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의 탄생
일 시 : 2011. 11. 15 ~ 2012. 01. 29
장 소 : PMC대학로자유극장
관극일 : 2011. 12. 07 (수) 20:00
연출 / 대본 / 작곡 : 서윤미, 무대 : 김종석
캐스트 : 서동 - 성두섭, 선화공주 - 이정미, 해명왕자 - 김대종, 고수 - 추정화, 남이 - 육현욱, 순이 - 김해정
줄거리 :
옛날 옛날 오랜 옛날 놀거라고는 놀음이나 연애질밖에 없던 그 시절, 노는 걸 유난히 좋아했던 신라 최고의 시끌벅쩍 연애스캔들 주인공 선화공주가 있었으니 그 얼굴값 하느라 밤마다 그 시절의 클럽을 드나들던 선화공주 해명왕자라는 최고의 킹카 정혼자를 두고서 연애선수 맛둥도령 서동과 연분이 난다.
밀고 땅기기 비책을 주고받다가 진짜 사랑에 빠져버렸으니.. 이 상사병을 어찌할꼬 서동과 놀아난 것이 소문이 나 외출금지를 당한 선화공주.
상사병에 눈이 먼 서동은 선화공주가 궁에서 소박맞을 소문을 내게 되는데.. 선화공주, 서동의 아찔한 연애공방!
코믹연애사극 선화공주 연애비사 [출처 > 플레이DB]
한번은 보려고 맘먹었다가 스케줄 때문에 포기해야했던 '늑대의 유혹'을 봤었어야 했는가보다. 서윤미 작가, 이런 사람이었음?!! 성두섭 배우, 이렇게 아이돌스러운 매력이 철철 넘치는 매력남이었나?!!
일단 무대 배경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화투장이라니ㅋㅋㅋㅋㅋㅋㅋㅋ 스텝 정보에서 무대디자인 부터 찾아봤잖아. 이 적당한 병맛에 어울리는 저렴한 화투패로 치장된 무대가 아주 찰떡궁합.
뮤지컬 배우들을 캐스팅한데는 다 이유가 있어서, 춤과 노래가 또 적재적소에 들어가 있어서, 여러 제반여건상 "연극"으로 분류를 지은 것 같은데, 넘버 더 추가해서 뮤지컬로 올려도 좋을 것 같더라.
줄거리고 뭐고 사전정보 없이 보러갔는데, 캐스트 명에 '고수'라고 되어있어서, 난 처음에 무슨 밀당의 "고수"나 뭐 그런 역인줄 알았는데, 판소리의 "고수"였다. 이 고수 역이 나레이터 역이었는데, 소극장 극 답게 멀티잡을 하시는고로, 오히려 주연 배우보다 비중은 더 큰 것 같더라. 목소리도 구성지고, 연기도 깨알같은데가, 저 탄탄한 안정감이라니. 추정화 배우는 이날 처음 뵈었지만
(아니, 따지고 보면 전부 다 처음 뵙는 연기자들;), 고수라는 역에 맞게 관객과 함께 웃고 성내고 그러면서 진중하게 극을 이끌어가는 중간자 역할을 정말 잘 소화하셨다.
선화 공주역에 이정미 씨. 전에 SMAF에서 박정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너무너무 잘 불러주셨던 게 기억났다. 자그마한 체구에 얼굴도 예쁘시고, 목소리가 약간 허스키한게 얼굴값하면서도 도도한 고양이 같은 선화공주에 참 잘어울리시더라. 이 선화공주 캐릭터도 어찌보면 공주병에 어장관리녀로 뭇 여성들의 안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이 있었는데, 귀신같은 작가님은 이 선화공주에게 내숭과 더불어 털털함을 부여하셔서 마냥 밉지 않은 예쁜이가 되었다. 게다가 이정미 씨가 순간순간 깨는 연기를 참 너무 천연덕스럽게 잘 하더라.
서동 역에 성두섭 씨는 늑대의 유혹에서 아이돌에 지지않는, 아니 오히려 아이돌보러온 팬들마저 낚아버린 매력적인 배우라는 평은 듣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그 말들이 다 이해가 되더라. 진짜 무대위에 아이돌. 눈웃음 지을때마다 아주 단물이 뚝뚝 떨어지는 샤방샤방함에 목소리도 다정다감. 팬서비스 차원에서 슬쩍 보여주는 복근도 훌륭!! 노래를 좀 더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더라.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남자 주인공으로서 비중은 살짝 안습. 워낙 조연들의 활약상이 뛰어나고, 선화 공주를 저렇게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어낸 것에 비하면 '서동'은 캐릭터로서는 좀 약하지 않았나 싶달까. 아니, 매력적인 남자주인공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데, 그냥 참 서동은 다정하고 멋진, 과거의 선수가 오늘의 일편단심으로 변신한 남자친구라는 설정이 좀 평범하지 않나 싶어서.
조연 분들도 하나같이 비중이 꽤 높은데 그걸 역에 맞게 또 훌륭하게 소화해줘서 극이 잘 살았다. 순이 역의 김해정 씨는 진짜 어쩌면 저렇게 작고도 귀여운지. 남이 역의 육현욱 씨는 몸매 반전이 기다리고 있고, 해명왕자 역의 김대종 씨는 그냥 대박!!!!! 진짜 나 이분 나올 때마다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사도 뭐 하나 빠트릴 거 없이 다 주옥같아. '나쁜 남자에서 너뿐인 남자로~' 그리고 반전이지만 뭐, 이 뒤에 나오는 '이 싱어송 라이터!'에 가서는 아주 뒤집어졌다.
소극장 연극이 흥하려면 웃음 코드가 거의 필수이긴 한데, 밀당의 탄생은 그 부분에 있어선 최근에 본 것중에 웃음 코드로는 거의 최강이다. 마치 무한도전의 자막을 보는 듯한 이 미친듯한 센스!!
처음에 극장 들어설 때 한 번 보고 말 것 같으면 오늘 프로그램북을 사가고, 다시 올 것 같으면 1월 공연 예매해서 프로그램북 받아가야지 했는데, 결국 돌아와서 1월 공연 예매. 재관람할 때 더블 캐스팅으로 한 번 더볼까 싶기도 한데, 오늘 본 캐스팅이 대만족이라 같은 캐스팅으로 더 볼 것 같다. 이렇게 잘 빠진 소극장 음악극을 만날 수 있어 참으로 즐겁다.
+ 밀당의 탄생은 할인도 개념차고, 12월 18일까지 1월 공연을 예매하면 40% 할인에, 프로그램북까지 얹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