 기대고 싶고, 뭐든 물어보면 척척 답이 나올 것 같고, 그리고 세 분 중에 제일 섹시하시다. 정말로 여성의 관능미가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주시는, 그 넘치는 자신감이 아름다우셨다. 신음 소리 강좌는 참으로 멋지셨습니다. 속이지도 말고, 속지도 말라.
비주얼 담당의 정애연 씨. 연기를 할 땐 괜찮은데, 진행하실 때는 왜이렇게 발음이 안 좋으신지. 연기는 외워서 하는 거고, 진행은 순발력을 요해서 그런 건지, 문장을 자주 씹으시고, 발음도 너무 많이 새니까 참 거슬리더라. 이 부분은 오늘만 그랬을 거 같지가 않아서, 계속 무대에 서실거라면 발음 교정은 꼭 해주시길 바란다.
마지막, 브레인 담당의 이지하 씨. 세 분 중에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셨던 수줍음 많은 모습이 귀여우셨는데, 연기는 정말 세 분 중 이 분이 최고. 순간적인 몰입하며, 공연장의 공기 자체를 바꿔놓으시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이날, 내가 눈물 났던 연기는 모두 이지하 씨가 했던 파트. 토크쇼를 하실 땐, 어쩐지 다른 두 분의 놀림감(?)이셨는데, 연기 하실 때 만큼은 무대를 휘어잡는 천상 연기자라는 인상을 받았다.
- 이제는 학교에서도 성교육을 정규 교육 과정으로 가르친다고 하는데, 특히 호르몬 과다 분비의 10대 청소년들을 위해, 청소년 필독 도서로 이 책을 선정하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일 시 : 2011. 12. 02 ~ 2012. 01. 29
장 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관극일 : 2012. 01. 04 (수) 20:00
연 출 : 이유리, 원작 : 이브 엔슬러 (Eve Ensler)
출 연 : 정영주, 이지하, 정애연
줄거리 :
미국의 극작가인 이브엔슬러는 자신의 성기에 대해 증오와 경멸, 혐오감을 가진 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아 다른 여성들은 성기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어보기로 결심한다. 그 내밀한 인터뷰를 연극을 위한 시로 바꾼 이브 앤슬러는 결코 입밖에 내어 말할 수 없었던 여성들의 경험을 응축하여 무대 위에 쏟아놓는다. 그리고 우리의 몸이 신성하다는 것을 깨닫고, 집중하고, 누리자고 제안한다. 동시에 그녀는 우리가 우리 몸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출처 > 플레이DB]
- 버자이너 모놀로그 한국 초연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원래는 모놀로그답게 한 명의 배우가 극을 이끌어가던 것을, 3명의 배우가 진행하는 토크쇼 형식으로 풀었다고 한다. 극을 보고나서는 이렇게 풀어가는 것도 괜찮지만, 일인극이었을 때의 극을 봤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이 살짝 들더라.
- 연출의 방향에 따라 저 방대한 원작의 다양한 인터뷰를 통한 사연 속에서 선별된 이야기들이 무대에 올려지는 것 같았다. 여성의 성에 대한 담론부터 시작해서, 학대받는 여성, 성폭력, 사회적인 편견, 그리고 행복해지기 위해 반드시 제대로 알아야 하는 여성이라던가. 참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소재다. 선택과 집중이냐 아니면, 다양한 늘어놓기냐 중에, 이번 연출은 다양성에 더 치중한 것 같은 인상이다. 몇 가지 소재로 깊숙이 들어가기보다 에피소드 나열에 분위기 전환용 토크쇼를 사이 사이 끼어넣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이게 자칫 잘못하면 그냥 남의 체험 수기 듣는 기분이 들 수 있다는 거. 이게 내 이야기이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면 참 좋겠는데,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제일 아쉬운 건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 배우들의 비장한 분위기나, 풀어낸 방식에 대해서 비판하는 건 아니고, 뭐랄까 너무 병렬식으로 이런 일이 있었대요~ 라고 전개된 게 두고 두고 마음에 걸리더라. 연출가의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 가장 인상깊은 에피소드는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한 여인의 이야기. 이지하 씨의 연기가 정말 너무 실감나서 섬뜩한 것도 있었지만, 가정 폭력을 경험한 여자들의 이야기가 한 집 걸러 하나씩이라는 충격적인 통계. 그리고 자녀들 때문에 맞고 사는 아내들의 이야기가 참 기가 막혔다. 다들 그런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댄데. 그런데 세월이 이만큼 흘렀어도 변하지 않는 야만. 변화는 왜 이리도 더딘지.
- 배우들 얘기를 해보면, 버라이어티 담당의 정영주 씨. 첫 인상부터 아주 카리스마 넘치는 언니님이자 누님이시다. 그렇다고 그게 막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게 아니라, 기대고 싶고, 뭐든 물어보면 척척 답이 나올 것 같고, 그리고 세 분 중에 제일 섹시하시다. 정말로 여성의 관능미가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주시는, 그 넘치는 자신감이 아름다우셨다. 신음 소리 강좌는 참으로 멋지셨습니다. 속이지도 말고, 속지도 말라.
비주얼 담당의 정애연 씨. 연기를 할 땐 괜찮은데, 진행하실 때는 왜이렇게 발음이 안 좋으신지. 연기는 외워서 하는 거고, 진행은 순발력을 요해서 그런 건지, 문장을 자주 씹으시고, 발음도 너무 많이 새니까 참 거슬리더라. 이 부분은 오늘만 그랬을 거 같지가 않아서, 계속 무대에 서실거라면 발음 교정은 꼭 해주시길 바란다.
마지막, 브레인 담당의 이지하 씨. 세 분 중에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셨던 수줍음 많은 모습이 귀여우셨는데, 연기는 정말 세 분 중 이 분이 최고. 순간적인 몰입하며, 공연장의 공기 자체를 바꿔놓으시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이날, 내가 눈물 났던 연기는 모두 이지하 씨가 했던 파트. 토크쇼를 하실 땐, 어쩐지 다른 두 분의 놀림감(?)이셨는데, 연기 하실 때 만큼은 무대를 휘어잡는 천상 연기자라는 인상을 받았다.
- 이제는 학교에서도 성교육을 정규 교육 과정으로 가르친다고 하는데, 특히 호르몬 과다 분비의 10대 청소년들을 위해, 청소년 필독 도서로 이 책을 선정하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