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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1.14 설중매를 아시나요 8
※ 주의 - 왕의 남자 미리니름을 포함하고 있을지도 모름.

술 얘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왕의 남자 리뷰도 아니다. 단지, 이것저것 생각나는 게 많아서. 역시 이런 건 생각났을 때 바로바로 적어내려가야 하는건데;
내가 속한 동인 커뮤니티에서는 사방에서 왕의 남자로 연일 시끌벅적 난리도 아니다. 세월이 그런건지, 세상에 동인녀가 많은 건지, 이미 관객도 4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있다고 한다. 이건 반복적인 관람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문득 킬러들의 수다가 떠오른다. 그때도 두 번, 세 번 영화관을 찾은 열성적인 관객들과 입소문 덕이었지. 영화가 나빴다는 게 아니라, 장진 감독의 코드가 대중적인 건 아니라서.)
참 재미있는 건 왕의 "여자"는 쪽박을 찼는데, 왕의 "남자"는 성공했다는 거다. 뭐, 왕의 여자는 구태의연한 사극의 정도(?)를 걸었고, 왕의 남자는 기존 사극의 틀을 거부했다는 점도 있겠지만, 정말 대세는 Queer인가. (sky 레슬링 광고가 버젓이 방송되는 현실인 걸)

전에 살짝 언급하고 넘어갔지만, 나에게 왕의 남자는 별 세 개(감우星, 강星연, 정辰영+유해辰) 짜리. 뭐, 내가 어떻게 평가했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요즘의 왕의 남자 (+ 이준기) 신드롬이 신기하게 보인다. 이 영화가 그 정도였나?
나는 이준익 감독의 어설픈 퓨전 사극과는 감성이 맞지 않는다는 걸 이번에도 재삼 확인하고 나온 마당이라; (황산벌 때도 그랬지.)

나는 사극을 좋아한다. 어렸을 땐 아직 글도 못 뗐을 때 부터 엄마한테 사극에 나오는 궁녀(상궁이 아니라 나인) 머리를 해달라고 졸랐을 정도였다. 뭐, 한번도 해주신 적은 없지만;;
나는 지금까지 연산군을 소재로 한 극을 세 개 봤다. MBC의 조선왕조 오백년 시리즈 '설중매', KBS 사극 '장녹수' 그리고 '왕의 남자'.
각각 연산군 역에 임영규, 유동근, 정진영씨. 장녹수 역에 이미숙, 박지영, 강성연씨다.
각각을 비교해보면 임영규 씨는 초기에는 똘망똘망했으나 본성을 숨기지 못하고 난폭하고 포악한 연산, 유동근 씨는 왠지 근엄하고 이룰 수 없는 사랑(월산대군의 후처를 향한; 큰어머닌데;;)에 순애보적인 인물로, 그리고 정진영씨는 유아퇴행 모정결핍의 정수를 보여주셨다.
장녹수 쪽으로 넘어가면 이미숙 씨는 그야말로 요부, 박지영씨는 야심가, 강성연씨의 녹수는 내가 상상한 장녹수 그대로의 연기를 보여주셨다. 그 '미친 놈'의 포스라니~>.<

'설중매'는 조선 시대의 가장 드라마틱한 단종 - 세조 - 예종 - 성종 - 연산군 시대를 드라마 화 했는데, 특히 성종 시대가 아주 흥미로웠다. 단종 - 세조는 너무 유혈낭자 처철계라.
우유부단한 성종 역에 길용우 씨가 열연했는데, 중전도 없이 후궁만 많아서 A처소에 한 번 들르면 A가 귀인이 되고, B처소에 들르면 B가 귀인이 되고.
지금도 기억하는데 그 귀인들이 엄귀인, 정귀인이었다. 그 귀인 중에 한 분이 김해숙 씨였지. (흐흐...그래서 내 요즘 드라마 보면 그런 생각을 한다. 저분도 한때 얼굴에 분바르고 고운 비단옷 입고 왕의 총애받는 후궁으로 나오실 때도 있었지. 세월 무상이구나...하고.) 암튼, 이 두 귀인들이 가장 왕의 총애를 받는 여인네들이었는데, 불쑥 다크호스 등장. 바로 폐비 윤씨였다. 그런데, 윤씨가 중전이 되고, 왕자까지 낳았는데도 성종의 바람기(;)는 사그라들지 않았고, 결국 윤씨는 투기심이 많네, 비상을 숨겼네 하는 죄목으로 폐서인의 신분으로 전락했다. 그 뒤는 누가 또 새로운 중전이 되는가 여인들의 암투가 치열한 가운데 엄귀인과 정귀인은 또 헛물 켜게 되었으니, 최명길 씨(자순대비) 등장이다. 아무튼 이렇게 여인네들의 권력다툼 속에서 폐비 윤씨는 희생되고, 이 원한을 잊지 않으리 엄유신 씨(연산군 외할머니)는 딸의 피맺힌 저고리를 고이 간직한다. 이후는 뭐 다들 아시다시피.
(나는 이 드라마의 포악한 임영규 씨가 오래 기억에 남아서 이후 견미리 씨는 왜 하필 이런 사람과 결혼했을까 했던 적이 있다. 뭐, 결과적으로 이 두사람은 이혼했지만)
월산대군 부인과의 스캔들은 설중매에선 연산의 객기(금기에의 도전?)로, 장녹수에선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기인한 순애보로 왕의 남자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실은 이 사건으로 박원종이 반정을 꾀한 명분이 강해진 거라는 해석이 많은데.

어차피 승자의 역사라고는 해도 광해군은 현대에 재평가라도 받지만, 연산군은 그저 조선왕조 최고의 이단아 취급을 받는다. 그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동정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 광인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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