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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햄릿 (연극열전 4)

일   시 : 2011. 12. 09 ~ 2012. 04. 08
장   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관극일 : 2012. 01. 14 (토) 15:00
연출 / 대본 : 장진, 의상디자인 : 오수현
캐스트 : 진우/클로디어스 - 김원해, 민/햄릿 - 서주환, 재영/레어티스 - 김대령, 지욱/폴로니우스 - 장현석, 여일/거트루트 - 김지영, 도식/호레이쇼 - 조복래, 소희/오필리어 - 이엘, 이연/칼 - 강유나
줄거리 :
<리턴 투 햄릿>은 연극 '햄릿' 마지막 공연을 앞둔 극장 분장실을 배경으로 연극 배우들의 무대에 대한 열정과 갈등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작품.
지난 2008년 연극 <서툰 사람들>로 전회매진을 기록한 장진 감독이 직접 작,연출한 이번 작품은 브래드화 된 ‘장진식 코미디’를 연극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TV스타가 되어 주인공 자리를 꿰찬 민(박준서, 서주화)과 그런 민이 사사건건 마음에 들지 않는 연극배우 재영(김대령)의 갈등, 아동극부터 재연극까지 어떤 역할이든 마다하지 않는 배우 진우(김원해, 양진석) 등 배우들의 이야기가 소소하게 펼쳐진다. 극중극 형식으로 펼쳐지는 마당극 ‘햄릿’도 쏠쏠한 재미. 편가르기, 이간질 시키기, 칼의 진술 등 햄릿의 비극성을 뒤집으며 기발한 웃음을 안긴다. [출처 > 플레이DB]

- 처음 저 제목을 봤을 때, 이게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더랬는데, 연극을 보고나니까 참 많은 의미를 담고있구나 싶더라. 표면적으로는 무대에서 시작해서 방송으로 뜬 배우 민이 햄릿으로 무대로 돌아온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장진이 하고싶은 이야기는 더 다층적으로 담겨져 있다.
주로 장진 감독이 하고픈 이야기는 분장실 배우들의 입을 통해 전달되도록 하면서, 햄릿은 햄릿대로 진행을 시킨다. 그리고 배우들의 이야기가 햄릿과 교차되어 펼쳐지는 부분, 특히 민과 재영의 갈등을 햄릿과 레어티스의 대결로 풀어낸 방식은 정말 훌륭했다.

- 마당극으로 푼 햄릿 이야기는 정말 시종일관 포복절도 하도록 재미있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햄릿이라니. 게다가 그 편가르기 장면에서 클로디어스 혼자 남겨두고 죄다 햄릿 편이라니ㅋㅋㅋㅋㅋ 거트루트는 엄마니까, 오필리어는 연인이니까, 그런데 햄릿 손에 죽는 폴로니우스, 레어티스마저도 우리는 가족이라며 햄릿 편으로. 급기야 재연 들어가면서 레어티스가 오필리어 끌어안고 '내가 햄릿을 사랑해도 되겠니?' 막 이러고ㅋㅋㅋㅋㅋㅋㅋ 레어티스의 배신에는 결국 클로디어스 삐져서 무대 이탈. 떠나면서도 한 마디 던지는 걸 잊지 않았는데, 남매 사이에 애 생길 지경이라고 했던가ㅋㅋㅋㅋㅋ 하여간 레어티스가 동생 사랑이 유별나긴하지.

- 중간 중간 변질된 대학로 풍경에 대한 비판도 섞이고, 나이트도 아니고 왠 삐끼가 그렇게 많냐는 대사라던가, 연극이 재미없으니 관객이 안들지, 그걸 왜 관객 탓하냐는 대사, 평론가에 대한 예상 가능한 범위 내의 비판 - 어려운 말 쓰면 유식해 보인다 뭐 이런 거, 실제로 극 보지도 않고 평론한다던가 - 그리고 요즘 이슈가 되었던 김문수 도지사가 119에 건 전화에 대한 풍자도 깨알같이 장진식으로 집어넣었더라.

- 무대 뒤 배우들의 애환을 풀어놓은 방식은 사실 좀 전형적이기는 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예술하면서 힘들게 사는 배우들의 이야기. 그리고 인기가, 티켓 파워가 곧 캐스팅 파워로 이어지는 우리가 익숙하게 잘 알고있는 이야기.
순수예술에 속한다는 사람들이 쥐뿔도 없으면서 자존심만 다락같이 높아서 상업예술에 배타적인 그런 걸 꼬집는 내용도 곳곳에 들어가있고. 또 메인 스트림으로 상승한 사람들이 다시 무대로 돌아왔을 때 배척하지 말아달라는 듯한 메세지도 느껴지면서, 어쩐지 장진 감독의 변명처럼도 들리더라. (장진 감독이 무엇에 대해 변명해야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 학교에서는 항상 주인공만 맡았다던 재영과 TV 스타로 뜬 뒤에 연극 무대에 주인공으로 선 민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장면에서 연극 햄릿으로 치환되는 장면이 이 연극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었다.
재영이 민에게 본심을 드러내며 "춘향전에서 난 이몽룡이었고, 넌 이방이었는데, 지금도 난 네가 이방으로 밖에 안 보이는데, TV에서 떴다고 네가 햄릿으로 돌아온 걸 받아들일 수 없다." 며 적대감을 비추자, 지금껏 나름 참아왔던 민도 "춘향전 이제부터 이방이 이몽룡 죽이는 걸로 바뀐다."며 급격 둘의 칼싸움이 시작되는데, 이게 곧바로 햄릿과 레어티스의 마지막 결투 장면으로 옮겨지는데, 그 상황이 참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더란 말이지.

산다는 게 연극같아. (feat. 은릿)
연극에 일상을 끌어들인다고 해야할까. 일상이 연극이라고 해야할까. 민과 재영의 상황을 햄릿과 레어티스의 결투장면으로 이어가는 그 연출이 정말 흥미로웠다. 레어티스는 확실히 햄릿을 질투해왔을 거 같다니까ㅋㅋㅋㅋㅋ 자기도 뭐 하나 빠지는 거 없는데, 저놈은 주인공이라고 저 하고싶은대로 다 할 수 있고, 자긴 클로디어스의 계략에 빠져 비겁하게 독이나 쓰고, 죽어가며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기나 하고, 햄릿은 또 폼나게 형제여 자네를 용서하네 뭐 이러면서 마지막까지 영웅으로 죽는다. 아, 불공평한 세상~

- 마무리가 신파로 끝난 건 좀 반칙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대 뒤 배우들의 이야기, 그리고 정극 햄릿까지 만족스럽게 잘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뮤지컬 햄릿이 정말 각색 잘 한 거구나 싶었다. 그걸 2시간 안에 잘도 구겨넣었지. 햄릿 독백이 좀 길어야 말이지. 그리고 또 새삼 뮤지컬 햄릿이 그립더라. 앓이 시작인가. ㅠ.ㅠ

+ 음악 좋고, 의상이 정말 멋지더라. 의상디자인 하신 분 브라보~!
참 1열에서는 무대 장치에 가리는 장면이 좀 있어서, 다음엔 뒤로 가서 한 번 더 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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