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포스팅이 뜸했던 건, 여러가지 요건들이 겹쳐서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일단 짧게(?) 여름 휴가를 보냈습니다. 광복절 껴서 월화 휴가를 내고 5일을 쉬었습니다. 그런데 운이 안 좋았다고 해야할지 그 5일 내내 비가 오더이다. 하루도 비가 오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 뭐 딱히 여행 계획을 세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근교로 돌아다녀볼까, 영화라도 볼까 했었는데, 내도록 집에 쳐박혀서 뒹굴거렸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보람도 없는 휴가를 보낸 건 또 아니니까요. ^^;;
신조협려 41편을 2일 반에 걸쳐 드디어 다 봤습니다. 정말 징하게 길었습니다. 드라마는 역시 애니와는 길이도 호흡도 전혀 다릅니다. 사실 휴가 기간에 그동안 밀린 DVD를 다 보자고 마음 먹었었는데, 신조협려를 다 본 것으로 위안으로 삼고, 몇 번째 보는 건지 모를 공각기동대와 카우보이 비밥을 달렸지요. 아무튼, 한 편에 50분 좀 넘는 드라마가 DVD 한 장에 4편씩, 그게 11장. 벌써부터 호흡이 가빠지는 듯 하네요. 제 성격이 한 번 잡은 책은 끝날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는 지라, 이 시리즈도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바로 폐인 낙찰이라, 정말 날을 잡아서 봐야지 했는데, 이제야 봤습니다. 크흑~ 미키 상의 양과는 정말 끝내줬습니다. 엉엉. 게다가 유역비의 소용녀는 진짜, 원작의 소용녀 재림이더군요. 곽정도 황용도 노안동 주백통도 동사 황약사도 진짜찐짜 좋았어요. 그 방대한 분량에도 다 들어가지 못한 에피소드들도 생각이 나서, 김용 원작이 진짜 방대한 분량이었구나 감탄하기도 하고. 안타까웠던 건 어린 양과와 홍칠공의 에피소드가 빠진 점이었습니다. 홍칠공과 같이 지네구이 해먹는 장면 아기자기하고 참 좋았는데 말입니다. 소용녀가 나오는 장면은 죄다 닭살이었지만, 그래도 신조협려를 관통하는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가늠하느뇨." 에 가장 잘 부합하는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디 워 봤습니다. 용가리에서 어느만큼 발전했는지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보고난 감상은 대다수 리뷰어들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보면서 아, 이런 장면을 넣고 싶었나보다...하는 느낌이랄까. 스토리는 스토리대로 흘러가면서 그 사이사이 유기적인 연계가 되지 않고 뚝뚝 끊어지는 이유는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이런 장면을 넣고싶다. 그런데, 그 장면이 나와야 하는 이유나 개연성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고 할까. 배우들의 연기는 진짜 대사 안 씹으면 OK하고 넘어간 듯 하고, 6년의 시간차를 느끼게 하는 초반의 붕 뜨는 CG는 좀 뜨악하고요. (진짜 리니지 동영상 보는 느낌이었슴;) 후반부의 LA 시가전은 CG에 공을 들인 티가 나서 부라퀴도 멋지고, 용님도 멋지더이다. 외국인 입에서 드래곤 볼 대신에 여의주라는 대사가 나온 것도 나름 감동이고. (그러나 나는 변신한 용님 보고, 용신 님, 소원 한 개만 들어주삼~ 소리가 절로 나더라;;) CG는 영화를 좀 더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지, CG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이 기술력을 그저 볼거리로만 삼지말고, 좋은 영화를 위한 도구로 써주기를 바랍니다.
휴가 기간 중에 유일하게 외출했던 곳은 광릉 수목원과 광덕산입니다. 그날도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라 그것만 믿고 전날 예약을 했는데, 정작 당일에는 비가 끊임없이 오더군요. 그래도 비오는 날의 수목원도 상당히 운치가 있어 좋습니다. 빗소리도 듣기 좋고, 비가 오니 사람들은 별로 돌아다니지 않아 한산하고 (대부분 지붕있는 건물에 피해있어서), 계곡 물이 불어서 물 내려가는 소리도 시원했습니다. 비오는 날도 침엽수림의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측백나무에서 뿜어내는 향기는 마음까지 상쾌하게 씻어주더군요. 그래서 수목원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에 침엽수림입니다. 점심 때까지 수목원을 좀 돌다가 백운계곡 지나 광덕산에도 다녀왔습니다. 여기야 광덕산을 올라가는게 목적이 아니라 점심 먹으러 간 거지만요. 이 광덕산 정상에 휴계소가 있는데, 이 식당 음식이 정말 칼칼하고 소박해서 입맛에 맞거든요. 추천 음식은 여름 한정 막국수, 육개장, 돌솥비빔밥(산채비빔밥보다 이쪽을 추천), 감자떡, 수수부꾸미 입니다. 진짜 음식이 깔끔하게 나와요. 조미료 맛도 안 나고. 밥 먹는 중에도 창밖에는 계속 비가 내리고 산에 운무가 껴서 사진도 좀 찍었습니다.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그동안에도 자주 포스팅을 한 건 아니었지만, 또 한동안 게으름을 피우게 될 것 같습니다. 갑자기 회사일이 여의치 않게 되어서 말이지요. 이번주는 교육이 4일에 앞으로 한 동안은 토요일에도 출근하게 생겼습니다. ㅠ.ㅠ (주5일제라는 것만이 한 주의 낙이었는데 OTL) 그리하여 8월 13일자 미키 상의 일기는 번역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왠지 기력도 좀 안 나고, 마음에도 여유가 좀 없고요. (비겁한 변명입니다만;;;) 아자씨는 서킷에서 카트를 타고 달리셨고, 연비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하는 레이싱을 하셔서 가솔린 사용을 최적화했다고 자랑하셨어요. 또, 새로운 작품 2개를 시작하신다고 하는데, 하나는 엇그제 발표난 건담 더블오인 것 같은데, 다른 하나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이시카와 상과 만나서 RoST 얘기도 하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신 듯하고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추석전에는 좀 어떻게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고 빌고있는 나날입니다.