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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가끔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 생각을 해
관극일 : 2011. 10. 08(토) 16:00
장   소 : 대학로 컬쳐스페이스 엔유
캐스트 : 어린 철수 & 멀티맨 - 오의식, 어린 영희 & 멀티걸 - 유정은, 어른 철수 - 이창용, 어른 영희 - 최유하

지난 번에 본 캐스트와 싹 바뀐 캐스트로 한 번 더 봤다. 어른 철수 역만 트리플이고 다른 배역은 더블이었는데, 이창용 씨는 이날 저녁 공연이 막공이었다고.
일단 첫공이 인상이 더 깊게 남는 법이기는 하지만, 여러모로 지난번 공연과 비교가 되었다. 특히 어른 영희 역의 최유하 씨. 목소리는 꾀꼴꾀꼴 하셔서 노래는 참 듣기 좋더라만, 세파에 찌든 34살 영희에는 안유진 씨의 연기가 좀 더 설득력이 있었다. 닭살 애교 떠는 장면도 좀 약했고. 이 극에서 사실 어른 영희가 매력을 어필하기 참 애매한 위치에 있기는 한데, 그래도 안유진 씨가 그 와중에 캐릭터를 잘 살렸구나 싶다.
멀티맨 & 멀티걸의 경우도 오의식 씨도 잘 하셨지만, 고실장이 좀 약하다. 어린 철수의 이벤트 씬에서도 좀 더 능글맞게 잘해서 어리숙한 어린 철수 이미지와 좀 안 맞는 듯 싶고. 멀티걸 유정은 씨는 진짜 어른 영희 최유하 씨와 많이 닮아서 그 점에선 놀라울 정도였고, 참 귀여운 어린 영희였지만, 때때로 대사가 좀, 특히 빠르게 내뱉는 씬에서는 뭐라는지 잘 안 들리더라.
어른 철수 역의 이창용 씨는 귀여움이라는 측면에서 많이 어필이 되더라. 그 귀여움 때문에 역시 세파에 찌든 34살 철수와는 좀 동떨어진 느낌이고. 다시 사랑을 확인하는 씬에서 김승대 씨가 폭풍 눈물 흘리며, 나 어쩌냐~ 하는 걸 봐서 그런가, 창용 씨의 나 어쩌냐가 좀 덜 와닿았고. 역시 각인 효과인지 모르겠지만, 처음 만났던 캐스트 쪽이 더 마음에 들어서 넌 가끔~을 더 볼 일은 없을 것 같다.


이 뒤로는 주객전도인 것 같아서 접어놓기;

넌 가끔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 생각을 해

일   시 : 2011. 08. 15 ~ 2011. 11. 13
관극일 : 2011. 10. 01(토) 16:00
장   소 : 대학로 컬쳐스페이스 엔유
대   본 : 문정연, 연출 : 김규종, 음악 : 민찬홍
캐스트 : 어린 철수 & 멀티맨 - 원종환, 어린 영희 & 멀티걸 - 이세나
            어른 철수 - 김승대, 어른 영희 - 안유진
줄거리 :
철수는 샤벳 카페를 프랜차이즈화하는데 성공한 젊은 CEO이다.
영희네 출판사는 말랑말랑한 문학서만 내다가 장사가 안 되자 대중적인 경제서적을 내기로 결심하고 책임자인 영희는 프랜차이즈 샤벳 카페 성공의 주역인 김철수 대표를 만난다.
둘은 서로가 자신의 옛 연인이라는 것을 알고 곤혹스러워 하다 상대방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착각하고 옛 연인 앞에서 ‘우리의 사랑이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니었는지’ 서글퍼진다.
그러나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예전에 대한 기억도 새록해지면서 두 사람은 마치 처음처럼 서로를 다시 만나고, 다시 알아가고, 다시 느끼게 된다.
한편 한창 잘 나가던 철수의 사업에 위기가 닥치고 게다가 영희네 출판사에서는 이 출판 기획 자체를 엎으려고 한다. 철수는 사업의 위기를 극복하려 애쓰고 영희는 이 기획을 엎지 않으려고 애쓰는 가운데 두 사람은 서로에게 더 큰 존재가 되어간다. 그러는 사이 그저 두려운 마음에 솔직하지 못하던 다 큰 어른들의 사랑은 결국 오해와 갈등 속에서도 진심을 전하게 되고 두 사람은 철없고 순수했던 예전엔 미처 몰랐던 이해와 기다림을 통해 다시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데…
[출처 > 플레이DB]

원태연 시인의 시를 가사로 한 국내 최초 포엠컬(Poem-cal)이라고, 닭살 로맨틱 뮤지컬이라고 홍보하던 '넌가끔~'을 보러갔다. 모태솔로라 근처에도 가고싶지 않은 장르의 뮤지컬이었으나, 입소문이 꽤 괜찮아서 보러갔는데, 이거 홍보 방향을 잘못 잡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로코로 밀지 않는 편이 나았을 거 같은데, 그렇다고 저런 제목의 극을 또 다른 뭘로 홍보할 수 있을지는 딱히 떠오르는 생각은 없고. 하여간 생각보다 닭살 로맨스만! 난무하는 극은 아니었다는 거.

