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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

일   시 : 2011. 11. 30 ~ 2011. 12. 18
장   소 :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관극일 : 2011. 12. 18 (일) 15:00
원   작 : 빅토르 위고, 각색 : 국민성
연   출 : 박장렬, 주최 : 50대연기자그룹, 한국공연예술센터
캐스트 : 당일 캐스트
중장년 장발장 - 노진우, 노년 장발장 - 이승호, 쟈베르 - 고인배, 팡틴 - 조경주, 코제트 - 박혜영, 마리우스 - 김명, 질노르망 - 문영수, 테나르디에 - 박팔영, 테나르디에 부인 - 이명희, 에포닌 - 임예나, 가브로슈 - 정예찬, 청년 장발장 - 정태준
줄거리 :
대혁명의 물결로 술렁이던 프랑스, 누이동생과 조카 일곱을 부양하고 살고있는 가난한 노동자 장발장.
배고픔에 못이겨 빵을 훔치다 3년형을 선고 받는다. 탈옥을 시도하다 형이 늘어나 19년 동안 감옥살이를 한다. 세상에 나온 장발장은 미라엘 주교의 신세를 지게 되지만 은접시를 훔치는 것으로 은혜를 되갚는다. 헌병에게 끌려 온 장발장에게 주교는 자신이 준 선물이라며 구원해주고 정직하게 살아가라고 말한다.
8년 후 장발장은 구슬공장은 운영하여 시민들로부터 무한한 존경과 신뢰를 받고 시장으로 추대된다. 한편 장발장을 쫒던 쟈베르는 장발장이 살고 있는 도시로 발령받게 되면서 의인이 된 장발장과 장발장이 죄인임을 밝혀 내려는 쟈베르의 보이지 않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출처 > 플레이DB]

- 뮤지컬 햄릿이 참 많은 공연을 내게서 빼앗아가버릴 뻔 했지만, 악착같이 스케줄 잡아서 막공일에 간신히 볼 수 있었던 연극 레 미제라블. 전날 햄릿 종일반 뛰고, 그 다음날 봐도 좋을 만큼 녹록한 극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집중력 저하를 감수하고서라도 보고싶었던 이유는 내가 정극 레 미제라블은 처음 보는 거라서. 라이센스 개념이 없던 시절에 뮤지컬로 한 번 보고 그 아름답고, 장중한 음악에 반했었는데, 정극으로 보는 레 미제라블은 또 어떤 느낌일지 기대가 되었다. 게다가 50대연기자그룹이 주최가 되어서 연극에 대한 열정 하나로 뭉쳐서 만든 극이라는 소식을 접하니 안 볼수가 없었다.

- 요즘은 연극에 뮤지컬 적인 요소를 섞는 게 유행인 건지, 아니면 어떤 흐름인 건지 모르겠는데, 요 근래 본 연극들은 음악을 참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느낌이다.
연극 레 미제라블에서는 뮤지컬적인 장면이 종종 등장하는데, 장발장의 교도소 생활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흐르는 '우리는 레 미제라블, 비참한 사람들~' 이라는 넘버(라고 밖엔 표현할 길이 없네;), 팡틴을 비롯한 공장의 직공들과 귀족집안 자제들의 데이트 장면에는 춤과 노래까지 곁들여지고, 빵과 임금을 달라며 혁명을 부르짖는 민중들의 규탄 장면, 그리고 바리케이트를 치고 혁명군을 짜서 대항하는 장면에서도 '그대 기억하는가~'로 시작하는 비장한 넘버가 극적인 효과를 연출한다. 대충 기억나는 게 저 정도인데, 이게 마이크를 사용하는 뮤지컬이 아니고, 또 배우들도 뮤지컬 배우가 아닌데, 춤까지 소화하려니 AR을 깔고 립싱크를 하는데, 좋게 말하면 신선하고, 나쁘게 말하면 좀 깨더라.
(* 잠깐 샛길로, 피맛골 연가에서 얼치기 사인방 중에 어머니~를 외치던 정태준 씨 얼굴이 확 들어와서 반가웠다. 극중에서 정태준 씨는 짧지만 솔로곡을 생으로 부르기도 하셨고, 아마도 저 AR 제작할 때도 한 힘 보태셨겠지. 나중에 극장 나설 때 보니까 한 켠에서 OST도 판매하고 있었다.)

- 극의 내용이나 이런 건 너무나 유명하니 인상깊었던 것들 위주로. 우선 팡틴 역의 조경주 씨. 아직 젊은 여성 연기자가 저런 대선배들 우글우글한 가운데 발군의 연기력으로 청순하고 아름다운 팡틴, 애처롭고 가련하게 변모해가는 팡틴, 냉혹한 상황에 떠밀려 밑바닥에 추락(타락이 아니다!)하여 악만 남은 팡틴, 그리고 딸에 대한 그리움으로 버텨가며 죽어가는 팡틴까지 너무나 잘 표현해주셔서 감탄했다. 마지막 피날레 장면에서 장성하여 행복한 결혼까지 이룬 코제트를 바라보던 자애로운 시선까지 인상적이었다.

- 아역 연기자들이 넷 정도 등장하는데, 그 중 가브로슈 역할은 꽤 비중이 큰 역이고, 혁명 장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이라, 어느 정도 연기력도 요하는 역이었는데, 가브로슈 역의 정예찬 군이 생각보다 꽤 잘해줬다. 그리고 처음 등장했을때 혼자 놀랐던게, 준상이와 많이 닮아서, 준상이가 좀 더 크면 저런 느낌일까 싶더라.
혁명 동지들과 함께 하겠다며 바리케이트를 이쪽 저쪽 오가다 결국 희생당하는 장면. 가브로슈가 무대에서 쓰러지는 순간 정말 당황스러울 정도로 충격을 받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게 예찬군이 특별히 연기를 실감나게 잘했다던가 그런 얘기가 아니라, 저 어린 것이 총에 맞아 죽었어! 라는 데서 오는 충격이 상당히 크더라. 전혀 예상치 못하고 그냥 무방비 상태에서 당했다는 느낌. 무대 위에 픽 쓰러지는 걸 보는데 내 가슴 속에서도 뭔가가 묵직하게 쿵하고 떨어지면서 속수무책으로 눈물이 흘러넘치는데, 아 어린 것이 희생된다는 것은 이런 건가 싶어서 목이 메이더라.

- 젊은 여성 연기자 중에 팡틴 외에 눈에 들어왔던 분이 에포닌 역에 임예나 씨. 마리우스에게 반하기 까지의 과정은 사실 눈에 안 들어왔는데, 반한 뒤에 보여주는 연기가 참 좋더라. 그리고 고백하건데, 난 여기서 On my own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듣고싶고, 그리웠지만, 이건 뮤지컬이 아니어서 참 많이 아쉬웠다.

- 주인공 장발장 얘기를 안 할 수 없는데, 1막과 2막의 장발장을 두 분의 배우가 나눠서 연기를 하셨는데, 1막의 노진우 님도 훌륭하셨지만, 나는 2막의 노년의 장발장을 연기하신 이승호 님께 더 많은 감명을 받아서.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가끔 대사를 씹기도 하시고, 발성이 묻힐 때도 있었고, 움직임이 힘겨워 보일 때도 있었지만, 무대에서 보낸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그런 연기를 보여주셔서, 다가오는 느낌 자체가 다르더라. 극의 마지막에는 정말 별 거 아닌 손짓, 눈빛, 목소리에 휘둘려 폭풍 눈물이 쏟아져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 막공연이라도 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고, 내년에 뮤지컬 레 미제라블 올라온다는 소식 있던데, 꼭 성사되어서 무대에 올려졌으면 좋겠다. 정극을 보고났더니, 뮤지컬이 더 절실해졌다.

ps. 역시 공연 보고 후기는 바로바로 적는 게 진리다. 햄릿 총막공 보고 정신적 공황 상태에 살짝 빠졌다가 타이밍 놓친 저 후기를 언제 완성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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