난 원태연 시집이 유행할 때도, 그 오글거림의 미학(?)에 감히 접해볼 생각도 안했다. 과도한 감성의 분출이 내겐 너무 부담스러워서리;; 그런데, 이 뮤지컬은 그 과도하게 넘쳐흐르는 감성을 제대로 컨트롤해서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더란 말이지. 배우들의 연기도 딱 적정선을 지켜주고, 또 닭살 돋을 때는 제대로 진지하게 닭살돋게. 그러니까 하는 사람이 막 오그라들면 보는 쪽은 더 민망하고 그런데, 배우분들이 그런 장면일수록 본인들은 더 닭살돋게, 진지하게 해주니까 보는 쪽이 오히려 당당하게 볼 수 있는 뭐 그런거?

컬쳐 스페이스 엔유는 키사라기 미키짱 할 때 참 여러번 찾아간 극장이라 그 독특한 냄새마저 어느새 그립더라. 그리고 바뀐 무대를 바라보며, 그 땐 이렇게 저렇게 사용했던 공간이 이번 극에서는 이렇게 저렇게 사용되는구나 하면서 보고. 컬쳐스페이스 엔유는 세로 공간이 길어서 2층짜리 세트에 적합한 구조인데, 넌가끔~ 에서는 그 2층 공간에 라이브 밴드석을 마련했더라. 소극장 뮤지컬이라 MR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횡재였다. 그리고 그 공간을 조명을 이용해 깨알같이 사용하는데, 이건 뭐 말로 설명하기는 그렇고, 가서 봐야 안다.

김승대 씨는'내 마음의 풍금' 이후로 두 번째 보는데, 참 웃는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 상큼한지. 동수쌤으로 나올 때도 그렇고 이번 철수 역도 그렇고 참 반듯하고 훤한 총각이더라. 연기는 참 훌륭한데, 노래가 그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게 아쉽다. 노래를 못한다는 게 아니라, 노래를 악보대로 재현하는 데 그친다는 아쉬움. 좀 더 맛깔나게 불러줄 수 없을까 하는 아쉬움. 내 마음의 풍금때도 연기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는데, 노래만큼은 팀 동수와 비교가 되어서 ㅠㅠ 하지만, 뮤지컬 가수가 아니라, 배우니까 연기 잘해, 노래도 들어줄 만하니까 뭐.

그외 다른 배우분들은 이 뮤지컬에서 다 처음보는 얼굴들이었는데, 안유진 씨, 영희 역에 딱 맞는 잘 어울리는 연기와 노래였고, 이 날 나에게 베스트는 원종환 씨와 이세나 씨. 어른 철수와 영희가 주인공인 줄 알았더니, 오히려 어린 철수와 영희, 멀티맨, 멀티걸이 이 극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었다. 게다가 두 분 다 어찌나 천연덕스럽게 캐릭터를 왔다갔다 하시며, 노래도 사실 두 주인공보다 더 잘 불러주셔서~ 완전 심봤다는 심정이었지. 특히 원종환 씨는 어린 철수의 그 순수함과 고실장의 건달스러움, 편집장의 오카마(;)스러움까지 늠늠 표현을 잘 해주셔서 감탄에 감탄을. 이세나 씨도 귀엽고 새침하면서 털털한 어린 영희와 성격 화끈한 주방장 누님, 명품 여사님, 공원의 거지 할머니까지 아주 캐릭터 소화력이 뛰어나시더라. 역시 소극장 뮤지컬은 멀티맨/멀티걸의 활약이 성공의 관건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김종욱 찾기 때도 그랬는데, 넌가끔~ 도 이 멀티맨/멀티걸 때문에라도 다른 캐스팅 궁금해서 한 번 정도는 더 볼 것 같다.

아, 음악도 전반적으로 괜찮았는데, 솔로 넘버보다는 중창 넘버 쪽이 더 좋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커튼콜에 불러줬던 '다다다~닭살 같은~'으로 시작하는 넘버가 오래도록 귓가에 남는다.

+ 무대도 아기자기 예쁘고 배우들 연기 훌륭하고, 극도 이만하면 깔끔하게 잘 뽑힌 거 같은데, 주말인데도 절반도 못 찬 객석은 좀 아쉽더라. 할인도 개념차던데, 좀 더 홍보가 되어서 많은 관객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오지랖도 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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